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우체국 이희석 서무팀장, 최재영 대리가 함께 하는 청춘의 꿈
캠퍼스의 길을 걷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풀냄새와 분지의 열기가 채우고 있었다. 여름하면 더욱 뜨거워지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도시 경산에서도 가장 뜨거운 곳. 영남대학교 캠퍼스를 빼놓을 수 없다. 열정의 주인공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주인행세를 하며 캠퍼스를 거닐어 본다. 시원하게 뚫린 중앙 진입로를 따라 오르면 도로 중앙을 가로지르는 널찍한 잔디밭이 멀리 대학본관까지 이어진다. 국내에서 넓기로 소문난 캠퍼스답게 노란색 선 두어줄 그려놓은 중앙선만으로는 체면이 서지 않는 모양이다. 건물들도 높지 않고 널찍하게 배치되어 있어 시야가 시원시원하다. 멀리 보이는 중앙도서관만이 우뚝 서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걸어서 대학본관까지는 제법 되는 거리다. 본관 옆으로 봄이면 벚꽃이 만개한다는 러브로드를 따라 걸었다. 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길이다. 벚꽃과 젊은 연인들은 없었지만 신록이 우거진 길을 열심히 걷는 어르신들의 활기찬 모습이 제법 경치와 어울렸다. 영남대학교는 경산우체국 최재영 대리의 모교다. 최재영 대리는 학창시절 거닐던 길을 따라 걸으며 잠시 추억에 젖었다. 졸업한지 채 5년이 안되었지만, 사회인으로 열심히 살아오던 차에 찾아온 추억 서린 캠퍼스라 감회가 남다르다 했다. 최재영 대리의 안내로 민속촌까지 걸었다. 영남대 캠퍼스 안에 위치한 민속촌에는 구계서원과 함께 총 6개 동의 한옥이 보존되어 있다. 댐 건설로 수몰지역에 위치했던 문화재를 옮겨와 보존하고있다고 했다. 한옥 사이사이를 거닐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운치 있게 즐길 수 있고 더불어 맘의 여유도 찾을 수 있었다. 특히 민속촌에서 까치구멍집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가옥을 볼 수 있었는데 외양간까지 집안에 위치해 있는 독특한 구조가 인상적이다. 공기를 배출하는 유일한 구멍이 벽채 위에 나 있는데 그 모양이 까치집을 닮았다 하여 까치 구멍집이라 부른다.
경산우체국 최재영 대리
메타세콰이아길 끝에서 만난 꿈의 열기
강의가 없는 방학 중이라 학생들이 모여 있을 중앙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캠퍼스 어디에서나 훤히 보이는 중앙도서관은 중앙도로인 천마로를 따라 걸어 내려가다 키가 큰 메타세콰이아가 시원하게 뻗은 길의 끝과 만났다. 메타세콰이아길을 오가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비가 간헐적으로 내려 우산을 쓰고 걷는 캠퍼스 커플의 모습이 운치를 더했다. 중앙도서관에 가까워질수록 눈에 띄게 학생들이 늘더니 입구에 다다르자 학기 중인 것처럼 많은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열람실에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학구열은 뜨거웠다. 열람실 벽에는 커다란 동양화가 걸려 있다. 제목은 낙동강. 영남대교수로 있는 유산 민경갑 선생의 그림이다. 길이가 24m에 달해 낙동강대벽화라고도 한다. 1970년 낙동강을 중심으로 마을과 산의 모습을 그려놓은 그림으로 ‘금강에 살으리랏다’로 잘 알려진 노산 이은상의 글을 서예가 일중 김충현이 글씨를 써넣어 가치를 더했다. 산수화 속에 그려진 자동차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도서관 2층을 통해 밖으로 나오면 건너편으로 식당과 매점이 보인다. 대학시절 가벼웠던 주머니사정에 구내식당 밥값도 만만치 않았는데 바깥 식당가격보다 저렴한 가격표를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자판기 커피에 담배 한 모금으로 철학을 논하던 상아탑의 열정은 내 안 어디에도 남은 것 같지 않았지만 조금은 다른 모습이라도 열정이 넘치는 캠퍼스의 열기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었다.
