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 am
낙산공원
대학로의 열정과 시끌벅적함이 좋았지만 때론 그것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찾았던 곳이 낙산공원이다. 낙산공원으로 오르는 언덕길 달동네는 어린시절의 향수를 자극하기 충분하다. 공원 전망대를 지나 더 올라가면 서울성곽길을 만나게 된다. 이 길을 가만히 걷자면 이내 마음이 정화되는 것이 느껴진다. 동네는 아직도 옛날 정서 그대로 이발관이며 천원짜리 설렁탕집이 남아 있다. 찾아오는 사람 반겨주는 동네 사람들도 여전하다. 그래서 낙산공원 언덕 동네는 정답다. 2006년부터 시작한 공공미술 낙산프로젝트로 한층 더 밝아진 것도 좋은 일. 천천히 공원을 돌아 동네를 한바퀴 돈다. 그립던 그 시절의 정서를 만나니 참으로 좋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산2-10 / ☏ 02-743-7985
11:20 am
갤러리
정美소
동숭로 길모퉁이에 지난 2002년 새로운 대안공간이 들어섰다. 갤러리 정美소. 정美소라는 말에 이끌려 이곳을 들어섰을 때 한 공간에서 여러 가지를 즐길 수 있어 무엇보다 좋았다. 갤러리 정美소는 연극배우 윤석화 씨와 건축가 장운규 씨가 문화공간으로 만들어낸 곳으로 1층은 카페 미소와 설치극장 정미소로 2층은 갤러리 정美소로 꾸며져 있다. 카페에서는 저렴한 가격의 질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설치극장은 공연에 따라 무대가 변형되어 때마다 찾는 즐거움이 크다. 2층 갤러리 정美소는 신진작가들의 전시공간으로 활용되는데 한쪽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 1층 로비를 내려다볼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갖추었다. 꼼꼼하게 정성 들여 마련한 공간에 있자면 종일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199-17 / ☏ 02-743-5378
1:00 pm
쇳대박물관
쇳대박물관은 우리나라 옛날 자물쇠를 모아 전시한 테마박물관이다. 관장인 최홍규 씨가 19살 되던 해부터 전국을 돌며 자물쇠를 수집하기 시작해 5천여 점을 수집, 현재 박물관에는 300여 점의 자물쇠가 전시되어 있다. 쇳대는 열쇠의 방언으로 종류가 몇 가지나 될까 싶지만 각 지역마다, 그 모양마다 의미하는 바가 다 다르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1956년 사진가 정범태 씨가 서울남대문시장에서 촬영한 ‘열쇠장수’ 사진이 눈을 사로잡는다. 안으로 들어서면 세심한 전시구성이 돋보인다. 법정스님, 이해인 수녀, 작가 이윤기, 김훈, 가수 이문세, 배우 이병헌 씨 등 유명인들이 기증한 열쇠를 별도의 공간에 마련해 관람의 즐거움을 더했다. 한쪽으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64호인 두석장(豆錫匠) 김극천 장인이 작업하던 대장간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187-8 / ☏ 02-766-6496
2:30 pm
손칼국수
대학로 혜화동에는 몇몇 유명한 칼국수집이 있다. 육수맛과 면발이 집마다 특색이 있는데 모처럼 들른 곳은 혜화로터리 혜화동사무소 근처 손칼국수집. 모녀가 하는 이 집 칼국수는 깔끔한 사골육수에 부드러운 면발이 추운 겨울 얼어붙은 몸을 따뜻하게 녹여주기에 그만이다. 비오는 여름철이면 허한 몸을 이열치열로 보하기에도 좋다. 칼칼한 양념장을 곁들여 짜지도 맵지도 않은 무채절임과 시원한 배추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그 옛날 어머니가 끓여주신 손칼국수 맛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거기에 좋은 재료로 구워내는 모듬전에 막걸리 한잔이면 온몸이 노곤노곤 기분이 좋아진다. 칼국수집은 어떤 치장도 없이 가정집 그대로다. 간판도 그냥 ‘손칼국수’다. 사이좋은 모녀가 따뜻한 미소로 반겨주니 언제가도 맛있고 기분 좋은 곳이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74-37 / ☏ 02-764-7947
3:40 pm
이음책방
대학로에서 책방을 찾아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던 지난 2004년 문을 연 이음책방을 알고 자주 이곳을 찾았었다. 인문과학, 예술서적이 많아 읽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이 컸었다. 그러고는 한동안 뜸했다가 오랜만에 다시 찾은 이음책방. 주인장은 바뀌었어도 좋은 양서들은 여전히 책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대형서점과 달리 조용히 책을 보고 고를 수 있어 무엇보다 좋은 곳. 예나 지금이나 인문과학 예술서적이 많다. 이음책방은 2010년부터 공동체 지향의 삶을 실천하는 ‘나와우리’에서 운영, 책값을 제외한 수익금을 사회에 기부하는 공익서점으로 변모했다. 작은 갤러리 공간에서는 매월 그림과 사진 등의 작품이 전시되고,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꾸며져 있으니 자꾸만 가고 싶어지는 책방이다. 무엇보다 내가 구입한 책값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게 된다니 마음마저 훈훈해진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197-1 / ☏ 02-766-9992
6:30 pm
학전블루
소극장
학전블루소극장이 1991년에 개관했을 당시 아내와 함께 故김광석의 공연을 자주 보러 다니곤 했었다. 아내와 손을 잡고 듣는 김광석의 노래는 때론 애잔했고 때론 따뜻했던 기억이다. 이제는 공연 보는 일도 그저 나의 일이 아닌 것 같아 공연을 본지 꽤 오래되었다. 해서 모처럼 추억을 따라 극장에 들렀다. 어린이 연극 ‘고추장 떡볶이’가 한창 공연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 아내와 함께 ‘지하철 1호선’ 공연도 보고… 추억이 깊은 장소다. 대학로 문화를 더 깊고 넓게 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던 학전블루. 하루하루 시대의 감성은 변해도 그 시절 우리의 추억은 그대로다. 고추장 떡볶이 공연은 2월 26일까지 열린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1-79 / ☏ 02-763-8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