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서 40리, 울릉도 관문 도동항에 이르다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진 우리네 땅 한반도에 육지에서 동떨어진 섬이 한둘이랴 만은‘신비의 섬’으로 불리는 울릉도는 그 이름만큼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예사롭지 않은 풍광을 선사한다. 좌로 망향봉, 우로 행남봉의 기암절벽에 둘러싸인 도동항 일대는 울릉도의 행정, 문화의 중심지로 불리는 도동약수 관광지구다. 첫발을 내딛는 곳에 대한 낯설음도 달래고 울렁이던 속도 달랠 겸 해안절벽 산책로를 따라 거닐다 보니 짓궂은 날씨 속 더욱 검푸르러 뵈는 바닷물과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해벽에 부딪히는 거친 파도에 정신이 바짝 든다.
우체국 방문에 앞서 출출한 요기를 달래고자 허름한 식당에 들어섰다. 육지의 여느 식당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차림표 중에 단연 눈에 띄는 메뉴는 다름 아닌 오징어내장탕. 별것이 다 먹을거리가 되는가 싶은 호기심에 기다리고 있자니 맑은 된장국 모양새로 뚝배기 한그득 내장탕과 너덧 가지의 밑반찬이 차려진다. 내장탕은 갓 잡아 올린 오징어의 흰 창자를 깨끗이 씻어 된장을 푼 육수에 시래기나 묵은 김치와 함께 뚝배기에 푹 끊여내는데 국물맛이 비틀하다. 쌀쌀한 바닷바람에 움츠러든 몸을 녹이기에 그만이며, 특히 숙취해소에도 일품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태고의 신비, 울릉도를 가슴에 새기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든든한 속을 채우고 나니 그제야 태고의 신비를 간직했다는 울릉도의 비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도동약수 관광지구 내에 있는 울릉우체국에 들러 지영택 팀장과 인사를 나누자니, 과연 울릉의 봄나물이 제철이긴 한 모양이다. 뭍으로 보내는 봄나물 택배 때문에 정신 잃을 뻔했다며 너스레를 떤다. 양해를 구하고 함께 나선 울릉도여행은 그야말로 신비스러움에 대한 감탄일색 뿐이었다.아기 거북을 등진 듯한 모양새라 하여 거북바위, 성인봉(986.7m)의 한줄기로 송곳처럼 우뚝 솟아난 송곳봉, 울릉의 비경에 반한 세 선녀가 바위가 되었다는 삼선암, 주상절리현상으로 장작을 패 쌓은 듯한 코끼리모양의 공암 그리고 한국10대 비경의 하나인 대풍감 향나무자생지(천연기념물 제49호)인 대하등대 전망대 등. 울릉도의 비경을 가슴에 담기에는 됨됨이가 모침한 것인지 카메라 셔터 누르기에만 급급하다. 산악도로에 비할 바 없는 수층교와 수층터널, 자연의 냉장고라 불리는 풍혈지대, 왕복 1차로로서 교행할 수 없는 도로에서 작동되는 울릉도 내 유일한 통구미터널과 남양·남통터널의 신호등은 가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야생의 쌉싸래한 맛 선사하는 늘 푸른 산장식당에 오다
눈으로 즐기고 마음으로 담는 여행길에도 어김없이 배꼽시계는 울리게 마련인가 보다. 허기를 느낄 즈음, 울릉도 유일의 평지지역인 나리분지에 위치한‘늘 푸른 산장식당’에 당도했다. 울릉도의 봄을 느끼기에 그리고 봄철의 입맛 돋우는데 최고인 산채비빔밥과 삼나물 더덕무침회를 주문하고 기다리자니 주인장 이석만 씨의 울릉도 봄나물에 대한 자랑이 이어진다.
