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순간만큼 해방감을 느끼는 경우가 또 있을까. 내 몸을 실은 비행기는 물결구름이 깔려있는 캘리포니아 반도를 따라 남진한다. 안데스 산맥을 넘고 끝도 없이 펼쳐진 팜파스(온대초원)를 지나, 26시간의 비행 끝에 드디어 아르헨티나 이구아수 공항에 도착한다.
열대의 밀림 사이로 난 도로를 따라 숙소가 있는 브라질 국경을 넘는다. 비자 없이 여권만으로 간단하게 입국수속이 끝난다. 구제역 전파 방지를 위해 내려서 신발을 소독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곳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삼국의 접경지역이다. 우정의 다리를 건너면 파라과이, 바로 앞의 국경검문소를 지나면 브라질이다. 마치 옆의 도시를 가듯 나라를 건너가는 것이 간단하다. 밀림 사이로 부드러운 저녁 빛이 감돌며 해가 진다.
거대한 물줄기의 엄습, 세계 최대의 이타이푸 댐
다음날 아침 세계 최대의 수력발전소인 이타이푸 댐을 둘러보았다. 이타이푸 댐은 포즈두 이구아수에서 북쪽으로 약 20Km 지점에 있다. 브라질과 파라과이 양국이 1975년 공사를 시작하여 1984년 송전을 시작했다고 한다. 방류된 물은 파라나 강으로 흘러들고 이구아수 강과 합류한다. 높은 산과 큰 강이 문화적 차이를 가져와 경계를 이루듯, 파라나 강은 브라질,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이 세 나라를 가르는 자연적 경계이다.
선두의 안내차량을 따라 전망대에 오른다. 이구아수 폭포의 30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 내린다. 예상치 못한 거대한 물줄기가 엄습했다. 이곳은 대당 시간당 출력이 70만 kW란다. 18대의 발전기가 한꺼번에 작동하면 시간당 무려 1,260만k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좌) 하늘에서 본 이구아수 주변지역
(우) 브라질측의 이구아수 폭포
엄청난 물보라 속으로 빨려들 듯한, 이구아수 폭포
이구아수 폭포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 걸쳐있다. 300여 개의 크고 작은 폭포들이 모여 장대한 폭포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열대의 스콜이 쏟아질 기세라 얼른 우비를 준비한다. 공원 비지터센터에서 ‘악마의 목구멍’입구로 가기 위해 미니 열차에 오른다. 비가 쏟아지는 정글 사이로 30분 정도 달렸을까. 악마의 목구멍으로 가는 산책로가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열차에서 내려 걸어가야 한다. 오른쪽에는 영화 <미션>을 촬영한 여울과 정글이 펼쳐진다. 30여 분 걸어가니 귀를 때리듯 우르릉대는 굉음이 들리면서 엄청난 물보라가 폭포수처럼 솟아오른다. 물보라 사이로 물안개가 끼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비를 입었지만 비에 젖었는지 폭포수에 젖었는지 옷은 이미 흠뻑 젖어있다.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를 사냥하기 위해 물안개 속으로 하강하는 새들을 보고 있으니, 마치 내 몸이 저 폭포수 속으로 빨려들어 가는 것 같다. 그래서 ‘악마의 목구멍’이란 별명이 붙었나 보다. 한동안 정신이 혼미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하지만 이내 숨통이 뚫린 듯 심신이 더 없이 상쾌하다.
(좌) 이구아수 밀림의 저녁 노을
(우) 악마의 목구멍으로 가는 미니 열차
밀림을 통과해 만난, 무지개 걸린 폭포수의 장관
오후에는 브라질 쪽에 있는 이구아수 폭포를 둘러보기 위해 나섰다. 이구아수국립공원 일대는 습기가 많은 아열대 기후대에 속한다. 연강수량은 1,700㎜를 넘으며 수시로 비가 내려 우비를 준비하면 좋다. 겨울 평균기온은 15℃, 여름은 25℃정도로 1년 내내 여행하기에 좋다. 이구아수국립공원 입구에서 버스로 종점인 폭포 위 레스트하우스까지 이동한다. 산책로를 따라 엘리베이터로 아래로 내려가자 엄청난 기세로 쏟아지는 폭포의 장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영화에서만 보던 장면이 막상 내 눈앞에서 펼쳐지니, 그저 말없이 넋을 놓는다. 이구아수 폭포를 꼭 봐야겠다고 마음에 둔 계기는 영화 <미션>때문이다. 예수회 신부들과 원주민들이 에스파냐 군대에 전멸하다시피 하고 살아남은 과라니족 아이들이 폭포의 더 높은 올라가던 장면이 떠오른다. 세상의 모든 눈물을 다 모아놓은 듯, 폭포는 아름다운 무지개를 수놓으며 하염없이 물줄기를 쏟아낸다.
(좌) 이구아수 정글을 달리는 마쿠코 사파리 투어
(우) 스피드 보트를 이용한 폭포 투어
이구아수 폭포로 가는 산책로
거대한 자연 앞에서 나를 돌아보다
이구아수 폭포 일대는 약 1억 2천만 년 전에 흘러내린 현무암질 용암이 굳어서 만들어진 용암 대지다. 산책로를 걷다 보니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이 곳곳에 보인다. 이러한 용암 대지에 큰 단층 운동이 일어나게 되고, 단층에 의해 경사가 바뀌는 지점에 폭포가 형성된 것이다.
다음 코스는 마쿠코 사파리 투어다. 20분 정도 전기자동차를 타고 밀림을 통과하여 다시 지프차로 갈아탄다. 지프차는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곧이어 보트를 타고 물살을 거슬러 오른다. 저 멀리 무지개가 걸린 폭포와 악마의 목구멍이 보인다. 폭포에 배가 접근하자 세찬 물보라가 쏟아진다. 우비에 구명조끼까지 단단히 입었지만 순식간에 물벼락을 맞아 몸이 다 젖어버린다. 여름철에 이보다 더 시원하고 짜릿한 피서가 있을까 싶다. 이구아수 폭포는 단순히 아름다운 경관이 아니다. 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귀한 시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