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우체국 조영미,
김장미 대리가 소개하는
대구의 골목
근대 문화 역사를
따라서
진골목 - 미도다방
대구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문화예술인을 배출한 문화예술의 도시다. ‘빼앗긴 들어도 봄은 오는가’의 시인 이상화,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의 현진건, ‘동무생각’의 작곡가 박태준, 시조시인 이은상 선생 등이 대구 출신이다. 대구시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문화예술인의 흔적을 따라 걷는 골목길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진골목부터 뽕나무골목, 약전골목, 헌책방골목 등 근대 문화예술의 흔적이 도심 골목골목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비록 오래되었긴 했어도 그만한 가치를 지니면 현대 사람들에게 서정적인 감동을 전하고 있다. 그중 진골목으로 첫 발걸음을 옮겼다. 대구 반월당역 4번 출구에서 중앙로역 1번 출구로 이어지는 이 골목은 골목이 길어서 ‘진골목’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본래 진골목은 달성서씨 부자들이 모여 살았던 곳으로 풍채 좋은 한옥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경상감영공원, 대구근대역사관, 대구 최초의 일·양 주택인 정소아과의원, 국채보상운동 기념비 등이 진골목의 지난 세월과 대구의 근대역사를 말해준다.
진골목에 들어섰다면 반드시 들러볼 곳이 있다. 40년 전통의 미도다방. 대구의 사랑방이자 진골목의 터줏대감 같은 미도다방은 정인숙 마담이 손수 7시간 끓여낸 십전대보탕과 쌍화탕이 일품이다. 함께 내어주는 옛날과자(썬베이과자)도 푸짐하게 준다. 찻값은 2,500원, 아침에는 직접 끓인 들깨죽을 준다. 과자는 무한정 리필. 옛날 다방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나이 지긋한 사람에게 미도다방은 쉼터 같은 곳.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배달은 하지 않고 있다. 찾아간 그날도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늦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정성껏 달여 내어준 십전대보탕 한잔을 마시니 더위로 지친 몸이 깨어난다. 가을 오후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한번 찾아가 보길.
진골목 대구광역시 중구 대구지하철 반월당역 4번 출구~중앙로역 1번 출구
미도다방 대구광역시 중구 종로2가 66-1 / 053-252-9999
뽕나무골목
헌책방골목
뽕나무골목 - 약전골목 - 이상화 고택
뽕나무골목은 대구지하철 반월당역 14~16번 출구, 계산성당에서 동아쇼핑 사이의 좁은 골목이다. 뽕나무골목이라고는 하지만 현재 뽕나무골목엔 뽕나무가 없다. 그럼에도 이 골목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민족 애국지사들의 흔적과 민족운동 당시의 아픈 과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진골목에서 나와 약전골목을 지나야 뽕나무골목으로 이어진다. 약전골목도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특히나 골목 안에는 대구유형문화재 제30호로 지정된 제일교회 건물이 있다. 이 교회는 1937년 지어진 고딕양식의 건물로 담쟁이덩굴로 뒤덮여 멋스러움을 뽐낸다. 바로 이 제일교회 맞은편 뽕나무골목에 들어서면 항일역사의 발자취를 만나게 된다.
뽕나무골목에 다다르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민족시인 이상화 시인과 국채보상운동의 창시자인 서상돈 선생의 고택이 나타난다. 계산동 2가 84번지에 위치한 이상화 고택은 이상화 시인이 1939년부터 작고하던 1943년까지 기거하던 곳이다. 2001년 오래된 고택이 도로로 변할 위기에 처하자 고택보존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이 일어났다. 대구 시민의 힘으로 이상화 시인의 고택을 지켜낸 것. 이상화 시인 고택 바로 옆에는 대구 출신 민족자산가이자 국채보상운동 주창자인 서상돈 선생 고택이 있다. 이 골목을 돌아 큰길로 나오면 바로 1901년 지어진 계산성당이 나온다. 이어지는
3·1 만세운동길에는 만세운동에 참가한 대구 인물들의 조형물이 설치돼 있고 만세운동길 90계단에는 거리 갤러리를 포함하여 3·1운동 당시의 장면을 재현해 놓았다. 잠깐이지만 느린발걸음으로 항일운동의 역사를 따라가 보는 것도 좋겠다.
