요즘 사람들, 하늘은 볼 수 있어도 별은 보지 못한다. 밤이면 번성하는 가로등과 네온사인과 온갖 휘황찬란한 불빛들이 별빛을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밤이라도 대낮처럼 환해 달 보기도 어려운 시절이다. 아이들은 더 이상 별을 보며 공상에 젖지도, 상상을 키우지도 않는다. 말 그대로, 별 볼일 없는 세상이다.
쌀알을 뿌려놓은 듯
하늘은 별들로 가득하고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
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
마음을 이루고
물바가지에 떠 담던
접동새 소리 별 그림자
그 물로 쌀을 씻어
밥 짓는 냄새 나면
굴뚝 가까이 내려오던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
사람들이 순하게 사는지
별들이 참 많이 떴다
(도종환, ‘어떤 마을’)
사진제공. 무주 반디랜드 천문과학관 박대영
무주를 대표하는 덕유산.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 전북
무주군과 장수군 등 2도 4군에 걸쳐 있다.
최고봉인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대봉(1,300m) 중봉(1,594m) 무룡산(1,492m) 삿갓봉(1,410m)
등 해발 1,300m 안팎의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으로 30여km를
달린다.
전북 무주 구천동계곡. 참 맑고 깨끗한 곳이다. 해가 지면 서쪽 하늘 근처에 하나 둘 씩 별이 돋기 시작하고 이내 쌀알을 뿌려놓은 것처럼 하늘은 별들로 가득찬다. 무주 반디랜드에 자리한 반딧불 천문과학관으로 가면 밤하늘을 수놓은 여름 별자리를 볼 수 있다. 반딧불 천문과학관에는 800mm 나스미스식① 주 망원경과 제어시스템, 13m 관측실(원형 돔), 3D 입체영상실, 전시관(1~3층) 등을 갖추고 있는데 주간 프로그램과 야간 프로그램, 야간 천체관측 등을 운영해 다양한 행성을 관측할 수 있다.
“가운데에서 아래 왼쪽 부분을 잘 살펴보세요. 아주 작은 붉은 점이 하나 보일 거예요.”
천문과학관 박대영 천문대장이 망원경에 눈을 대보라고 권한다. 박대장의 말대로 망원경 속을 찬찬히 살피니 볼펜으로 점을 살짝 찍어놓은 것 같은 작은 점이 하나 보인다.
“베텔기우스라는 별입니다. 오리온자리의 알파별이죠. 초거성입니다. 크기가 태양의 천 배에 달해요. 만약 베텔게우스를 태양 대신 태양계에 위치시킨다면 그 표면이 화성 궤도까지 삼켜버릴 거에요.”
태양보다 천 배나 큰 별이 실눈을 뜨고 자세히 살펴야 겨우 보일 정도라니. 이 우주가 얼마나 넓은지 새삼 깨닫게 된다. 사실, 여름철은 별을 관측하기에 그다지 좋은 시기는 아니다. 대기가 불안정하고 장마 기간도 있는데다 희뿌연 안개가 많이 끼는 까닭이다. 게다가 9시는 되어야 어둑해지기 때문에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는 시간도 짧다.
여름철 별자리는 저녁 무렵의 하늘 중심을 기준으로 동쪽에 자리한다. 한여름밤, 고개를 들어 머리 위를 보면 밝은 세 개의 별이 직각삼각형 형태로 놓여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이 별들이 베가(직녀), 알타이르(견우), 그리고 데네브(백조)이다. 여름밤의 별자리는 이 세 별의 삼각관계 속에서 시작된다. 직각삼각형의 정점에 있는 가장 밝은 별이 직녀이고, 그 남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이 불쌍한 견우이다. 그리고 직녀에서 북쪽으로 가까운 곳에 보이는 밝은 별이 데네브이다. 여름철의 대삼각형이라고 불리는 이 별들을 이용하면 다른 별자리를 찾기 쉽다. 베가와 데네브를 긋는 선을 경계로 알타이르와 꼭 반대되는 곳에 북극성이 자리한다. 또한 남쪽 하늘에 밝은 일등성이 하나 더 있는데, 여름철의 삼각형에서 멀찍이 떨어진 채 얼굴을 붉히고 있는 붉은 색의 이 별은 전갈자리의 으뜸별 안타레스(화성의 라이벌)이다. 이 네 개의 별을 찾았다면 여름철의 별자리의 기본은 알게 된 셈이다.
