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오이라세 계류(산골짜기에 흐르는 시냇물)로 가는 길옆에 핀 사과꽃이 여행객을 환영해 주듯 화사하게 피어있다. 기름진 땅과 맑은 물, 일교차가 큰 기후는 아오모리현을 사과의 명산지로 만들어 놓았다. ‘사과’ 하면 아오모리가 떠오를 만큼 일본 사과 생산량의 절반이 이곳에서 난다. 버스로 두 시간 정도 달리니 깊은 원시림 속에 시원하게 흘러가는 오이라세 계류가 보인다. 계류를 따라 잘 정비된 산책로를 걸었다. 금방이라도 숲의 요정들이 나올 것 같은 아름다운 길이 14km나 뻗어있다. 이 계류는 해발 400m 산중에 위치한 전형적인 칼데라 호수인 도와다 호수에서 흘러내리는 것이다.
아카쿠라다케에서 분화구가 있는 이도다케로 가는 길
산 위로 올라갈수록 눈부신 설산의 풍경
핫코다산 중턱 너도밤나무 숲속에 자리 잡은 죠가쿠라호텔에서 맞는 아침은 더없이 고즈넉하다. 깊고 조용한 산속에서 맞는 아침의 산 공기가 폐 속 깊은 곳까지 들어와 온몸을 정화하는 듯하다. 상쾌한 기분에 아침식사를 먹은 후, 인근의 핫코다 로프웨이를 이용해 단숨에 산정에 닿았다. 계절은 봄이건만 산 위로 올라갈수록 계절은 뒤로 흘러 하얀 겨울의 흔적이 보인다. 여기서 바라보는 전망은 상쾌하다 못해 장엄하다. 발아래로 연둣빛 너도밤나무 숲이 울창하기 그지없고, 그 뒤로 만을 낀 아오모리시가 한눈에 펼쳐진다. 핫코다산에서 가장 높은 곳이 해발 1,585m의 이도다케. 이곳은 분화구로, 화산활동의 흔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조카쿠라 대교에서 본 핫코다산 골짜기
이도다케 아래쪽 오다케 대피소
타모야치 고층습원
잔설이 녹은 산 아래 피어나는 연둣빛 생명
이날 트레킹은 타모야치 습원을 지나고 또 아카쿠라다케와 이도다케도 지나 스카유온천 방향으로 내려오는 일정이다. 트레킹 시간을 4시간 정도로 잡았다. 산악가이드 히라이켄지 씨의 트레킹코스에 대한 설명이 끝난 후 발걸음을 옮겼다. 눈앞에 넓은 설원이 펼쳐지면서 지난 겨울 거친 눈보라와 매서운 추위를 견뎌온 삼나무가 펼쳐진다. 10분쯤 걸어가자 렌즈모양으로 볼록하게 솟은 고층습원도 보인다. 산악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고층습원 보호지대라 눈이 덮여 있을 때만 지나갈 수 있으며, 눈이 다 녹으면 위로 돌아서 가야 한단다. 잔설이 녹은 아래쪽을 살펴보니 연둣빛 생명이 꿈틀대고 있다. 한편, 산 아래에서는 신록의 봄이 초록의 화사한 풍경을 선사한다.
잔설에 닿는 발길 재촉하며 봄 산행 묘미 만끽
해발 1,548m의 아카쿠라다케로 오르는 길 주변은 작은 관목 숲이다. 옆으로는 좀솔송나무, 산벗나무, 만병초나무가 낮은 키로 자라고 있다. 아카쿠라다케 정상에서 되돌아보니 로프웨이역이 작게 보인다. 여기서부터 분화구가 있는 이도다케까지는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격렬했던 화산활동의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서쪽과 남쪽은 비교적 완만한데 동쪽으로는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1년의 절반 이상을 빙설에 덮여있으면서 매서운 추위와 강풍 속에서도 꿋꿋하게 생명을 지켜온 바람꽃, 시로미, 돌매화가 앙증맞은 얼굴을 내민다. 또 그 모습을 보는 얼굴에도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6월 중순이면 꽃밭을 이룬다는 카미케나시타이습지를 지나자 설원 속에 너도밤나무숲이 펼쳐진다. 봄의 숲과 동시에 설원을 걷는 트레킹은 색다르면서도 신성한 느낌을 주어 신비롭다. 잔설에 닿는 발길은 이른 봄 산행의 묘미를 느끼게 하고, 살랑대는 봄바람에 얼굴은 시원하며, 조용히 보고 있자면 가슴도 뻥 뚫리는 기분이다. 어느새 온몸을 뻗어 기지개를 펴듯 더없이 상쾌한 기분에 사로잡히고 만다. 이는 핫코다산이 아름다운 봄날에 여행자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