뽕나무골목 대구광역시 중구 계산동 대구지하철 반월당역 14, 15, 16번 출구
이상화 고택 대구광역시 대구 중구 계산동2가
헌책방골목 - 물레책방
새책이 주는 나름의 매력이 있다. 빳빳한 종이질감, 적당한 잉크냄새, 색감 좋은 이미지는 새책을 열었을 때의 기대감을 높여준다. 그러나 못지않게 헌책이 주는 매력도 대단하다. 손때 묻은 세월의 흔적, 오래된 종이냄새는 어쩐지 책의 깊이를 더해준다. 가난한 시절, 사람들은 헌책방을 자주 드나들었다. 대구도 어렵던 시절 곳곳에 헌책방이 들어섰었다. 한국전쟁 직후 대구시청을 본거지로 일신학원을 지나 봉산동 가구골목 좌우편, 남문시장, 계성고, 대구역 지하상가로 헌책방은 한때 무척이나도 번성했었다. 문흥서림(김정원), 신흥서림(박창대), 신라서점(정운복), 대륙서점(이한선)은 40년 이상 영업을 한 경우다. 이제는 대부분 사라지고 몇몇 헌책방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지만 헌책은 여전히 지난 세월의 감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제는 많이 사라지고 남은 헌책방 중 대구시 문화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책방이 눈에 띈다. 헌책방거리에서 조금 물러나 대구 수성경찰서 옆 좁은 골목길을 따라 50m쯤 걸으면 왼쪽으로 물레책방이 보인다. 한눈에 찾기 쉽도록 온통 연두빛으로 실내외를 꾸몄다. 기존의 헌책방과는 달리 상큼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아동전집부터 인문서적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책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물레책방 주인은 어려서부터 헌책방을 자주 드나들었고 대구시내에 헌책방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헌책방을 직접 차렸다. 물레책방은 단순한 헌책방이 아니라 지역문화예술인들과 관계를 맺고 출판기념회, 청소년 인문학교실, 책방에서 다큐보기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좋은 책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함은 물론 헌책방에서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 또 대구지역출판물은 따로 모아 대구지역 문화의 명맥을 잇도록 했다. 깊어가는 가을, 헌책방 나들이 권해본다.
물레책방 대구광역시 수성구 범어4동 202-13 / 053-753-0423
대구 골목길 투어안내 대구광역시 중구청 문화관광과 / 053-661-2194
가을 그림
향기 속으로
봉산문화거리
서울에 인사동이 있다면 대구에는 봉산문화거리가 있다. 봉산문화거리는 대구의 대표적인 문화예술거리로 서울을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이만큼 화랑이 밀집해있는 거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인천, 광주 등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시도할 정도로 알아주는 미술 전문거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이 거리는 화랑, 화방, 골동품점, 표구사 등 57개의 미술전문 상가가 들어서 있다. 몇몇 화랑이 몰려 있던 좁은 골목이 문화예술거리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은 1991년의 일이다. 초기에는 미술용품 판매, 표구제작, 그림 거래 등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현재는 여러 화랑에서 다양한 미술작품도 수시로 전시·판매하고 있다. 또 전시관람뿐만 아니라 연중 수시로 전시, 강연, 거리공연 등이 펼쳐져 누구나 어울려 공연을 즐길 수도 있다.
대구시는 올 들어 봉산문화거리 입구에 ‘Media Sky-봉산하늘’로 명명된 조형물을 설치했다. 봉산문화거리를 알리고 얼마 전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기념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이 조명은 봉산문화거리의 낭만, 꿈, 비전 등을 담아 보다 역동적인 문화거리로의 변화의지가 담겨있다. 10월 6일부터 12일까지 ‘2100 봉산 아트 페어’가 열리니, 봉산문화거리의 화랑 데이트도 좋겠다.
