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바다에 담가 놓은 듯 망상에 빠지다
후텁지근한 무더위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 전해들은 제주도로의 맛기행 탐방길이 내심 반갑고 설레지만, 공공기관 에너지 10% 절약 추진에 따라 연신 땀을 닦아내며 업무에 임하는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조용히 여장을 꾸려 사무실을 나선다.
뭉게구름 덕분에 하늘과 바다를 구분할 수 있는 청정 제주의 맑고 푸른 해안과 군데군데 솟아있는 오름들, 그리고 돌담으로 바람을 막고 경계를 나타낸다는 논밭의 풍경 등. 시선을 두는 곳마다 이국적인 풍광이 뭍에서 바라보는 산과 바다, 들판과는 사뭇 다른 제주를 북에서 남으로 가로질러 서귀포 우체국을 향한다.
‘제주도에 오난 어떵허우과?’(제주도에 오니 어떤가요?)라며 반갑게 맞이해주는 서귀포우체국 오경욱 물류과장과 김인섭 서무계장에게서 뭍사람에 대한 약간의 경계와 반가움을 느끼며 한창 제철음식으로 제주 토박이는 물론이고 관광객의 여름철 입맛 돋우는데 주가를 올리고 있는 물회를 맛 보러 길을 나선다.
빼어난 해안경관으로 인해 제주 올레길을 찾은 관광객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한 것으로 조사된 올레길 7코스(외돌개에서 월평마을 구간으로 16.4km)의 중앙지점에 있는 법환포구에 올레꾼들의 더위와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물회로 정평이 난 ‘법환포구 식당’에 들어선다.
바닷속 별미로 한여름 무더위를 이기다
올레꾼들의 입소문을 탄 탓인지, 한여름의 열기를 추스르기 위해서인지 점심시간이 다 된 식당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다. 사람 수만큼 자리물회와 한치물회를 시키자니 주인장 김태종 씨가 어제 바다 날씨가 험악해 한치잡이 배가 뜨지 못해 냉동한치를 써야 할 것 같은데, 괜찮은지 양해를 구한다.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를 상에 올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신선함이라는 점에서 주인장의 솔직한 고백이 나름의 입소문을 끄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제주의 물회는 해녀들이 물질에 지쳐 허기질 때, 새참으로 한 그릇 먹고 다시 바다로 나서게 했던 음식이며, 어부들이 고기잡이를 하다가 뱃전에서 간단하게 배고픔을 달랬던 간이음식이자, 소주 한 잔에 섬사람만의 아픔과 설움을 이야기하게 했던 제주만의 토속 안주거리였다.
물회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나, 먹는 이의 취향에 따라 제각각이 된다. 먼저 회를 다 건져먹은 후 뜨거운 밥이나 소면을 말아 먹는가하면, 반쯤 회를 건져먹은 뒤 밥이나 소면을 말아 먹는 사람, 아예 처음부터 국물부터 후루룩 시원하게 들이켜고 회덮밥식으로 밥을 비벼 먹는 사람 등 입맛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이다.
혹서기 시원하게 즐기는 보양식 _ 자리물회
자리물회는 생선과 오이, 무, 양파, 깻잎, 미나리 배 등과 함께 물에 말아 먹는 음식이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입안에 넣기가 곤욕일수도 있겠지만, 각종 야채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비린내도 나지 않고 담백한 자리돔만의 맛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뭍에서 선보이는 물회가 고추장과 식초로 맛을 낸 새곰한 맛이라면 제주의 자리물회는 된장을 주로 하고 여기에 초고추장을 살짝 섞어 구수하면서도 시큼하다. 개인성향에 따라 빙초산이나 식초를 첨가하여 맛 볼 수 있다.
난류성어류인 자리돔은 육지에서 떨어진 청정바다에서 서식하는 어종으로서 양식이 불가하여 식단에 오르는 자리돔은 모두 자연산이라 할 수 있다. 6월에서 8월, 산란기에 잡히는 자리돔은 담백한 맛에 기름기가 적어 소화가 잘되며 칼슘 및 단백질이 풍부한 고단백 식재료로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이다.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 식으로도 그만이며, 병후 기력이 약한 환자의 회복식단으로도 좋다. 서귀포시 보목항 포구 일원에서는 매년 6월 초순경 자리돔 큰잔치 행사가 진행된다.