각주 ① 나스미스식 망원경 -1951년 나스미스에 의하여 최초로 고안되었다. 쿠드식이라고도 하며 3차경에서 빛을 재차 반사시켜 망원경의 극축에 따라 빛이 나오도록 제작된 망원경이다.
“천문대에 갔다면 ‘주변시’라는 관측법을 기억해두세요. 망원경으로 봐도 희미한 천체가 많은데, 관찰할 천체를 시야의 가운데 두는 것보다 주변부에 둘 때 더 밝게 보인답니다. 아참, 초점 조절은 반드시 운용자에게 부탁하세요. 천문대에는 별의 위치를 표시한 성도(星圖)가 있으니, 밤하늘 지도부터 살펴보는 게 기본이겠죠?” 무주에서는 밤하늘에 뜬 별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눈앞을 어지럽히며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별들도 만날 수 있다. 바로 반딧불이다. 개똥벌레라고도 불리는 반딧불이는 환경오염에 아주 예민한 곤충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웬만한 시골에서는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산업화가 진행되고 농약 살포 등으로 수질이 나빠지면서 이제는 책에서나 볼 수 있는 곤충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아직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는 몇 곳 중의 하나가 무주이다. 반딧불이와 그 먹이인 다슬기 서식지를 천연기념물(제322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을 정도로 반딧불이의 개체 수가 많다. 자료에 따르면 지구상엔 북극과 남극을 제외하고 1900여 종의 반딧불이가 서식한다. 그 중 우리나라에서는 북방반딧불이, 애반딧불이, 파파리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꽃반딧불이, 늦반딧불이 등 여섯 종이 살고 있다. 무주에 서식하는 종은 깨끗한 자연환경을 좋아하는 애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 두 종이 주를 이룬다. 이 중에서도 초여름인 6월에 만나는 녀석은 바로 애반딧불이다. 애반딧불이의 애벌레는 다슬기를 먹이로 삼고, 암수 모두 날개가 있다. 반딧불이는 1년을 땅에서 지내다 다 자란 후 1~2주간 풀숲을 날아다니다 생을 마친다. 그 짧은 생애 동안에 짝을 찾기 위해 스스로 빛을 낸다. 반딧불이의 불빛은 암컷은 배 부분 6번째 마디에서, 수컷은 배 6·7번째 2개의 마디에서 나온다. 발광세포에서 루시페린이라는 화학물질이 분해되는 과정을 통해 빛을 발산하는데, 수컷이 내는 불빛이 암컷보다 두 배쯤 밝다.
수컷은 암컷을 발견하면 더욱 강한 빛을 내며 접근하고, 암컷도 호응하면서 빛이 강해진다. 풀숲에 붙어 약하게 발광하는 것이 암컷이고 강하게 발광하면서 접근하는 것이 수컷이다. 불빛이 많은 도시에서는 짝짓기와 의사소통 수단인 빛을 내기가 어려워 반딧불이 개체 수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반디를 만나려면 무주천문과학관 아래 자리한 반디랜드 곤충박물관으로 가보자. 그저 그런 지방의 전시관이려니 얕보았다가는 큰코다친다. 전시실과 온실, 돔스크린 등 최신시설과 알찬 내용을 갖추고 있다. 반딧불이 뿐 아니라 2,000여 종 1만3,500여 마리에 달하는 전세계의 희귀 곤충표본과 150여 종의 열대식물도 만날 수 있다.
시원한 여름 계곡, 무주구천동
무주에 왔는데 덕유산을 가지 않을 수 없다. 덕유산은 크고 넓다.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 전북 무주군과 장수군 등 2도 4군에 걸쳐 있다. 전체 면적만 219㎢에 달한다. 최고봉인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대봉(1,300m) 중봉(1,594m) 무룡산(1,492m) 삿갓봉(1,410m) 등 해발 1,300m 안팎의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으로 30여km를 달린다. 향적봉에서 무룡산과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에 이르는 주능선의 길이만도 무려 16km에 달한다. 덕유산은 그 품새만큼이나 사계절 다른 풍경을 펼쳐 보인다. 봄날에는 연둣빛 신록과 연분홍 철쭉이 어우러지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 사이로 흐르는 구천동 맑은 계곡이 장관을 연출한다. 가을이면 오색단풍으로 온 산을 울긋불긋 물들인다. 그리고 겨울. 겨울 덕유산은 눈부신 은세계를 연출한다. 사진작가들은 덕유산의 이런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사시사철 몰려든다.
