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팔아 여행을 즐기면서도 행정구역상의 지명 인식에는 문외한인지라 보령땅을 밟기 전까지만 해도 충남 대천과 동급의 행정도시라 생각했다. 오서산과 성주산 사이의 비옥한 땅에서 서쪽바다를 향해 열린 도시, 보령은 서두에 소개한 도선국사의 말 뜻 때문인지 1995년 대천시와 통합되는 과정에서 그 이름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현재에 이르렀다. 보령에 도착하니 다소 한적할 정도로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보령우체국의 최근호 지원과장이 정겨운 미소로 손을 맞이한다.
무창포에서 즐기는 주꾸미 샤브샤브
보령우체국을 등진 뒤 20여 분이 지났을까. 너른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가 싶더니 어느덧 주꾸미의 쫄깃한 싱싱함을 전해 줄 ‘대해로 횟집’에 도달했다. 무창포해변 모래사장과 바닷길이 열리는 광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 좋은 2층에 자리를 잡자 제철음식으로 각종 매체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주꾸미 샤브샤브가 나왔다.
살짝 구운 굴(석하), 메로와 우럭 구이, 대하, 소라 등 10여 종의 해산물로 입맛을 돋우자니 싱싱함을 얘기하려는 듯 양푼에서 꿈틀꿈틀 도망가기 바쁜 주꾸미가 시선을 뺏는다. 개인적으로 강한 맛을 선호하다 보니 주꾸미볶음의 매옴한 사진에 마음이 동하였지만, 산 주꾸미의 맛을 그대로 감미하려면 샤브샤브로 먹어야 제 맛이라는 추천에 내심 기대해 본다.
미나리, 버섯 등의 신선한 야채로 이뤄진 육수에 살짝 데친 주꾸미를 한입 베어 물면 담백한 해물의 맛과 새큼달큼한 초고추장의 맛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바다의 맛이 전해진다. ‘꼬마 문어’라는 별칭처럼 문어의 쫄깃함과 부드러운 감촉이 부담을 덜해 준다. 더불어 푹 우려낸 국물은 쌀쌀한 바닷바람에 움츠러든 몸의 긴장을 사르르 풀어주기에 제격이다. 왠지 이름도 어설프고 생김새도 볼품없어 뵈는 주꾸미가 봄철 미식가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주꾸미 샤브샤브 맛의 핵심은 머리
사실 핵심은 머리가 아니라 머리라 불리는 몸통에 꽉 들어찬 알을 맛보는 것. 보령지방의 주꾸미는 끌망이나 낭장망 등을 이용하지 않고 옛 방식 그대로 고둥껍데기를 이용해서 체취하기에 알을 듬뿍 품은 주꾸미를 맛볼 기회가 많다는 설명이다. 몸통에 꽉 들어찬 알은 마치 쌀밥을 대나무 속에 지어낸 듯한 모양새다. 몸통을 잘라 통째로 입에 넣으면 톡 터지는 주꾸미 알과 부드러운 육질이 마치 연한 고기에 따뜻한 밥을 얹어 먹는 느낌이다. 얼추 주꾸미 샤브샤브를 다 먹어갈 무렵,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주꾸미의 무기라 할 수 있는 먹물을 터트린 국물에 칼국수나 라면 등을 넣어 먹어도 쌉싸래한 맛이 독특하다.
주꾸미는 봄철에 주로 남서해안에서 서식한다. 또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아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어 여성들의 빈혈예방에 제격이다. 지방이 거의 없고 먹물에 들어있는 타우린 성분이 숙취해소 및 스태미나 증진에 뛰어난 효과를 주기 때문에 남성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영양과 맛으로 승부하는 식재료라 소문이 나서 제철이라지만 1kg에 3~4만 원 정도로 주꾸미값은 상한가를 달리는 중이다.
주꾸미를 사랑하는 보령우체국 직원들
대해로 횟집의 또 다른 별미, 우럭 지리탕
해변가 수많은 횟집이 있을 진데 보령우체국 직원들은 그 중 이곳, 대해로 횟집을 왜 추천하는 걸까? 다름 아닌 1994년 개업 이래 특별한 애·경사를 제외하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손님을 맞이하는 열의와 지역 어촌계장을 하고 있는 주인장의 정직하고 신선한 음식제공 때문이라며 한 데 입을 모은다.
미나리, 대파, 무, 청양고추 등의 야채와 통통하게 살이 붙은 우럭이 자글자글 끓기 시작한 지리탕에선 매콤한 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따뜻한 밥 한술을 떠서 지리탕 국물에 푹 잠겨 먹으니 알싸함과 개운한 맛에 이내 속까지 든든해진다. 담백한 흰살을 가진 바닷고기를 이용하는 지리탕은 어두육미라는 말처럼 우럭 대가리를 주재료로 하여 영양만점의 음식이라 할 만하다. 특히, 숙취해소에 그만이다. 이외에도 대해로 횟집은 각종 활어회와 붐장어구이, 낙지볶음 등의 해산물 요리도 선보인다.
알이 꽉찬 주꾸미 몸통
꿈과 낭만 가득한 해양관광 레저도시 VIVA 보령
너른 평야도 험악한 산도, 내로라하는 문화유적도 적은 도시 보령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정겹고 따스하기로 유명하다. 체험과 맛 그리고 인심을 느낄 수 있는 보령이야 말로 사시사철 가벼운 마음으로 들를 수 있는 고장이 아닐까?
국내 최초 머드 원료의 국산화를 비롯해 국제적 머드축제를 개최하고 있는 보령은 지금 무창포항, 해수욕장 일원이 ‘2010 신비의 바닷길 주꾸미·도다리 축제’ 의 열기로 가득하다. 시민노래자랑, 불꽃놀이, 초청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와 주꾸미 먹통 따기, 가두리 낚시체험 등이 4월 11일까지 행사장 일원에서 진행된다. 보령 8경의 하나로 꼽히는 무창포해수욕장은 매월 음력 보름과 그믐사리 때를 전후해 4∼5회 조수간만의 차로 석대도까지 약 1.5km에 달하는 S자 모양의 우아한 곡선형상으로 바닷길이 열린다. 지역청년회의소 주관으로 신비의 바닷길체험이 연중 진행된다 하니 아이들의 체험교육에 더할 것이 없다.
서울로 발길을 돌리며 통일신라 말기 뛰어난 학자였던 최치원이 선유(先遊)한 곳으로 전해지는 유적지에 들러 보령기행의 여운을 달래본다. 최고운 유적지는 신라 6두품 출신의 유학자인 최치원이 관직에 미련을 버리고 전국을 유람하며, 경치가 아름다운 이곳에 머물렀다 하여 문화재로 지정해 관리 중에 있다. 이곳은 1995년 남포방조제 건설 전, 맥도로 불린 섬이었으나 지금은 육지가 되었다.따스한 봄바람 이는 지금 관광과 감동, 역동과 모험을 기치로 삼은 VIVA 보령에서 신비의 바닷길체험과 싱싱한 해산물 맛기행으로 겨우내 움츠렸던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보자.
Tip 대해로 횟집
메뉴: 주꾸미 샤브샤브/볶음(각 3만 5천 원), 각종 활어회(6~7만 원), 멍게/해삼/소라(각 3만 원), 붐장어구이(3만 5천 원), 모듬조개구이(4~6만 원), 해물탕(4만 원)
문의: 041) 936-3394 (전망 좋은 자리는 2층 가운데 테이블)
휴무/좌석/주차: 연중무휴/150여 석/20대
소재: 충남 보령시 웅천읍 관당리 818-1 (무창포해수욕장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