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을 보고 나면 다른 산을 보지 않고, 구채구의 물을 보고 나면 다른 물을 보지 않는다.’ 이 말처럼 맑고 영롱한 물은 구채구의 대표 절경이다. 구채구는 사천성 창족, 장족 자치구의 구채구(주자이거우, 九寨溝) 현(縣) 내에 위치하고 있다. 사천성은 중국의 서남부에 위치하며 티벳고원에서 발원한 창장강 상류에 자리하고 있다. ‘사천(四川)’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이 지역을 흐르는 네 큰 강에서 비롯한다. 221년 유비가 이곳에 촉한을 세워 263년까지 계속되었다. 사천성의 성도(省都)인 성도(청두, 成都)는 한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으며 습기가 많은 여름을 제외하고는 여행하기에 좋은 날씨가 이어진다. 성도는 사천성 여행의 중심이 되는 곳이며, 바로 이곳에 아름다운 폭포와 호수로 동화의 세계를 연출하는 구채구가 있다.
거울처럼 맑다는 경해
물고기가 하늘을 헤엄치고, 새가 물속을 난다
성도에 도착해 맞이하는 여행 첫날 아침, 파라다이스 호텔 정원 게시판을 보니 오늘의 날씨가 나온다. 기온은 3℃~11℃, 맑음이란다. 설산에 비치는 아침 햇살을 즐기며 동화의 세계, 구채구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구채구는 만년설을 이고 있는 설산, 판다가 사는 숲, 호수와 폭포가 연출해내는 동화와 같은 세계다. 이곳의 비경을 보존하고자 1992년에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고, 1997년에는 세계생물권보호구로 지정되었다.
구채구는 전체적으로 Y자 모양이다. 북쪽의 입구에 해당하는 수정구와 뉘르랑폭포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측사와구와 왼쪽으로 이어지는 일측구로 나눠져 있다. 차창으로 호수와 폭포의 절경을 즐기며 달린다.
눈이 호사하니, 마음이 덩달아 춤을 춘다. “언제 내리느냐?”는 일행의 아우성에 우리를 안내하는 장족 가이드가 “제일 꼭대기에 도착해 구경하면서 내려오자”고 한다. 그런데 위에 닿기 전에 갑자기 버스가 선다. 맑고 고요한 경해(징하이, 鏡海)를 먼저 보라고 한다.
‘물고기가 하늘을 헤엄치고, 새가 물속을 난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이리라. 바람 한 점 없어 맑은 날씨라, 거울 같은 호수를 먼저 보여주기 위한 배려다. 마치 거울에 내 모습을 그대로 보듯, 물에 투영된 산하는 어느 곳이 물이고 어느 곳이 땅인지 모를 정도로 거울 그 자체다.
장족마을인 수정채 입구
라마탑 앞의 승려
오채지
진주탄 폭포
장족 가이드 양진초마 / 라마승려
장족마을 수정채
영화 ‘영웅’의 웅장함을 몸으로 느끼는 곳
다음 일정으로 간 곳이 장예모 감독의 영화 ‘영웅’의 촬영지로 이름난 곳, 전죽해(지앤주하이, 箭竹海)다. 전죽(箭竹)은 판다가 좋아하는 대나무라고 한다. 호수에 비치는 대나무 숲으로 인해 비취빛으로 빛나는 전죽해를 보며 사람들은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곳 소수민족인 장족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 호수의 풍광에 넋을 잃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영화 ‘영웅’의 장엄한 장면이 오버랩된다.
아래쪽으로 조금 내려가자 담황색의 강바닥에 100여m의 이끼가 주단을 깔아놓은 듯 이색적인 풍경의 전주탄(珍珠灘)이 나온다.
물줄기를 가로지르는 산책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간다. 물줄기가 깎아지른 절벽으로 떨어지는 ‘전주탄폭포’가 압권이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폭포, 폭포수는 바람에 날려 곳곳에 아름다운 얼음 꽃을 만들어 놓았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신기한 광경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Y자로 갈라지는 지점에서 만난 ‘뉘르랑폭포’. 티벳어로 ‘뉘르랑’ 은 남신(男神)이란 뜻으로 웅장하고 장대한 폭포를 말한다. 이름처럼 100m 너비로 펼쳐지는 웅장한 물보라는 장관을 연출한다. 다시 오른쪽 골짜기에 해당하는 측사와구로 들어선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색깔을 바꾼다고 해서 ‘오채지(우차이츠, 五彩池)’라고 불린다. 영롱한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오채지 옆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내려온다.
자연 그대로의 비경에서 느끼는 벅찬 희열감
화사한 장족의 민속의상을 입고 나온 장족 안내원, ‘양진초마’ 가 달리는 차 안에서 장족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티벳어로 ‘양진’이라는 말은 음악을 관장하는 신, 그리고 ‘초마’는 선녀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의 성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큰 스님이 이름을 지어준단다. ‘음악의 신’답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자시덜레’란 노래를 들려주는데, 이 말은 ‘존경한다’는 뜻이다.
구채구는 티베트 사람 등 소수 민족의 거주지로도 알려져 있다. 구채구(九寨溝)라는 이름도 티베트 사람의 마을이 9개 있는 산골짜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자연보호를 위해 부근의 개발이 제한되고, 하루 입장자도 제한되고 있다. 원래 성도에서는 10시간 동안 약 450km를 가야하는 육로가 유일했는데,2003년 주자이거우 황룽 공항이 생기면서 공항에서 1시간 반이면 도착한다.
인공의 꾸며진 여느 관광지보다, 이렇게 자연 그대로의 절경에서 가슴 벅찬 감동이 느껴진다. 중국 구채구는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눈앞의 비경을 있는 그대로 느끼면서 벅찬 희열감을 맛볼 것이다.
Tip 중국 사천성 구채구 찾아가기
작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구채구까지 가는 방법은 주로 구채구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인 성도국제공항까지 연결되는 아시아나 항공이나 중국 국제항공을 이용해 성도에 도착한 후, 성도에서 구채구까지 장거리버스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009년 9월, 구채구에 국내선 청사 구황공항이 오픈하면서 장거리 버스 대신 중국의 다른 도시에서 바로 구채구행 항공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조금 힘들더라도 더 많은 것을 보고자 한다면 버스도 괜찮은 방법이다. 버스를 탈 경우에는 성도에서 시작되어 구채구까지 이어지는 913km의 구채환선(九寨環線)을 이용하게 된다.
국내 여행사들 구채구 여행 상품을 출시하는데 아시아나항공으로 출발하는 ‘동화세계 구채구·황룡+성도·낙산대불+아미산’ 상품 등 웬만한 여행사에 구채구로 떠나는 관광 상품들이 있다.
구채구·황룡의 숙박시설
구채구와 황룡으로 이어지는 풍경지구를 따라 저·중·고급의 숙소가 곳곳에 있다. 일반적으로 그곳에서 생활하는 장족(藏族)이 운영하는 숙소가 가장 저렴한데, 하룻밤에 50위안(약 8,400원)정도면 묵을 수 있다. 구채구의 요긴한 숙박시설로는 구채구빈관, 구채구관리국초대소, 락일랑빈관, 구채산장 등이 있고, 황룡에는 황룡초대소 등이 있다. 단, 구채구의 설경을 보기 위해 찾는 관광객들은 반드시 사전에 숙소에 문의해 영업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