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평균고도 3,500m, 하얀 설원이 빚어내는 대자연의 파노라마가 한눈에 펼쳐진다. 눈부신 순백세상과 마주한 순간, 청정공기가 폐 속 깊이 시원스레 스며든다. 광활한 청정지대, 이곳에서는 새삼 산소의 고마움을 온몸으로 실감한다. 남쪽으로는 히말라야, 서쪽으로는 카라코람, 북쪽으로는 쿤룬, 동쪽으로는 탕구라 산맥으로 둘러싸인 광대한 고원분지. 티베트에는 신을 가슴에 품고 자기 헌신을 통해 불멸의 삶을 추구하는 순정 깊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환경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것일까. 티끌의 욕심이 없는 순박한 사람들의 성향이 무공해 청정환경을 닮아 있는 듯하다.
카일라스 동쪽 / 마나사로바 호수
티베트의 중심 라사에 신을 만나러 오는 사람들
티베트 여행의 중심은 ‘라사’다. 라사는 7세기경 송첸 감포(약 619~649년)가 수도를 라사로 옮기면서 티베트의 중심이 되었다. 높이 130m의 포탈라궁에 오르면 라사 전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치의 중심인 백궁과 종교적인 신권을 누리는 홍궁이 조화롭게 우뚝 서 있다.
포탈라궁은 송첸 감포 시대에 처음 짓기 시작해 무려 1천여 년의 세월 동안 증·개축을 하면서 완성되었다. 13층 높이에 동서로 길게 뻗은 길이 360m에, 1천 개 이상의 방이 있는데 내부는 일부만 개방돼 있다. 화살표를 따라가다 보면 수천 킬로그램의 황금과 수많은 보석으로 장식한 불상, 역대 라마들의 유체를 모신 영탑, 정교한 만다라를 만날 수 있다. 또 달라이 라마가 외교 인사들을 만나던 접견실과 개인 명상실, 침실 등도 볼 수 있다.
라사 시내를 다니다 보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몇 년에 걸쳐 오체투지(두 무릎을 꿇고 이어 두 팔을 땅에 대고 머리를 숙이는 절)로 조금씩 조금씩 포탈라궁이나 조캉사원으로 오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신을 만나러 오는 사람들이다. 중국의 지배가 반세기를 지났지만 티베트 사람들의 신을 향한 마음은 더욱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눙다가 휘날리고 있는 다르첸
성산 카일라스
방목 중인 야크
티베트 여인
고통을 감내한 만큼 영혼이 충만해지는 카일라스 순례
서부 티베트 카일라스로 가는 길. 라사에서 서부 티베트 카일라스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지만 정신적으로 충만한 길이다. 평균 해발고도 4천m로 여러 개의 높은 고개와 강을 건너야 하는 길이다. 라사를 출발한지 나흘째, 1,200km의 길을 달리고 달려 마침내 카일라스의 관문 다르첸에 다다랐다.
도착해 보니, 카일라스 평원 서쪽 하늘이 석양을 받아 붉게 물들어 있다. 이곳에 데려다준 운전사가 카일라스 산정이 보이는 마나사로바 호숫가에 세워진 타르쵸(불경을 천에 적은 룽다를 걸어놓은 기둥)를 향해 삼배(三拜)를 올린다. 신의 거소(居所) 카일라스에 온 것이다. 카일라스는 해발고도 6,714m로 히말라야 산맥 북쪽 티베트 평원에 우뚝 솟아 있다. 티베트 사람들은 이 산을 우주의 중심이자 지구의 배꼽인 수미산이라 여기며, 석가모니 부처가 환희불로 화현한 곳이라 믿고 있다.
고통을 감내한 만큼 영혼이 더없이 충만해지는 카일라스 순례 체험에 나섰다. 카일라스 순례는 2박 3일 동안 약 53km를 시계방향으로 돈다. 해발 4,675m의 다르첸에서 시작해 2일째는 5,630m의 돌마 라 고개를 넘고, 3일째는 종추강을 따라 걷고 주툴푹 곰파를 지나 다르첸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직벽으로 솟아오른 자애로운 신의 얼굴
결연한 마음으로 순례를 시작했다. 대자연의 풍광을 마주하고 평지를 2시간쯤 걷자 햇빛에 찬란하게 빛나는 카일라스가그 비밀스럽고 신비스런 자태를 드러낸다. 저절로 발걸음이 멈춘다. 모두들 환희에 찬 표정으로 벌린 입을 다물 줄 모른다. 수직으로 쭉 뻗은 암벽, 즉 직벽으로 솟아오른 카일라스를 만나는 순간, 그것은 마음속에 품고 있던 부처의 얼굴이다. 한없이 자애롭고 위엄이 넘치는 얼굴이 내려다보는 듯하다. 여행하면서 생긴고산증이 일시에 치유되는 느낌이다. 신이 내려다보고 있는 이 길을 충만한 마음으로 걷는다.
깊은 협곡 위로 이어지는 산길을 지나자 카일라스 평원이 보인다. 카일라스 순례의 끝자락이다. 멀리 평원 너머로 락타스탈 호수도 보이고, 늘어선 히말라야 연봉들도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