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 am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방천시장
가수 故 김광석의 노래, ‘서른즈음에’를 듣다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있다. 마치 시인처럼 맑은 미소로 부르는 그의 노래는 심장에 콕 박혔고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여운이 남아 절절했던 시절이 있었다. 문득문득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질 때 김광석의 노래는 위로가 되었다. 다시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서 있는 이 길은 대구광역시 중구 대봉동에 위치한 방천시장 동편, 신천대로 둑길이다. 2010년 11월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 문전성시(門前成市)의 일환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지역 예술가들이 고인의 노래를 모티브로 벽화와 조형물을 350m의 골목길에 70여 점 설치했다.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그의 노래는 지난 추억을 회상하게 하고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들으며 모처럼 지친 일상의 위로를 받는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거리에서’ ‘먼지가 되어’ 등 그의 노래는 우리 삶 가까이의 노랫말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더 그의 노래를 통해 위로를 받는지도 모르겠다. 연인들이 팔짱을 끼고, 아빠와 엄마가 꼬마아이의 손을 잡고, 중년의 부부가 두 손 맞잡고 찾는 이 길이 그래서 참 따뜻하게 와 닿는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옆으로는 방천시장이다. 서문시장, 칠성시장과 함께 대구 3대 시장으로 유명세를 탔던 시장이다. 지금은 대형 백화점과 마트에 손님을 많이 빼앗겼지만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로 다시금 시장이 되살아나며 활기를 찾고 있다. 시장 구석구석에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실도 한둘 늘어나면서 역사와 전통, 문화와 예술이 다시금 꽃피는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주말이면 다양한 문화이벤트도 열린다. 단감을 가득 실은 트럭에 앉은 아저씨가 ‘아지매 단감 사이소’ 하며 맛보라며 감을 건네준다. 행인과 시장상인들의 입이 즐겁다. 세 개에 천원인 찹쌀도너츠를 샀다. 크게 한입 베어 물고서는 시장 곳곳을 구경한다. 어머니 손잡고 다녔던 시장길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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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 대구광역시 중구 대봉동 신천대로 방천둑길
방천시장 / 대구광역시 중구 대봉동 11번지 일원
12:20 pm
동인동
낙영찜갈비
찬바람 부는 날씨면 매콤한 음식이 더 입맛을 당긴다. 대구하면 막창도 유명하지만 매운찜갈비도 그에 못지않게 유명하다. 1970년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동인동 갈비찜 골목. 처음에는 공사장 인부들의 술 안주를 파는 식당들로 골목이 형성되었다가, 그 식당들이 한둘 사라지고 다시 생겨나면서 지금과 같은 매운갈비찜 골목으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낙영찜갈비는 1974년 개점한 이래 동인동 매운찜갈비 골목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부드러운 소고기 육질에 알싸한 마늘과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특유의 칼칼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오랜 친구와 마주앉아 술 한잔 나누기에도 좋고, 온 가족 둘러앉아 한끼 식사로도 안성맞춤이다. 매콤하고 맛있는 찜갈비로 올 한해 수고한 가족들을 위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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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영찜갈비 / 대구광역시 중구 동인동1가 297-1 ☏ 053-423-3330
2:00 pm
커피명가
대구에는 내놓으라 하는 커피명가가 있다.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1990년 문을 열 때만 해도 커피명가(明家)였지만 지금은 누구나 인정하는 커피명가(名家)가 되었다. 본점은 대구 삼덕동에 자리하고 있는 걸 알지만, 계산성당을 앞마당으로 둔 캠프바이커피명가로 향했다. ‘사람들이 모이고 쉬고 생각하는 문화공간’을 공유하고 싶었다는 커피명가의 운영철학이 잘 묻어나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 아닐까 해서다. 110년 역사가 빚어내는 고딕양식의 고즈넉한 성당을 앞에 두고, 대구의 근대 문화가 곳곳에 남아있는 곳에서 마주하는 커피 한잔은 무척이나 깊고 향기롭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과 전시물도 늦가을 정취와 커피향이 어우러져 더없이 빛나고 있다. 커피명가 홈페이지에서는 로스팅 다이어리(Roasting Diary)를 제공하고 있으니 갓 볶은 신선한 커피를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다. 커피가 어울리는 계절, 커피명가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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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바이커피명가 / 대구광역시 중구 계산동2가 71 ☏ 053-422-0892
3:20 pm
음악감상실
하이마트
대구 동성로 최신 유행거리에 고전음악감상실 ‘하이마트’가 자리하고 있다. 주인은 55년 동안 하루도 쉬는 날 없이 고집스럽게 음악감상실을 지켜왔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에 머물지 않고 하이마트를 찾는 사람들은 저마다 동호회를 만들어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또 때로는 하이마트의 극장식 무대에서 함께 연주회를 열기도 한다. 서울에서 피난 온 음악 애호가 故 김수억 씨가 1957년 문을 열어 69년 작고하면서 딸 김순희 씨가 이어받아, 지금은 김순희 사장과 아들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고교시절 꿈 많던 소녀는 아버지의 바람대로 음악감상실에서 묵묵히 일했고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교사직을 마다하고 음악감상실을 지켰다. 클래식 음악을 자장가로 듣던 그의 아들이 이어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55년 전과 지금 바뀐 것이 있다면 LP판이 더러 DVD로 바뀌었다는 것뿐 김순희 사장과 아들인 오르가니스트 박수원 씨는 아버지와 할아버지 손때 묻은 것 그대로를 지켜가고 있다. 지난 5월, 55주년 기념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박수원 씨의 해설이 있는 음악감상회가 열린다. 음악이 주는 위로는 무엇보다 따뜻하다. 이 겨울, 독일어로 고향을 뜻하는 하이마트에 가면 따뜻한 위로를 온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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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마트 / 대구광역시 중구 공평동 16-21 3층 ☏ 053-425-3943
5:00 pm
대구
근대역사관
대구는 물론 우리나라의 근대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대구근대역사관. 1932년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으로 건립되었던 건물을 2011년 대구근대역사관으로 새롭게 단장해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근대기 대구의 모습과 선조들의 생활을 소개하는 상설전시장과 기획전시실, 체험실 등을 갖추고 있다. 2층에는 ‘한국인의 삶과 풍속’전이 열리고 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지난 삶의 모습과 풍속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대구근대역사관 주변으로는 이상화·서상돈 고택, 3·1만세운동길, 계산성당, 제일교회, 진골목 등 근대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골목탐방길이 조성되어 있다. 천천히 걷기 좋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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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근대역사관 / 대구광역시 중구 경상감영길 61 ☏ 053-606-6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