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 am
오목대
한옥마을의 길은 반듯하게 사방으로 뻗어있다. 한옥마을을 동서남북으로 나누는 사거리 한가운데 내려 무턱대고 오목대에 오른다. 바람이 선선할 때 올라가 한옥마을을 내려다보고 싶어서다. 친구와 나란히 걸으면서 우린 지금의 생활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목대를 오르는 야트막한 언덕길은 우리를 학창시절로 안내하고 있었다. 마치 등굣길인양 우린 교문과 학생주임을 떠올렸고 명숙이며 숙자며 친구들을 불러내고 있었다. 그렇게 학교 가듯 오른 오목대였다. 언덕배기에서 다시 작은 산책로를 오르다 보면 금세 오목대가 나온다. 오목대는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기도 한다. 바람이 스르르 눈을 감긴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 오늘과 다를 바 없을 내일. 쳇바퀴 돌듯 똑같은 생활들. 친구는 말했다. 여기 오목대에 잠시 지친 일상을 놓아두자고. 그렇게 잊고 지낸 것들을 꺼내볼 양 우리는 발아래 한옥마을을 향했다. 오목대는 태조 이성계가 1380년(고려 우왕 6)에 남원 황산에서 왜구를 물리치고 돌아오다 그의 선조들이 살았던 곳에 종친들을 모아 잔치를 베푼 곳으로 조선왕조 개국 후 이곳에 정자를 짓고 이름을 오목대라 했다 한다. 오목대 옆에는 고종의 친필인 태조고황제주필유지(太祖高皇帝駐畢遺址) 비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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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완산구 교동 1-3 ☏ 063-281-2114
11:00 am
전동성당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사시던 그 시절 전주에 프랑스인은 어떤 모습으로 어울려있었을까? 두세기 전 프랑스 신부 보드네가 부지를 매입하고 프와넬 신부의 설계로 완성했다는 전동성당은 한옥마을과 묘하게 어울린다. 오랜 시간 변함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닮아온 것일까? 마치 지금의 친구와 나처럼 말이다. 우린 함께 보았던 영화 ‘약속’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전도연을 향한 박신양의 고해성사가 얼마나 애틋하고 슬펐는지, 여전히 많은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서 패러디를 하고 있지만 영화를 볼 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전동성당은 호남지방 근대식 서양건축물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것으로 화강석 기단, 붉은 벽돌, 내부의 둥근 천장, 높이 솟은 종탑 등 어느 하나 조화롭지 않은 것이 없어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성이 채워지는 곳이었다. 이곳에 지난 과오들을 내려놓고 추억 하나 쌓고 우린 발길을 돌렸다. 전동성당은 사적 제288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천주교 신자의 순교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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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완산구 전동 200-1 ☏ 063-284-3222
12:30 pm
최명희
문학관
문학소녀였다고 자부하지만 최명희 작가의 ‘혼불’은 읽어보지 못한 터라 그저 일찍이 세상을 떠난 작가에 대한 궁금증만 안고 문학관으로 들어섰다. 암으로 투병생활 끝에 세상과 작별한 작가 최명희는 유언으로 ‘아름다운 세상 잘 살다갑니다’라는 한 줄 글귀를 남겼다고 한다. ‘아름다운 세상’이란 한마디가 얼마나 가슴에 와 닿는지 친구와 나는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친구는 말했다. ‘마지막 순간에 세상은 아름다웠노라고 말할 수 있도록, 남은 인생 그렇게 살아보자’라고. 작은 문학관이지만 그녀의 아름다웠던 삶의 편린은 내 가슴을 쉼 없이 울리고 있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작품을 통해 알리고 싶었다던 그녀의 육성이 아직도 문학관 안을 잔잔히 채우고 있었다. 17년 동안 원고지 1만 2천 장 분량으로 완성한 ‘혼불’은 90년대 한국 문학사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책 발간 후 2년 만에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의 말과 삶과 작품은 여전히 살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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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3가 67-5 ☏ 063-284-0570
2:40 pm
다로
문학관을 나와 바라본 하늘은 여전히 파랗다. 마치 벌판에 있는 듯 하늘이 멀리까지 보인다. 마음이 넓어졌고, 넓어진 마음속은 감수성으로 가득 찼다. 오래 걸어 근육에 쌓인 피로도 풀 겸 전통차와 함께 쉬어가자 했다. 최명희 문학관에서 북으로 첫번째 작은 사거리 모퉁이에 보이는 전통 찻집 다로에 들어섰다. 주인장은 전통차를 담느라 바빠 보였다. 모든 차를 손수 담는다는 주인장은 한옥마을이 개발되기 전부터 이곳으로 와 전통차를 만들었다고 했다. 정성이 담긴 차와 그윽한 향기, 잔잔히 들려오는 우리 가락 그리고 친구. 그저 이런 작은 행복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차 한잔에 다시 일상의 얘기들을 안주 삼아 수다꽃을 활짝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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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3가 47-3 ☏ 063-284-8886
2012 전주비빔밥축제
전주비빔밥축제가 10월 18일부터 10월 21일까지 전주한옥마을 일대에서 열린다. 전국요리경연대회, 비빔밥 라이브경연, 한식반찬전시경연 및 시상식, 한국전통문화고 특별작품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http://www.bibimbapfest.com/ 10월 18일~10월 21일까지
4:00 pm
공예공방촌
지담
한지공예공방촌 지담. 조용히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소담스러운 마당에 봉숭화가 빨갛게 피어있다. 계절이 바뀌면 꽃은 질 테지만 그 자리는 여전히 꽃 향기로 종이 향기로 언제까지나 향기로울 듯 하다. 지담은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들어와 한지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한지로 원하는 소품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공예공방촌 지담은 반기문 UN사무총장관저 게스트룸과 UN한국대표부를 전주 한지를 활용해 공간연출을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알리고 동시에 한지의 우수성, 아름다움, 한지공예의 디자인과 기능성 등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계기를 마련한 것. 지담은 우리의 한지를 그저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용도로써만이 아니라 현대적인 감각과 수요에 맞게 공예예술품으로 승화시킨 작품들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다. 전시 작품공간이자 판매공간에는 한지로 만든 조명(등), 액자, 지갑, 소가구는 물론 한지섬유로 만든 양말, 넥타이 등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우리 것을 보고 감상함과 동시에 직접 만들어보고 내것으로 향유할 수 있는 공간 공예공방촌 지담. 친구와의 오랜 우정이 한지에 스며드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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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3가 33-5 ☏ 063-231-1253
5:00 pm
전통
술박물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맞은편에 보이는 양화당에는 술 빚는 도구와 술 빚는 과정이 전시되어있고, 계영원에서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전통 명주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전주전통술박물관은 집집이 빚던 술 ‘가양주’를 살려내고 이를 통해 전통술을 사랑하고 계승 발전할 수 있는 문화를 전파하고자 열린 곳이다. 일제의 주세법(1908)에 의해 끊긴 가양주의 맥을 찾아 잇고자 전통 가양주 강좌, 가양주 관련 연구사업,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옛날 집안에 잔치가 있을 때 받아오던 커다란 술통이 흥미로웠다. 왠지 술이 있는 자리에서 즐겼을 조상들의 풍류가 떠올랐다. 친구와 전통술 한잔에 시름을 놓고 두잔에 흥을 더하러 가자 했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나오는 길에 붉게 물든 가을 하늘이 한옥마을의 길과 지붕을 물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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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3가 39-3 ☏ 063-287-6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