오징어와 모양새는 같아도 한 수 위 대접을 받는 _ 한치물회
제주도 속담에‘ 한치가 쌀밥이라면 오징어는 보리밥이고, 한치가 인절미라면 오징어는 개떡이다’는 이야기가 있다. 모양새는 엇비슷하지만 씹히는 맛이 훨씬 더 쫄깃하고 부드러운 한치를 물에 말아 먹는 맛은 어떨까? 얼음물 속에 냉욕 중인 한치를 각종 야채와 함께 곁들여 입안에 넣으면 달곰새금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시원함을 선사한다. 화살꼴뚜기라고도 불리는 한치는 다리가 짧아 한 치(약 3cm)밖에 안된다는 의미로 또는 한겨울 추운 바다에서도 잡힌다하여 한치라 불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6~8월 제철인 한치는 제주 및 동해, 남해안의 청정해역에서만 서식하며 지방과 단백질 칼슘이 풍부한 어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미노산 일종인 타우린과 비타민E 등 각종 영양소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심장질환예방에 효과적이며, 열량이 낮아 자리돔과 함께 다이어트식으로 좋다.
착한여행,‘ 공정(公正)여행’을 아시나요?
물회 한 사발에 포만감 가득히 시원해진 몸을 이끌고 서귀포우체국에서 10여 분 거리에 장군바위 혹은 할망바위로 불리는 ‘외돌개’바위섬을 찾았다. 약 150만 년 전 화산이 폭발하면서 용암이 섬의 모습을 바꿔 놓을 때 만들어졌는데 그 모습이 뭍과 떨어져 바다 가운데 외롭게 서있다 해서 ‘외돌개’로 불린다는 것. 서귀포 일대의 연안 섬과 해안 절경을 감상하기에 적격이며 올레길 7코스의 출발지이기에 연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여정의 마지막 날, 우리나라 3대 영산(靈山)중의 하나로 불리는 한라산 등반길에 올랐다. 한반도의 최남단에 위치하며 해발 1,950m로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을 오르는 길은 말 그대로 인고의 시간을 견뎌 낸 후에야 느낄 수 있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신이 우리에게 선물한 최고의 보물로 또는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한라산은 형형색색의 들꽃과 노루, 꿩이 사람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풀을 뜯고, 구름 위를 걷듯 족히 4시간을 올라 맞이한 백록담의 자태는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할 뿐이었다. 걷고, 절약하는 이른바 느림보 여행이라 불릴법한 공정여행이 새로운 여행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공정여행이란 여행과정에서 인권과 생명을 존중하고 소비를 줄여 여행지의 삶과 문화, 자연을 보존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하여 에코여행, 착한여행 등으로 불린다. 이러한 공정여행을 통해서 제주의 자연과 풍광을 오롯이 마음에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늦은 여름휴가, 천연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평화의 섬 제주특별자치도로의 공정여행에 여러분을 초대해 본다.
관광통신일부인으로 본 제주의 명소
(좌)한라산 백록담
일부인번호 1181
발행일 2000
사용우체국 제주우체국
사용기간 2000 ~
(우)외돌개
일부인번호 1052
발행일 1996
사용우체국 서귀포우체국
사용기간 1996 ~
*관광통신일부인 : 관광통신일부인(觀光通信日附印) 또는 줄여서 관광인(觀光印)은 일부인(日附印)의 한 종류로 우체국의 이름과 날짜 외에 해당 우체국 주변의 명소나 고적, 문화재 등에 연관되어 있는 도안이 새겨져 있다.
Tip 제주도 법환포구 식당
메뉴 자리물회(8천 원), 한치물회(1만 원), 성게국/갈치국(각 1만 원), 옥돔구이/고등어구이(각 1만 3천 원), 갈치조림(2인분, 2만 6천 원), 갈치구이, 고등어조림, 매운탕(2인분, 각 2만 원), 자리회, 전복회 각종 활어회(2~3만 원대)
예약 064) 739-2987~8, 010-2546-7786
휴무 매월 셋째 주 월요일 정기휴무
좌석 60여 석
주차 식당 앞 포구 주차장 이용
소재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법환동 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