봉산문화거리, 봉산문화회관 대구광역시 중구 봉산동 125 / 053-661-3081
갤러리 소헌 - 소헌 컨템포러리
봉산문화거리의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갤러리 소헌 & 소헌 컨템포러리는 원창호·이옥선 부부가 운영하는 갤러리다. 1991년 봉산문화거리에 갤러리 문을 연 부부는 유망한 신진작가 발굴을 화두로 삼고 있다. 독창적인 전시기획과 유망작가 발굴로 해외는 물론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갤러리. 지역작가의 꾸준한 발굴 전시로 서울과 해외로 진출할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 지역 갤러리지만 국내 중심 갤러리로 거듭나고자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갤러리 소헌을 통해 데뷔한 작가들의 작품이 품절되는 일도 있고,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먼저 알아보고 작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현재 전시 중인 ‘우리시대 인물과 표정展’의 이환권 작가도 그러한 예의 대표작가다. ‘바람부는 날’을 주제로 도시의 젊은 여성, 찜질방의 군상들 등의 작품을 전시한 이환권 작가의 대표작품 중 바람부는 날, 반코트를 입은 소녀가 빨간 우체통 앞에 서 있는 작품이 중국에서 먼저 판매되었을 만큼 갤러리 소헌을 통해 아시아 스타작가로 거듭난 경우다.
우리시대의 현실, 아픔, 사회현상 등 동시대의 문화를 함께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작품 등에 눈길이 간다는 부부는 앞으로도 신진작가 발굴은 물론 다양한 화랑문화를 위해 할 일이 많다고 했다. 동시에 일반인들도 화랑에 자주 들러 그림과 함께하는 문화생활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도 비췄다. 우리시대의 다양한 현상을 담은 작품, 지금 만나러 가보자.
갤러리 소헌 대구광역시 중구 봉산동 223-27 / 053-426-0621
짙은 커피로 깊어지는
가을 향기
앞산 카페거리
대구의 앞산은 산성산, 대덕산, 비파산의 3개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구 시민들의 자주 찾는 휴식의 장소이자 도심 녹지의 중심이다. 다양한 등산로가 개설돼 있는 앞산공원은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연출하며 시민들의 발길을 당긴다. 최근 앞산네거리에서 현충삼거리(1.5㎞)에 이르는 길목에 카페, 파스타, 레스토랑, 커피전문점 등 30여 개 업소가 들어서 카페거리를 형성했다. 앞산과 더불어 또 다른 휴식의 장소로 부상하고 있는 것. 앞산을 배경으로 한 운치 있는 카페거리가 유럽의 여느 풍경과 닮아 일품이다. 특히 가을이면 3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멋스러움을 더한다. 창가에 앉아 노란 단풍길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가을의 낭만을 더해준다.
앞산 카페거리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9동
ESPRESSO&COMPANY
구수한 향기에 이끌려 들어간 곳은 에스프레소 앤 컴퍼니. 주인장 류상원 대표가 로스팅을 하고 있었다. 대구에서 몇 안 되게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내는 카페이다. 대형 카페체인점들과 달리 갓 볶은 신선한 커피를 내기 때문에 커피 특유의 신맛과 쓴맛, 단맛을 음미하기에 그만이다. 특히 커피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주인장은 독일, 이탈리아의 최고 로스팅 머신을 들여와 에스프레소 앤 컴퍼니만의 커피맛을 테이블에 올리고 있다. 커피와 함께 이 카페에서 인기 있는 것은 수제 샌드위치로 커피 못지않은 신선한 재료를 엄선하여 당일 만든 샌드위치만을 제공하고 있으며, 과일 100%로 갈아 만든 과일주스도 주인장이 자랑하는 음료다. 브라운 계열의 인테리어와 지역작가들의 그림이 전시된 에스프레소 앤
컴퍼니. 가을의 고즈넉한 분위기 느끼기엔 충분할 터다.
