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진우체국 진호기 집배원이 소개하는 항구마을
강원도로 떠나기 전, 지인을 통해 '봄꿈을 꾸는 마을에서 봉구미(보오꾸미)라는 마을 이름이 유래 됐다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향민이 모여 살던 주문진의 '봄꿈꾸는 마을'. 하지만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봉구미 마을에도 도착해서 들은 유래는 전혀 달랐다. 주문진항의 안내를 맡아주었던 주문진우체국의 진호기 집배원은 주문진항의 지형을 따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전했는데, '산줄기 낙맥 끝에 움푹 파인 곳'을 뜻하는 말이 봉구미라는 것이다. 조금 실망을 하고 말았지만, 바다를 품은 마을과 그 마을을 내려다보는 등대의 모습은 그 실망감을 금세 지워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봉구미 마을은 걸어서 올라가기 힘들 만큼 가파른 언덕을 따라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따. 하지만 언덕길에 집들이 들어서 있다 보니 어느 마을에서는 보기 힘든 풍결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주 잠깐 걸었는데 발밑으로 눈 쌓인 지붕을 보여주는 집들이 내려다보이고, 골목 저 끝으로는 수평선 지닌 바다가 자리 잡고 있다. 분명히 어느 집 문을 방금 지나왔는데, 정면 발끝으로 다른 집 지붕이 불쑥 나타나기도 한다. 오래되고 낡았지만 흐르는 세월이 켜켜이 내려않은 집과 골목을 한참이고 서성이다 보면 이곳에서 고향을 그리던 실향민들의 따뜻한 꿈이 마음속에 가득 차오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오랜 세월 동안 이곳에 터전을 이루고 살았던 사람의 흔적이 마을 안에 노롯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리라.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는 깜깜한 뱃길을 비춰주는 하얀 색의 주문진 등대가 자리 잡고 있다.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는 길을 따라 등대 앞에 오르면 봉구미 마을 전체와, 마을 바로 옆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100여 년의 시간 동안 등대가 쉼 없이 바라 보았을 그 풍경 그대로.
지붕 위에 쌓인 눈마저도 서정적이다.
봉구미 마을의 집들은 대부분이 바다를 향해 있다.
봉구미 마을 중턱에서 바라본 주문진 앞 바다 전경.
마을을 내려와바닷가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넓게 발달되어 있는 주문진항에 다다른다. 지난 해 말부터 진행된 대대 적인 정비를통해 꽤 현대적이고 큰수산시장이 항구근처에 자리 잡았다. 덕분에 추운 겨울에도 이곳의 항구는 겨울 바다와수산시장의 먹을거리를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주문진의 특산품인 오징어는 물론 다양한 수산물을 파는 건어물 가게와 가자미 구이 동을 내는 생선구이 가게, 대게를 찌고 있는 가게들이 항구 옆 수 산시장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시장 한가운데에는 지난해 7월 첫 출항을 한 이사부 크루즈 선착장이 자리 잡고 있 는데, 속초와 양양 등지의 바다를 배 타고 돌아볼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문진 최고의 훈남인 진호기 집배원. 주문진우체국 전 직원이 우편 인증제나 금융 인증제 같은 자격증을 따도록 돕고 있다.
이 지역의 우편물 배달은 주문진우체국 직원들이 책임지고 있다. 진호기 집배원은 현재 영곡면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데,그를비롯한집배원들의역할은단순한우편물배달이아니다.오지마을사람들의고지서를받아 요금을대 신 내주는 일이나 택배 글씨를 써주는 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생필품을 공수하는 일도 종종 그들의 업무가 된 다. 바다와산에 둘러싸인 미을들에 우편물 배달을 하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이 생긴다 ... 눈 때문에 며칠간 가지 못한 오지 마을에 며칠 만에 우편물 배달을 하러 갔었어요. 읍내에서 마을 사람들의 차를 얻어 타고 갔기 때문에 다시 그 들의 차를 타고 나와야 했죠. 고러다 보니 그 분들의 시간에 맞춰야 했는데 마침 그날이 상견례 날이었습니다. 늦어 서야 겨우 마을을 벗어날 수 있었는데, 도착해보니 이미 상견례가 끝나 있더라고요.' 다행히 결혼은할수 있었지만 진호기 집배원에게 고때 일은 잊을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기자 일행이 주문진을 찾았던 토요일에도 주말근무 를 하고 있을 만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지만 주문진의 집배원들도 새해를 맞아 원대한 포부를 세웠다. 진호기 집배원은 지난해 자기 계발을 권하는우체국분위기 덕분에 우편 인증제 자격증을 딸수 있었는데, 올해는 우체국 전 직원이 자격증을 따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 ... 사실 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아서 어려움은 있지만, 제가공부했던 자료 들과경험들을바탕으로전직원이 우편인증제나금융인증제같은자격증을딸수있도록도울예정입니다.잘되 겠죠.' 또 지난 해 한 집배원에게 일어났던 사고처럼 안좋은 일이 다시 생기지 않는, 행복한 2011년이 되었으면 좋겠 다는바람도그들이전한새해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