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벌교에는 벌교우체국이 화려하진 않지만 듬직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선 특산물인 꼬막 이외에도 참다래, 배, 딸기, 감자 등을 주로 취급하는데 지역 내에서 든든한 집배센터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오늘은 특별히 특산물 꼬막을 잘 하기로 유명한 국일식당을 찾았다. 벌교우체국 직원들과 함께한 맛깔 나는 시간 속으로 떠나보자.
어머니의 맛, 싱싱한 꼬막정식
남도여관 맞은편, 국일식당은 시어머니에 이어 2대째 운영 중인 63세 하옥심 여사의 손맛이 듬뿍 담겨있는 곳이다. 국일식당의 꼬막정식에는 꼬막을 주 재료로 해 삶은 참꼬막, 꼬막전(부침개), 꼬막된장국, 꼬막무침이 나온다. 또 지역특성에 맞게 양념게장, 굴무침, 숭어회, 갈치속젓, 민어구이 등 5~6종의 해산물도 나온다. 이뿐 아니다. 고사리, 호박무침 등 계절반찬이 십여 가지나 줄지어 나와 보고만 있어도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된장, 고추장 등 모든 양념재료는 집에서 직접 담근다. 게다가 좋은 재료를 직접 구매해 방앗간에서 직접 참기름이며 고춧가루 등도 만들어 사용한다. 연세도 지긋하신데 왜 사서 먹지 않고, 직접 재료를 사 와서 만드느냐 묻자, “그래도 먹고 살 수 있는 건 우리지역 사람들 때문인디, 우리지역 농산물 안 쓰면 벌 받을 거 같아서 그려” 한다. 보성군 내, 꼬막식당이 2백여 곳이 넘는다는데, 40년 이상 손님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분명했다. “우리 집은 식당이 곧 집이여. 들어오믄서 봤는지 모르갔는디, 애 아부지가 자리 깔고 있었잖여. 우리 식구는 여서 밥 먹고, 자고, 애들 키우고 그렸어. 그래서 식구 먹는 맛이
나 손님 차리는 식사나 똑같어. 그러니, 허투른 상술 부릴 시간 있겄어.” 구수한 사투리와 더불어 달착지근한 꼬막 맛이 양념처럼 입에 감긴다. 주인장은 60세를 넘은 나이지만 모든 정신을 손님상에 오르는 찬에 집중하다 보면 무릎 아픈 것도 잊어버릴 때가 있다면서 수줍은 미소를 던진다.
맛집 탐방에 나선 벌교우체국 직원들
쫄깃하고 싱싱한 맛, 꼬막축제
워낙 가정에서도 흔히 먹는 꼬막이지만 이제부터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꼬막이 묻힐 정도로 찰랑찰랑하게 물을 부은 후, 80~90℃ 정도에서 한소끔 끓여낸 후, 뚜껑을 열어 한 방향으로 젓는다. 그리고 약한 불에 3분 정도 끓여내면 된다.
“100℃ 넘는 물에서 삶으면 꼬막이 입을 열어 불어~” 그렇다면 싱싱한 꼬막을 고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껍질에 난 골이 싸나워야 혀. 요넘 맨치럼 들어갈디 쑥 들어가고, 나올디가 싸납게 나와야 좋은 꼬막이여. 민둥민둥 허니 골이 안 나는 건 맛도 시원찮여~” 푹 삶아내 장꼬막(양념장을 얹어 먹는)으로 먹을 생각을 하니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매년 11월경에는 벌교 일원에서 꼬막축제가 열린다. 꼬막은 10월에서 5월에 주로 채취되는데, 이 중에서도 바로 지금, 2~3월에 먹는 꼬막이 제일 맛깔 난다. 게다가 3~5년산은 더욱 담백하고 쫄깃하다. 그리고 반대로 6월부터 삶은 꼬막은 피하는 게 좋다.
홍교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된 실제 장소
소설 태백산맥의 고장, 벌교
벌교 지방은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벌교읍 곳곳에는 소설 속의 주 무대로 등장했던 여러 장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지금은 소설 속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지만 벌교 역사를 나오면 북적거리는 가판행렬이 장터의 옛 느낌을 전해 준다. 지금도 4일과 9일에 장이 선다. 사람들의 향기가 가득 느껴지는 장터에서 우리 민중사의 아픔은 물론 뜨거움까지 알알이 밟힌다. 길거리 어디에선가 염상구가 장돌뱅이들을 노려보고 있을 것만 같아 뒤를 돌아보게 된다.남도여관은 검은 판자벽에 함석지붕, 전형적인 일본식 2층 건물이다. 남도여관 앞길은 일본인들 중심거리로 소위 본정통이라고 불렸다.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여관 앞을 지나며 역사적 유물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강점기 때의 유물은 아픈 기억이지만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이기에 언제고 그 자리에서 현재의 우리에게 말을 걸어와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 와서 벌교의 상징인 ‘홍교’를 다녀오지 않을 수 없다. ‘횡갯다리’라고 불리는 홍교는 벌교 포구를 가로지르는 다리 중 가장 오래된 교량으로, 무지개형 돌다리다. 원래는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뗏목다리가 있었는데, 1728년(영조 4년)에 선암사의 초안선사가 보시로 홍교를 건립했다. 남아있는 아치형 석교 중 가장 크고 아름다워 보물 제304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국일식당
메뉴_ 꼬막정식(1만 3천 원),
짱뚱어탕(7천 원), 대구탕(1만 2천 원), 주꾸미구이(1만 원)
휴무_ 연중무휴
좌석_ 130여 석
주차_ 식당 주변 갓길 주차
소재_ 전남 보성군 벌교읍 벌교리 624번지예약_ (061) 857-05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