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저 ‘종의 기원’의 발상지
태고의 신비가 가득한 갈라파고스는 큰 섬 13개, 작은 섬 17개, 암초 43개로 이루어져 있다. 또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835년 영국 해군의 측량선 비글호 편으로 갈라파고스를 첫 방문한 찰스 다윈은 이곳의 희귀 동식물에 크게 매료되었다. 당시 그는 생물학자 자격으로 승선해 남반구의 동식물, 기후, 지질 등을 연구 중이었는데, 5주간 돌아본 후 생물진화이론을 깨닫고 명저(名著)를 세상에 내놓았다. 생물의 진화가 자연도태에 의해 일어난다는 그의 학설은 당시 과학계나 종교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오늘날 갈라파고스 제도 내 산타클로스 섬에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다윈연구소가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생태계 전문가들은 이 연구소에 모여 갈라파고스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의 연구와 보호에 노력하고 있다. 갈라파고스는 지금도 활화산이 도처에 있을 정도로 왕성한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화산섬이다. 발트로메 섬에 가보면 화산 폭발 후 흘렀던 용암 주름무늬가 넓은 지역에 걸쳐져 있다. 방사성 연대측정법 등으로 암석을 조사한 과학자들에 의하면 갈라파고스 섬의 형성 시기는 7백만 년에서 45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처음에는 어떠한 생명체도 없었으나 대륙에서 여러 생물들이 해류를 타고 옮겨왔고, 독특한 환경에 잘 적응해 오늘날 같은 특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라비다 섬에서 쉬고 있는 바다사자들
평균 수명 150세의 코끼리거북
새끼를 키우는 신천옹
머나 먼 갈라파고스로 가는 에코투어
경이로운 자연과 태고의 신비가 살아 숨쉬는 갈라파고스로 가기 위해 에콰도르공화국의 수도인 키토에 도착했다. 한국에서는 곧장 가는 비행기가 없어 브라질 상파울루에 먼저 도착한 후 그곳에서 다시 에콰도르 수도인 키토로 향하는 비행기로 갈아탔다. 그리고 키토에서 간신히 갈라파고스행 비행기와 유람선 표를 구할 수 있었다. 원래는 오래 전에 예약을 해야만 여행이 가능하지만, 다행히 현지 한국대사관과 교민들의 협조로 무사히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갈라파고스에서의 관광은 유람선을 이용한 크루징투어다. 섬과 섬 사이를 유람선으로 오가는데, 관광객들은 보통 4박 5일 혹은 7박 8박일 동안 배에서 숙식을 하며 관광을 즐긴다.개별적인 여행은 허락되지 않으며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오직 자격 있는 안내인을 따라 단체관광을 해야 한다. 항공료와 크루징투어 비용을 합친 갈라파고스 패키지 투어비용은 에콰도르의 물가 수준을 고려하면 상당히 비싼 편이다. 하지만 원시 그대로의 자연과 진귀한 동식물 관람, 파도에 흔들리는 유람선에서의 잠과 세 끼 식사, 광대한 수평선에 저물어가는 붉은 태양을 보는 것은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즐거움이다.
여행은 반드시 가이드와 함께
해초를 먹고 사는 바다 이구아나
공룡처럼 생긴 육지 이구아나
흥미로운 갈라파고스의 동물들
갈라파고스에 도착한 후 산티아고·세이모우르·이사벨라 섬 등을 돌아다니며 흥미로운 생물들을 많이 만났다. 코끼리거북은 갈라파고스의 상징적인 동물이다. 갈라파고스 섬은 1535년 스페인 사람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는데, 당시에는 무인도였으며 큰 거북이 많이 살고 있었다. 그 후 스페인어로 거북을 뜻하는 갈라파고스라고 불리게 되었다.
라비다 섬 해변에는 수백 마리의 바다사자가 잠을 자거나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한가한 모습으로 떼 지어 있다. 사람이 다가가도 별로 놀라지 않는데, 자기들에게 해롭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섬 다른 쪽 해변에는 말로만 듣던 이구아나가 있었다. 바위 위에 몰려 있는 녀석들은 험상궂게 생겨 가까이 다가가기가 겁이 날 정도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영락없이 중생대시절의 공룡모습으로 단지 크기만 다를 뿐이다.
갈라파고스 펭귄은 평균 40cm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종이다. 부부애가 좋은지 보통 짝을 지어 다닌다. 펭귄이나 물개는 남극지방의 동물이지만 갈라파고스에서는 열대동물과 사이좋게 공존한다. 또 이곳엔 새들과 바다 속 해양생물들 역시 다양하다. 122종의 조류 중 28종의 텃새가 갈라파고스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며, 열대어류는 50종이 고유종이다. 가시가 수없이 돋아난 선인장은 키가 1m가 넘는 것도 많다. 육지 이구아나는 선인장의 꽃과 열매를 즐겨 먹기 때문에 선인장이 무성한 곳에서는 육지 이구아나를 만날 수 있다.갈라파고스가 이처럼 특이하고 다양한 고유종을 갖게 된 데는 자연환경의 영향이 크다. 적도 가까이 있으면서 바닷물의 온도가 높지 않고 강우량도 적어 대륙에서 해류를 타고 온 여러 생명체들이 서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모범이 되는 갈라파고스 제도의 자연보호
갈라파고스의 철저한 자연보호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특이한 자연환경을 보려고 해마다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그러나 에콰도르 정부에서는 많은 인파로 인한 동식물의 훼손을 우려해 관광객의 수를 제한하고 있으며, 수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갈 수 있을 정도다. 도착한 후 세관에선 섬 내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동식물의 반입을 엄격히 가린다. 보통 섬과 섬 사이를 유람선으로 5일에서 30일까지 본인이 원하는 기간동안 여행하게 되는데, 섬을 떠날 때도 세관에선 섬 안에 있는 어떠한 것도 가지고 갈 수 없도록 엄격하게 소지품 검사를 한다. 그들은 갈라파고스 제도가 자연 그대로 보존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생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고 싶은 곳인 갈라파고스 제도지만, 살아있는 동물은 물론 풀 한포기, 돌멩이 하나 임의대로 처분할 수 없도록 완벽한 보호를 받고 있다. 유네스코가 세계의 자연유산으로 지정한 갈라파고스, 오래도록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채 인류에게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남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