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에 쉼표가 있듯, 일상에도 쉼표가 필요하다. 돌고 도는 일상생활에 지칠 때쯤 떠난 곳이 일본 온천 여행지다. 일본 큐슈의 관문이자, 대표적인 상업도시 후쿠오카. 도시적인 세련미와 전원의 소박함이 공존하는 후쿠오카에서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평화로운 온천욕을 즐겼다. 지친 심신을 편안하게 내려놓은 곳, 일본 전통의 멋과 낭만이 살아있는 온천마을에서의 쉼표, 일본 큐슈로 온천 여행을 떠나보자.
큐슈 북서부에 있는 사가현은 일본의 역사와 정서를 가장 잘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낯설지 않은 편안함, 후쿠오카
인천공항에서 약 1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일본 후쿠오카 공항.
‘지금 해외여행 가는 거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금세 도착했다.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해 첫 여정지로 찾은 곳은 큐슈(九州) 북서부에 있는 사가현(佐賀縣)이다.
큐슈 동쪽은 후쿠오카현(福岡縣), 서쪽은 나가사키현(長崎縣)이 접해 있다. 사가현은 일본의 다른 관광지에 비해 덜 알려져 있으나, 아름다운 바다와 신사, 박물관, 도자기, 꽃 등 이곳만의 멋과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무엇보다 일본의 역사와 정서를 가장 잘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사가현을 만난 첫 느낌은 예전에 한번 와 온 듯 낯설지 않다. 1시간 정도로 짧은 비행시간에 넓게 펼쳐진 낮은 산과 평지, 그리고 파란 바다 풍경. 우리나라로 치면 통영에 온 듯 아늑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일본식 전통 가운 유카타(위)가 마련된 일본의 여관, 료칸(아래)
피부가 좋아지는 미인온천, 우레시노온천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펼쳐진 온천 지대.
일본은 열도 어디에서나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1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큐슈는 연평균 기온이 16℃로 ‘따뜻한 온천 섬’ 이다. 이곳에서는 심신이 정화되고 평화로워지는 온천을 체험할 수 있다.
일본의 주요 4개 섬 중 가장 남쪽에 있는 큐슈에는 ‘미인온천’으로 불리는 온천이 많다. 특히 사가현에 위치한 ‘우레시노온천’은 일본의 3대 미인탕 중 하나로 유명하다.
첫날 숙소로 묵은 곳이 우레시노온천의 전통 료칸(旅館)이다. 프런트에서 키를 받고 들어간 방은 일본의 전통 다다미방이다. 방 가운데에 짐을 풀어 놓으니 일본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방으로 서비스되는 가이세키(會席)요리도 맛본다. 배도 든든하게 채웠으니, 이제 온천욕을 할 차례. 방안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유카타(浴衣, 일본 전통 가운)’를 입고 숙소 1층에 있는 온천장으로 향한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하루의 피로가 싹 날아간다. 들은 대로 피부가 금세 미끌미끌해지고 한결 좋아진 느낌이다. 심신이 온천탕에 녹아내리는 듯 편안하고 평화로운 기분이다. 이런 맛에 너도 나도 온천을 즐기는 듯싶다. 우레시노온천은 역사가 1,200년 전인 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서 깊은 온천이다.
상처를 입은 학이 이곳의 온천물에 다리를 담그니 상처가 깨끗이 나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상처가 다 나은 학이 ‘우레시이(기쁘다)’라고 외쳤다고 해서 지명이 유래됐다. 얼마쯤 있다가 탕에서 야외로 연결된 작은 문을 열고 나가니, 바로 노천탕으로 이어진다.
(좌) 일본만의 문화인 신사
(우) 역사가 1,200년이 된 우레시노온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험, 노천탕
눈을 들면 멀리 산 정상이 보이는 자연 속의 노천탕.
고즈넉한 자연 속에 누리는 나만의 시간, 그 아늑한 호사에 빠지다보면 그 순간만큼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이곳에서는 사계절 야외에서 멋스런 풍경과 한적한 정취를 즐기면서 노천욕을 즐길 수 있다. 더구나 온천욕과 숙박을 같은 곳에서 겸하기 때문에 일본만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특색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일본의 전통 여관 료칸에서 숙박과 온천, 휴식을 동시에 즐기는 것이다.
온천을 하러 갈 때나 온천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갈 때 유카타를 입고 다니니, 마치 현지인이 된 기분이다. 따뜻한 녹차 한 잔으로 몸을 녹인 후 창밖을 바라본다. 한적한 온천마을의 골목풍경이 아기자기하다. 이곳만의 고요하고 소박한 멋이 느껴진다. 한결 깨끗해진 심신에 고요한 산속에 느껴지는 자연의 청아함이 온 몸을 감싼다.
큐슈는 최대 도시인 후쿠오카를 비롯해 서양으로부터 문물을 받아들인 최초의 도시 나가사키, 세계 최대 칼데라화산 아소산, 세계적인 휴양지로 사랑받는 이브스키, 네덜란드 도시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하우스텐보스 등 온천욕과 함께 다양한 관광을 즐기기에 최적의 여행지이다. 큐슈 온천마을을 비롯해 이곳을 두루 여행하다 보면, 전통과 현대의 모습이 잘 어우러진 일본의 진정한 모습을 느낄 것이다.
우리네 문화와 닮아 있는 일본의 온천욕 문화
료칸에서 즐기는 일본의 ‘의식주’문화
료칸에서는 온천욕은 물론, 일본의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특별함이 있다. 그래서 이왕 일본에서 온천욕을 하고 싶다면 료칸에 머물 것을 권한다.
보통의 숙박시설이 잠자는 객실의 기능에 충실하지만 료칸에서는 잠자리 뿐 아니라, 식사와 의복까지 일본만의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한 장소에서 ‘의식주’가 모두 제공되는 셈이다.
아침식사는 ‘쓰쿠다니’라고 해서 생선과 간장조림 반찬 등 간단한 상차림이 나오며, 저녁식사는 ‘가이세키’라고 해서 일행이 다다미에 앉아 나카이 상(여관도우미)이 서비스하는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또 이곳에 숙박하면 ‘유카타’라는 일본 전통 가운을 입게 된다. 료칸 내에서 뿐만 아니라, 유카타 차림으로 료칸 주변을 자유롭게 산책해도 된다.
Tip 일본에서 온천욕 제대로 즐기기
일본의 탕(湯)은 그날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고 내일의 도약을 기원한다는 의미가 깔려있다.
일본의 목욕 문화 혹은 온천욕 문화는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다르다. 따라서 일본의 온천욕장에서 때를 미는 등 우리 식으로 무심코 했다가는 실례를 범할 수 있다. 먼저 얇은 수건을 한 장 가지고 들어가 간단히 몸에 비누칠과 머리를 감은 후 탕에 들어간다. 수건은 신체의 일부를 보호하거나 욕탕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온천욕을 마치고 탕에서 나오면 비누칠을 할 필요가 없다. 온천 특유의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물만 끼얹고 나와야 온천욕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취재협조 넷제펜 www.netjap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