푸른 야구장에 넘치는 열정
시중보다 20%나 싼 매점 아이스 바를 입에 물고 횡재한 기분으로 잠시 걸으니 알루미늄 배트의 경쾌한 마찰음이 들려온다. 소리를 따라 내려가니 야구장이 보인다. 선수들이 보이는 곳을 찾아 관중석에 앉았다. 야구부의 훈련구장은 여름날에도 쉼이 없었다. 푸른 잔디구장 위로 야구공이 빨랫줄처럼 시원하게 뻗어 나갔다. 역시 젊음의 에너지는 힘차다. 건장한 청년들이 내뿜는 거침없는 스윙에 더위는 잠시 잊는다. 시야를 가득 채우는 야구장의 푸른색이 마음에 여유를 주었다. 이렇게도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들이 모두 원하는 팀에 입단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꿈꾸는 캠퍼스에서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은 선수들에게도 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니 선수들의 표정이 더욱 진지해 보였다. 하지만 쉼 없이 뛰고 있는 선수들의 미래는 꿈에 다가가고 있기에 생각의 방향을 선수들과 함께 두었다. 양준혁 해설위원처럼 이곳을 거쳐 대한민국 프로야구에 큰 획을 그은 선수들의 면면이 떠올랐다. 그들도 같은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 냈듯이 그 자리를 이어주는 어린선수들에게도 희망은 크게 남아 있을 것이다.
지역주민에 단비 같은 문화공간, 천마문화센터
천마로를 따라 정문으로 내려가는 길에 가까워지자 천마아트센터가 보인다. 외벽에는 록밴드 ‘부활’의 콘서트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천마아트센터는 상대적으로 문화혜택이 적은 경산에 단비 같은 공연장으로 지역주민들에게 폭넓은 문화혜택을 지원하고 있었다. 4개의 공연홀과 갤러리로 이루어진 대형문화공간으로 일부 공연이나 전시에 대해서는 교직원과 학생 지역주민들에게 할인혜택을 주고 있었다. 이문세 콘서트, 유키구라모토 연주회, 뮤지컬 젊음의 행진 등 굵직한 공연들이 올해 말까지 열릴 예정이다. 이와 함께 천마아트홀에서 운영하는 천마아카데미에서는 수준 높은 강사들이 진행하는 성악, 서양화, 사진 강습과 음악교양강좌, 악기강좌까지 마련하고 있어 지역주민들과 학생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다. 규모에 따른 공연홀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에 맞는 문화공연이 열려 더욱 의미를 더했다.
경산우체국 이희석 서무팀장
잔디밭 위에서 추억에 잠기다
경산우체국 이희석 서무팀장은 잔디밭 위를 걸었다. 그리고 10여 년 전 캠퍼스의 봄을 떠올렸다. 봄이 오면 캠퍼스의 잔디밭은 인기가 높았다. 가난한 복학생들에게는 선술집이 되어주었고 커플들에게는 폭신한 데이트 장소였다. 공강시간에는 수다 떠는 휴게실이요, 돗자리를 펴면 피크닉의 낭만이 함께 펼쳐졌다. 비가 내린 후엔 싱그러운 풀냄새가 피어올라 가슴을 설레게 했다. 추억이 방울져 맺힌 잔디 위를 걸으니 정신없이 살아온 지금의 모습도 돌아보게 했다. 청춘의 열정은 모두 태워지고 없어진 걸까? 없다면 다시 청춘의 불꽃을 피워볼 수 있을까? 캠퍼스의 낭만이란 청춘이 가진 순수함이 있어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 나와서 앞만 보고 열심히 뛰어왔지만 이러한 삶의 열정이 청춘의 그것과 달리 느껴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캠퍼스의 잔디밭 위에 서니 같은 꿈을 꾸었지만 지금은 다른 곳에 있는 친구들의 얼굴이 하나 둘 떠올랐다. 삶의 본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고 인생과 철학을 논했던 그때의 고민들이 과연 현재의 삶에 어떤 모습으로 투영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극히 순수했던 마음만은 너무도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캠퍼스를 돌아 나오며 전화기를 꺼냈다. 그리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때 그 친구들 다시 또 만나서 그때 그 열정을 다시 한 번 불태워 볼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