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과 곤드레나물의 특별한 인연
‘곤드레’.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부터가 ‘귀한 음식’과는 거리가 멀다. 거기에 쪄 말려 거무죽죽하고 투박한 모양새까지. 곤드레는 참 만만한 재료일 뿐이었다. 그랬던 곤드레가 몇 해 전부터 웰빙식품이라 불리며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곤드레나물에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A 등의 영양소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소화가 잘 되고 부담이 없어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도 좋고, 거친 섬유소가 많아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변비 예방 및 다이어트에도 이만한 음식이 없다며, 매스컴에서는 곤드레나물 예찬을 펼쳤더랬다.
곤드레가 웰빙식품으로 등극하면서 함께 주목받기 시작한 곳이 바로 강원도 정선이다. 산이 많은 지형 특성상 논농사를 짓기 어려웠던 만큼, 산에서 나는 나물은 정선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식재료였다. 동네 아낙들은 봄부터 여름까지 뒷산에 올라 곤드레, 곰치, 냉이, 머위 등 산나물을 캐는 것이 일상이었다. 한 바구니 가득 캐온 나물 중 일부는 그날 반찬으로 해먹고, 나머지는 잘 말렸다가 1년 내내 밥상에 올리곤 했다. 그중에서도 정선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곤드레는 예로부터 정선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나물이었다. 참기름에 살짝 무쳐 먹어도 좋고, 나물을 함께 넣고 밥을 지어 먹거나 국을 끓여 먹어도 맛과 향이 좋아 사시사철 밥상에 오르는 단골 음식이다.
최근에는 곤드레나물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정선 곳곳에 곤드레를 재배하는 농가도 부쩍 늘었다. 옥토에 잘만 심어주면 잔손 가는 일 없이 혼자서도 잘 큰다니 이보다 더 좋은 농작물이 있을까 싶다.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 정선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곤드레가 지금은 정선 농가에 큰 수익원이 되어주고 있다니, 정선과 곤드레의 인연 한번 특별하다.
곤드레나물은 봄철 한창 나물이 나는 시기에 뜯어 놓았다가 삶아서 말린 다음 1년 내내 먹거리로 이용한다. 단백질, 칼슘, 비타민A, 섬유소가 풍부하고, 소화가 잘 되어 쌀과 함께 밥을 지어 먹으면 맛도 일품이다. <함백산 돌솥밥> 집도 정선의 곤드레나물로 구수한 밥을 지어낸다.
정선 오일장의 명물, 곤드레나물
곤드레나물을 만나기 위해 정선 오일장을 찾았다. 15년 전까지만 해도 물물교환이 이뤄졌다는 정선 오일장은 이제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올 만큼 유명한 지역 명소가 됐다. 2일, 7일 장이 서는 날이면 아침 일찍 직접 기른 농산물이며 캔 나물들을 파는 노점들이 길게 늘어선다. 장이 서지 않는 날에도 곤드레나물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점 곳곳마다 잘 말려 둘둘 말아놓은 곤드레나물이 ‘정선 곤드레’라는 이름표를 달고 줄지어 진열되어 있다. 곤드레는 4월은 되어야 먹을 만한 잎이 나오기 때문에, 장에 있는 곤드레나물은 대부분 지난봄, 여름에 재배해 말린 것들이다.
“나물 좀 보고 가~ 내가 직접 캔 놈들이야.”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달래와 냉이, 그리고 직접 삶아서 잘 말린 곤드레나물을 펼쳐놓은 할머니의 손짓에 걸음을 멈추고 곤드레에 관해 이것저것 궁금한 점을 여쭤본다. 한산한 시장에 등장한 손님이 반가웠는지 할머니께서는 곤드레밥 짓는 법부터 나물로 무쳐먹는 법까지, 한참 동안 설명을 이어가셨다. “정선 곤드레는 말이여, 다른 지역에서 나는 거랑은 맛이 달라. 비료 줘가며 기른 놈들이 크기도 크고 색도 예쁘고 하지만, 정선 산밭에서 기른 곤드레는 색깔은 거뭇거뭇해도 부드럽고 향도 좋지. 하나 줄까?” 할머니의 구수한 입담과 향긋한 곤드레 향에 이끌려 ‘곤드레나물’ 한 묶음을 사 들고 장을 나서니, 슬슬 허기가 밀려온다. 곤드레밥을 맛볼 생각에 걸음이 빨라진다.
강원 정선은 논이 적어 먹을 것이 별로 없어, 봄이면 산에서 나는 나물에 기대어 살았으니 정선 사람들에게 ‘곤드레’는 예나 지금이나 소중한 음식이다.
정선의 맛, 갓 지은 곤드레 돌솥밥. 양념장을 넣어 쓱쓱 비며 먹으면 입안 가득 봄내음이 퍼진다.
맛과 영양 가득한 곤드레 돌솥밥 정식
주말이면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다는 <함백산 돌솥밥>은 정선카지노와 하이원리조트가 있는 고한에 자리잡고 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서인지, 아니면 운이 좋았던 건지 바로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자리를 잡고 망설임 없이 곤드레 돌솥밥 정식을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돌솥에 밥을 하기 때문에 손님이 없더라도 기다림은 필수다. ‘즐거운 기다림’ 끝에 드디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곤드레 돌솥밥과 구수한 된장찌개, 그리고 맛깔스러운 반찬들이 한상 푸짐하게 차려졌다. 갓 지은 하얀 쌀밥에 곤드레나물이 더해진 곤드레밥. 양념장을 한 숟가락 넣고 쓱쓱 비벼 맛보니, 차진 밥과 연한 곤드레나물이 함께 씹히는 식감, 고소한 양념장과 은은한 곤드레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가득하다. 고사리, 콩나물, 시금치 등 각종 나물 무침은 소금간도 세지 않고 갖은 양념에서 오는 텁텁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생선구이부터 꼬막무침, 무말랭이까지 어느 것 하나 구색 맞추기 용으로 대충 만든 것이 없다.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을 깨끗이 비우고 나니 허기졌던 속도 가득 찼지만, 돌솥밥의 별미 누룽지를 포기할 수는 없어 숭늉으로 마지막 입가심을 한다. 7년 전, 처음 음식점을 시작했을 때부터 곤드레밥을 주메뉴로 소박하지만 건강한 상차림을 손님에게 대접하고 있다니, 그 정직한 소신과 정성이 많은 이들의 입맛과 마음을 사로잡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곧 본격적으로 곤드레나물 재배가 시작되면 신선한 곤드레나물도 맛볼 수 있다니, 봄 향기 따라 정선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함백산 돌솥밥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상갈래길 1 033-591-5564
정선 곤드레나물밥 맛집
+ 싸리골식당
곤드레나물밥을 가장 먼저 팔기 시작했다는 정선 곤드레나물밥의 원조. 메뉴는 곤드레나물밥과
도토리무침이 전부지만 고소한 향과 맛이 일품이다. 자박장과 양념장을 함께 내어 취향에 맞게 비벼 먹을 수 있다. 곁들여 나오는 배춧국, 젓갈 등 반찬이 토속적이고 감칠맛 있다.
전화 033-562-4554
주소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정선로 1312
+ 동박골식당
정선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 사장님이 운영하는 식당.
야들야들한 곤드레나물밥과 강원도산 콩을 사다 직접 메주를 쒀 만든 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가
일품이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좋은 곤드레나물전도 맛볼 수 있다.
전화 033-563-2211
주소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정선로 1314
믿을 수 있는 곤드레나물 구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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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8-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