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에서 새로움을 얻는 경험. 더구나 여행 중에 느끼는 이런 경험은 의외로 큰 기쁨을 준다.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에서는 온고지신이 주는 크고 작은 감동을 만끽할 수 있다. 경주에서도 고색창연하다는 느낌이 절로 드는 곳. 이곳의 수백 년 된 기와집과 돌담길은 한 폭의 동양화처럼 고색창연하다. 그 예스러운 풍치와 그윽한 모습에 마음이 절로 뺏기는 곳, 이곳이 바로 ‘양동마을’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주 양동마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마을
경주시 북쪽 설창산에 둘러싸인 양동마을이 지난 7월 31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제34차 회의에서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 자리한 유서 깊은 양반마을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마을인 이곳이 세계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은 것이다.
양동마을은 한국의 전통마을 중에서도 역사가 가장 오래된 마을이며 원형 또한 가장 잘 보존돼 있다. 양동마을은 대표적 조선시대 동성(同姓)마을로 조선시대 상류주택을 비롯해 양반가옥과 초가 160호가 모여 있고 당시의 빼어난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다.
1984년 대한민국 중요민속자료 제189호로 지정되었으며, 이번에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는 영광을 안았다. 역사의 숨결이 한 땀 한 땀 마을에 배어있는 듯, 양동마을에서는 옛 정취와 전통이 선사하는 고즈넉한 정서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손 씨 종가가 대대로 사용하는 집
명공(名公)과 석학들의 고향
양동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자락 아래 기와집이 듬성듬성 자리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양반가옥은 높은 지대에 위치하고 낮은 지대에는 하인들의 주택이 양반가옥을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다.
양동마을은 경주 손 씨와 여강 이 씨 양 가문에 의해 형성된 토성마을로 우재 손중돈 선생, 회재 이언적 선생을 비롯하여 명공(名公)과 석학을 많이 배출하였다. 다시 말해 양동마을은 손(孫), 이(李), 양성이 서로 협조하며 50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온 것이다.
전국에 있는 전통 민속마을 중에서도 마을의 규모와 보존 상태, 문화재의 수와 전통성,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때 묻지 않은 향토성 등에서 양동마을은 매우 가치 있는 전통마을로 평가받는다.
양동마을은 경주시에서 동북방으로 20km쯤 떨어져 있으며, 마을의 배경이자 주산인 설창산의 문장봉에서 산등성이가 뻗어내려 네 개의 줄기로 갈라진 등선과 골짜기가 물(勿)자 형의 지세를 이루고 있다. 네 개의 골짜기와 물봉 동산, 수졸당 뒷동산의 두 산등성이, 그리고 물봉골을 넘어 갈구덕으로 구성된 마을이다.
양동마을에 가면 수백 년 된 가옥들을 만날 수 있다.
월성 손동만의 가옥
가을빛 향연 속에 고풍스러운 정취를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 자리한 수백 년 된 기와집은 나지막한 토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맘때 가면 붉은 가을빛 향연 속에 고풍스러운 정취에 더욱 흠뻑 빠질 수 있다.
양동마을에는 각종 보물과 중요민속자료, 도지정 문화재도 품고 있다. 양동마을의 양대 성씨인 손 씨와 이 씨는 문중의 공용서당을 보유하고 있는데, ‘안락정(安樂亭)’은 손 씨 문중의 서당이며, 이 씨 문중의 서당인 ‘강학당(講學堂)’과 쌍벽을 이룬다.
양동마을 어귀인 초등학교의 맞은편 언덕 위 산중턱에 자리한 안락정은 1776년(영조 52)경에 월성 손 씨 문중에서 서당으로 건립한 것인데, 헌종 때 수통정인 손영순을 위하여 후손들이 이 건물을 매입하여 정자로 삼은 곳이다. 중요민속자료 제82호로 지정돼 있다. 담장의 동과 남에 각기 문을 내었고, 담장 안마당에는 백일홍, 감나무, 향나무를 심었으며 연못을 축조하여 운치를 더한다.
중요민속자료 제83호로 지정된 강학당은 1867년(고종 4년)경에 여강 이 씨 문중 서당으로 대사간을 지낸 지족당 이연상 선생이 세운 서당으로, 건물 전체가 매우 안정감 있고 소박하다. 성주봉 언덕에 있는 양동 심수정(중요민속자료 제81호) 서쪽에 자리잡고 있어 북촌을 바라다보는 위치에 있다. 인접한 초가와 함께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그림같이 자리하는 곳이다.
다른 여행지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경주의 특별함
가을의 상쾌한 바람과 함께 낮은 토담길 사이를 걸으며 둘러보니, 이보다 더 고즈넉할 수 없다. 와가와 초가 등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풍경 속을 여유 있게 거닐다 보면 옛 정취와 전통의 향기에 흠뻑 빠지게 된다. 양동마을은 다른 여행지에서는 느끼지 못한 색다른 감성을 선사한다. 어쩌면 이곳이 경주여서 더욱 특별한 느낌이 드는지도 모른다.
경주는 천 년 신라 문화의 정수로 꼽히는 토함산 석굴암을 비롯해 신라의 궁궐 정원, 안압지, 동양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천문대, 첨성대 등 유명한 유적지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밖에 불국사, 천마총, 대릉원, 국립경주박물관, 대왕암, 감은사 등 발길 닿는 곳곳마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만큼 역사적, 문화적,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곳이 경주다. 깊어가는 가을, 세계문화유산인 양동마을도 둘러보고, 천 년 신라를 몸소 느낄 수 있는 경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Tip 경주 양동마을 찾아가기
위치 : 경북 경주시 강동면 양동리 94
승용차 : 중앙고속도로 금호분기점 → 경부고속도로 도동분기점 → 대구 → 포항간 고속도로 대련IC → 28번국도 강동방면 → 양동리
버스 : 강남고속터미널↔경주 (첫차 06:05, 막차 23:55, 배차간격 약 30분, 소요시간 4시간)
주변 볼거리 : 도시 전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인 경주는 수많은 유적과 문화재의 보고(寶庫) 다. 경주 시내권 유적지로 첨성대, 대릉원, 안압지 등을 둘러보고 불국사, 석굴암, 국립경주박물관 그리고 경주 감포바다와 보문단지도 둘러보면 넉넉한 여정이 될 것이다.
양동마을 홈페이지: www. yangdong.invil.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