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 am
이중섭
미술관
작가의 산책길 첫 출발코스는 2002년에 개관한 이중섭미술관이다. 이중섭에게 서귀포는 유토피아와도 같은 곳으로 그의 작품 활동 전반에 서귀포의 자연과 생활이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전해진다. 이중섭은 한국전쟁 1.4후퇴 때 원산을 떠나 부산을 거쳐 제주 서귀포로 피난을 왔다. 이중섭은 가족과 1년 남짓을 살며 <서귀포의 환상>, <섶섬이 보이는 풍경>, <바닷가와 아이들> 등의 작품을 그렸다. 서귀포를 전국에 알린 국민화가이기도 하다. 그의 그림은 가족, 아이들, 소 등으로 대표되는데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로를 느낀다. 이중섭미술관은 이중섭의 예술과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과 소장품, 연표 등이 상설전시 되어 있고, 다양한 기획전이 개최되는 기획전시실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이중섭의 원화 2점도 관람할 수 있어 무엇보다 뜻깊다. 이제 이중섭은 없지만 이중섭생가에는 현재의 삶을 일구는 또다른 사람이 거쳐 하고 있다. 짙고 무성한 담쟁이넝쿨은 이중섭의 삶을 기억하고 있을까? 돌담길을 사뿐히 걷자니 마흔한 살 나이에 생을 마감한 화가 이중섭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이중섭미술관과 생가터를 걸어 나오면 ‘트멍에’라는 손글씨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제주 출신 각자장① 유영민 선생이 운영하는 갤러리 겸 전통찻집이다. 트멍은 제주말로 ‘틈새’라는 뜻. 신진 작가들의 전시공간으로 갤러리를 대관해주고 있으며, 작가의 산책길을 찾는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제주 전통소품이 가득한 찻집에서 선생의 부인이 직접 담근 매실차를 마셨다. 온몸으로 시원하고 개운한 기운이 기분 좋게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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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서귀동 이중섭거리 87 ☎ 064-733-3555
각자장 : 중요무형문화제 제106호로 목판에 글자를 새기는 기능을 가진 장인, 각자는 정서각과 반서각으로 나뉘는데 정서각은 공공건물이나 사찰 또는 재실에 거는 현판 등 글자를 목판에 새기는 것이고 반서각은 인쇄하기 위하여 글자를 뒤집어 새기는 것.
11:40 am
하우스레서피
당근케이크
하우스레서피 당근케이크 집을 찾았다.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이미 입소문 난 제주도의 맛집 가운데 한집이다. 본점은 제주시 한림읍에 있고 작가의 산책길 이중섭거리에 최근 분점을 내었다. 대기업 해외지사장을 지냈던 남편과 미국에 살면서 배운 당근케이크를 귀국해 지인들과 만들어 나눠 먹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 유명해져, 한때는 서울의 모 백화점에 입점까지 하는 등 크게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러나 귀국할 때부터 제주도에 살고 싶었던 부부는 서울에서의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제주도로 이주하였다. 소일거리를 찾던 부부는 아담한 카페를 열고 부인이 소량의 케이크와 머핀을 구웠다. 재료는 제주산 유기농 당근과 유정란 등 양질의 재료를 직접 고르고 손질해 집에서 먹는 방식 그대로 만들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깊고 담백한 맛이 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아주 건강하게 느껴진다. 택배주문도 된다고 하니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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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서귀동 이중섭거리 417-17 ☎ 064-733-9440
제주시 한림읍 귀덕1리 1236-9 ☎ 064-796-9440
01:00 pm
기당미술관
기당미술관으로 향한다. 기당미술관은 제주 출신 재일교포 사업가 기당 강구범 선생에 의해 건립되어 서귀포시에 기증된 우리나라 최초의 시립미술관이다. 삼매봉 기슭에 자리한 기당미술관은 나선형의 동선으로 이루어진 전시실이 특징. 우리나라의 전통가옥을 연상시키는 천정과 자연광을 받아들여 쾌적한 전시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국내·외 작가들의 회화, 조각, 공예, 판화, 서예 등 전 부문에 걸쳐 640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기당미술관. 한점 한점의 작품에서 예술의 향기를 느끼고 마음에 담기 충분하다. 특히 기당미술관에는 미국 스미소니언뮤지엄 전시작가이자, ‘폭풍의 화가’로 알려진 제주의 화가 변시지 선생의 작품이 연중 전시되어 있어 제주의 자연과 생활문화를 독창적인 화풍으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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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서홍동 621 ☎ 064-733-1586
03:00 pm
삼보
식당
늦은 점심을 해결하러 찾은 곳은 ‘삼보식당’이다. 문화의 향기에 취해 작가의 산책digitalpost 30 / 31길을 산책하다 보니 점심 때를 놓친 것도 잊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소박해도 주인의 손맛이 일품인 곳으로 제주 사람들도 자주 찾는 곳이라고 한다. 된장으로 맛을 낸 제주 향토음식인 구수한 전복뚝배기에 노릇하게 구워낸 옥돔구이면 잃었던 여름 입맛이 되살아나기에 충분하다. 옥돔은 워낙에 비싸 서울에서는 좀처럼 쉽게 맛보기 힘든 생선. 이곳에서는 덜 부담스러운 가격에 먹을 수 있었다. 이열치열 뜨거운 음식이 오히려 지친 몸을 개운하게 해준다. 20년 넘도록 한자리에서 제주의 맛을 지키는 음식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부르다. 제주시 연동에도 가족이 운영하는 삼보식당이 있으니 어디서든 제주 향토음식인 전복뚝배기와 옥돔구이, 성게알미역국, 자리물회 등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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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천지동 319-8 ☎ 064-762-3620
제주시 연동 293-23 ☎ 064-749-3620
04:40 pm
소암
미술관
작가의 산책길 마지막 종착지는 소암기념관이다. 소암기념관은 서귀포가 낳은 한국 서예의 대가 소암 故현중화 선생을 기리고자 개관한 서예 전문 전시관이다. 소암 선생은 1907년 서귀포에서 태어나 1924년 일본 유학기에 본격적인 서예공부를 시작, 1955년 귀국해 국내와 일본, 대만 등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말년에는 오직 먹고, 자고, 쓰는 데에만 열중하며 고향과 서예문화를 지킨 것으로 전해진다. 소암미술관은 서귀포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선생의 집을 그대로 보존, 평상시 글씨 쓰기에 몰두했던 선생의 일상을 느낄 수 있다. 격식과 거리낌 없는 호방한 선생의 필력이 서예 문외한인 사람들에게도 전해진다. 서귀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붓글씨의 호방한 기운을 몸으로 체득하니 작가의 산책길이 더없이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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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서귀동 157-2 / ☎ 064-760-3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