“울릉도 산나물은 염분이 함유된 바다바람 때문에 농약을 치지 않아도 병충해가 거의 없어. 그래도 잎이 무성해서 예부터 우리 섬사람들에겐 좋은 먹을거리였지.”그도 그럴 것이 울릉도의 험준한 산악지역에 강파른 비탈을 일구어 식구들 한 해 먹고 살기에 보릿고개는 이만저만 어려운 살림살이가 아니었을 터. 그런 어려운 사정을 달래 주었던 울릉도의 대표적 봄나물이 바로 명이나물이다. 울릉도에서는‘목숨(命)을 이어준다는 뜻’으로 명이라 불렀다 한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마늘이라 불리는 명이의 잎과 줄기를 씹으면 마늘종처럼 매옴하고 알싸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자주 먹으면 피를 맑게 해주고 간 해독에도 좋으며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구충과 이뇨작용을 하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명이나물은 김치, 장아찌 등으로 식용하며 삼겹살과 함께 먹으면 고기의 잡내를 없애준다.
울릉도 _ 유치환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금수(錦繡)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長白)의 멧부리 방울 뛰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창망(蒼茫)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 사념(思念)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쉴 새 없이 출렁이는 풍랑 따라
밀리어 오는 듯도 하건만,
멀리 조국의 사직(社稷)의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올 적마다,
어린 마음 미칠 수 없음이
아아, 이렇게도 간절함이여!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울릉의 봄나물은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잎이 산삼처럼 생겼다 하여 이름 붙은 삼나물은 실제로도 인삼에 함유되어 있다는 사포닌이 많이 들어있다. 그 맛은 땅에서 난 풀이라 하기엔 묘할 정도로 쫄깃한 한우맛이 느껴진다. 그러한 연유로 채식주의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또 육지의 고사리와 비슷하게 생긴 참고비는 살짝 데쳐 새콤한 초장에 찍어 젓가락에 휘휘 감아 먹으면 흡사 세발낙지를 먹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제철을 맞은 울릉도 더덕은 좀 더 독특하다. 뭍의 더덕과 모양새는 다를 바 없으나 더덕만의 독특한 향이 배어나오지 않고 질기지 않다. 사각사각한 것이 흡사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을 먹는 듯한 아삭함과 케이크 같은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주인장의 울릉도 나물자랑을 듣자니 삼나물, 전호, 부지깽이 등 6가지의 산나물이 어우러진 산채비빔밥과 삼나물 더덕무침회 명이김치를 비롯한 예닐곱 가지의 밑반찬과 함께 조촐한 웰빙 밥상이 차려진다.“특이하게 나물만으로 어찌 삼나물 더덕무침회라는 메뉴를 개발해 소개하게 되었느냐”물으니,“나리분지지역은 섬 안에 있는 육지라 할 수 있는데, 나물만으로도 회무침 같은 맛을 선사해야겠다는 요량으로 찾아오는 객에게 선보이고 있다”고 한다.
영원한 우리의 땅, 독도를 품은 울릉도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독도박물관과 독도케이블카 전망대에 올라 새삼 우리네 땅에 대한 자부심을 되새겨 본다. 얄궂은 날씨 탓에 뭍으로의 귀항이 하루 지체되긴 했으나, 태고의 신비를 선사하는 웰빙 여정의 길은 마음속에 언제까지나 추억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 5월, 삼무(三無: 도둑, 공해, 뱀), 오다(五多: 향나무, 바람, 미인, 물, 돌), 삼고(三高: 산, 파도, 물가)의 섬, 울릉도로의 신비로운 여행길에 여러분을 초대해 본다.
Tip 늘 푸른 산장식당
메뉴
산채비빔밥(8천 원)
산나물회무침/더덕무침(1만 5천 원)참고비볶음(2만 원)
오리불고기(1마리 6만 원)산채전/감자전(8천 원)
다래주/산머루주/더덕주 등(1만 원)
예약 054) 791-8181(식당, 민박 겸업)
휴무 연중무휴(12월 말~2월 말 방문 시, 사전 문의 요망)
좌석 100여 석
주차 10대
소재 경북 울릉군 북면 나리 49번지(울릉도 나리분지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