향적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크게 2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삼공리 매표소에서 출발해 백련사를 거쳐 오르는 코스. 그리고 두번째는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내려 향적봉으로 가는 코스다. 등산을 겸할 목적이라면 첫번째 코스가 좋지만 정상 풍경을 감상할 목적이라면 무주리조트 곤돌라를 타는 것이 낫다. 곤돌라를 타고 향적봉에서 내려 15분만 오르면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에 닿을 수 있다. 정상인 향적봉 바위 위에서 만나는 덕유산은 알프스를 무색하게 한다. 덕유산의 정상에는 거센 바람 때문에 큰 나무가 없다. 습기는 많고 바람은 거센 평원지역이라 산죽과 철쭉 같은 키 작은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만큼 조망이 뛰어나다. 북으로는 황악산과 계룡산이, 서쪽으로는 운장산과 대둔산이, 남쪽으로는 지리산 반야봉이 버티고 있다. 동쪽으로는 가야산과 금오산이 펼쳐진다. 향적봉 능선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장소는 봉우리 아래에 위치한 향적봉대피소다. 이곳은 사진작가들의 베이스캠프 역할도 한다. 무주리조트 곤돌라가 생기기 전에는 향적봉대피소의 절반 이상을 사진작가들이 차지했다고 한다.
덕유산의 정상에는 거센
바람 때문에 큰 나무가 없다.
습기는 많고 바람은 거센
평원지역이라 산죽과 철쭉 같은
키 작은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만큼 조망이 뛰어나다.
사진작가들이 이곳을 즐겨
찾는 이유이며 9000명의
스님들이 깨달음을 얻는
장소로 전해지는 이유다.
내려오는 길은 구천동을 거쳐 삼공리 관광단지로 이어지는 코스를 택한다. 구천동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 가운데 하나다. 전설에 따르면 ‘9000명의 스님이 깨달음을 얻은 곳’, 즉 ‘9000명의 스님이 머물렀다’ 는 뜻의 ‘九千屯(구천둔)’에서 ‘구천동’이라는 이름이 비롯됐다는 설도 있고 구천동 계곡의 굽이가 9000굽이라서 그렇게 불리게 됐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구천동은 그만큼이나 깊은 계곡이다.
요즘엔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에서부터 산 아래 있는 삼공리까지만 구천동이라 하지만, 원래는 향적봉에서부터 백제와 신라의 국경이자 관문이었다는 나제통문까지의 36km에 이르는 긴 계곡을 일컫는 말이었다. 구천동에는 33경이 있는데, 제1경인 나제통문부터 제14경인 수경대까지는 덕유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외구천동’이라 불리며 드라이브하면서 구경할 수 있다. 제15경인 월하탄부터 덕유산 최고봉인 제33경 향적봉까지의 ‘내구천동’은 산행하며 발품을 팔아야 한다.
시간이 나면 머루와인동굴에도 들러보자. 적상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무주양수발전처 작업터널로 사용되던 곳을 리모델링 해 머루와인의 숙성, 저장 및 판매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머루와인 비밀의 문(270m)을 지나면 머루와인 카페와 저장고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머루와인 동굴에서는 숙성된 머루와인 시음 및 와인의 구매가 가능하다.
사진제공. 무주 반디랜드 천문과학관 박대영
무주 특별음식 맛 여행 팁
★ 어죽 _그 옛날 냇가에서 솥단지 걸어놓고 바로 잡은 민물고기를 끓여 먹다 부족하면 죽을 넣고 물을 부어서 다시 끓여 나누어 먹던 음식에서 비롯된 것이 어죽이다. 깨끗한 민물에서 잡은 고기를 푹 삶아서 뼈를 발라낸 후 찹쌀과 고추장, 파, 마늘, 양파, 깨, 인삼 등 무주의 산야에서 자라는 양념을 넣고 죽이 될 때까지 쑨 무주의 특별음식. 구천동송어마을(063-322-0817), 부남금강식당(063-322-0008), 하얀섬(063-324-1483) 등의 식당에서 맛좋은 무주의 어죽을 맛볼 수 있다.
★ 표고버섯국밥 _무주의 향토음식 표고버섯국밥은 사계절 내내 싱싱한 생표고버섯만으로 요리해 표고버섯의 특유한 향과 효능을 두 배로 느낄 수 있다. 표고버섯은 성인병 예방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한국관(063-322-3162)에서 무주의 표고버섯국밥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