일요일은 문을 열지 않는다.
ESPRESSO&COMPANY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9동 493-40 / 053-621-8251
CAFE508
앞산 카페거리의 대표격이라고 할까? 카페508은 카페거리가 조성될 무렵인 2009년 겨울에 문을 열었다. 건강한 카페를 지향하는 카페508은 음식에 들어가는 모든 양념과 재료, 드레싱을 조미료 없이 직접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회벽의 높은 천장과 원목테이블과 의자, 심플한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뤄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랜 시간 머물며 연인끼리, 친구끼리 대화하기 좋은 공간. 커피와 음료, 파스타류가 주메뉴인 카페508의 메뉴 중 가장 사랑받는 메뉴는 검은깨오징어먹물파스타로 파스타의 개념을 깬 샐러드 느낌의 차가운 파스타다. 한여름 이 파스타를 먹으러 많은 연인들이 찾았다는 후문. 또 오키나와타코라이스도 과자와 밥을 함께 먹는 맛으로 카페508에서만 맛볼 수 있다. 카페2층에는 갤러리508을 운영하고 있다. 매월 각기 다른 작가의 초대전을 열고 있다. 갤러리 관람 후 커피 한잔을 해도 좋겠고, 커피 후 갤러리를 관람해도 좋겠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파스타 등의 식사메뉴는 11시 30분부터 가능하다.
CAFE508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9동 508-1 / 053-625-5081
자연의 거리를
즐기다
대구수목원
대구수목원이 자연공간으로 거듭난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대구수목원이 들어선 달서구 대곡동은 1990년 4월까지 대구시민의 생활쓰레기 매립장으로 10년 동안 아무런 대안 없이 방치되어 있던 곳이었다. 대구시는 이 쓰레기 매립장을 전국 최초의 친환경적인 생태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1997년부터 2002년까지 5개년에 걸쳐 도시형 수목공원으로 조성했다. 한때는 쓰레기 매립장으로 버려졌던 공간이 자연녹지공간으로 탈바꿈되어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것. 어린아이들의 소풍공간으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가족들의 나들이 코스로, 노인들의 쉼터로 대구수목원은 개원 이후 시민들로부터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각종 식물전시, 교육프로그램 등의 지속 개발로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각종 식물에 대한 해설사의 설명도 진행된다. 침엽수림원, 야생초화원, 활엽수원, 분재원, 죽림원, 산림문화전시관 등으로 구성된 대구수목원은 1,750종 450,000본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갈아입고 관람객을 밝히는 대구수목원의 가을이 새삼 기대된다. 아이와 함께라면 더 좋을 장소다. 개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대구수목원 대구광역시 달서구 대곡동 284 / 053-640-4100
허브힐즈
허브힐즈는 독특하다. 자연을 구성하는 동식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적 취지와 놀이문화가 친환경적으로 결합해 있기 때문. 이른바 ‘에코테마파크’라고 불린다. 에코테마파크 허브힐즈는 산림욕을 즐기고 피톤치드를 마시며 숲을 느끼고, 이야기하고 친구가 되는 공간. 그래서 어린아이부터 연인들, 가족들에 이르기까지 대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나들이 장소다.
정문 매표소에서부터 100여m에 걸쳐 펼쳐진 메타세쿼이아로드, 홍단풍길은 지금 계절에 걷기 그만으로 온몸으로 피톤치드를 호흡할 수 있다. 아름다운 허브들로 가득 채워진 힐즈로맨틱 공간은 연인들에게 최고의 낭만코스. 녹차와 허브가 결합한 녹차원은 2500여 그루의 녹차나무가 퓨전의 자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어린이, 성인 전용의 숲속 놀이시설의 신개념 에코어드벤처도 한번쯤 체험해봐야 허브힐즈 좀 가봤다고 할 것이다. 허브를 이용한 쿠키 등의 먹을거리도 훌륭하다. 허브힐즈에서라면 체험프로그램과 놀이를 통해 숲과 환경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허브힐즈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534-1 / 053-767-6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