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인 듯 홍합 아닌 울릉도 홍합
사방이 청정 바다로 둘러싸인 울릉도에는 싱싱한 해산물이 넘친다. 그중 울릉도 홍합은 울릉도를 찾은 이들이 꼭 맛보아야 한다. 울릉도 오징어, 호박엿은 흔히 들어봤지만 울릉도 홍합은 다소 생소하다. 홍합이 홍합이지 울릉도라고 뭐가 다르겠냐고 묻는다면 과감히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울릉도 홍합은 일반적인 홍합과 비교해 모양부터 다르다. 겉껍질은 각종 해초와 바다 생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거칠고 두텁다. 보통 어른 손바닥만 하다니 우리가 흔히 보는 홍합과는 크기의 차원이 다르다. 크기만큼 속살도 굵을 뿐 아니라 일반적인 홍합에 비해 붉은빛을 띤다. 무엇보다 탱탱하고 쫄깃한 식감이 남다르다. 살이 무른 일반 홍합은 국물을 내 시원한 맛을 즐기는데 반해 울릉도 홍합은 밥이나 구이, 전골에 넣어 쫄깃한 식감을 즐긴다. 울릉도 홍합은 바닷물이 빠졌을 때 드러나는 바닷가 암초에서 따는 것이나 양식으로 키우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수심 20m 이상의 깊은 바다에서 수년간 자생하는 것을 해녀들이 잠수해 손수 채취한, 그야말로 청정자연 그대로이다. 홍합은 늦겨울부터 봄까지가 제철이다. 이 시기에 울릉도를 방문하면 신선한 홍합을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침마다 포구에서 홍합을 손질하는 아낙들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요즘에는 채취한 홍합을 급속냉동, 보관해 놓기 때문에 사시사철 언제라도 즐길 수 있다.
자연산 홍합을 넣어 지은 밥과 울릉도산 명이나물로 차린 밥상. 소박하지만 그 맛만큼은 단연 최고다.
소박하게 즐기는 울릉도의 맛
울릉도에서는 홍합을 구이나 전골, 불고기로도 조리해 먹지만, 관광객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홍합밥이다. 평지가 부족한 울릉도는 벼농사를 짓기 어려워 식량 사정이 좋지 않았다. 울릉도 사람들은 이를 극복하고자 바다에서 난 해산물이나 산에서 캔 나물을 넣어 밥을 지었다. 홍합밥도 그중의 하나다. 홍합은 맛과 영양이 풍부해 부족한 영양을 채워줄 뿐만 아니라 성질이 따뜻하며 피부를 매끄럽고 윤기있게 해 ‘동해부인’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도동항에서 울릉군청 방면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구수한 사투리가 정겨운 울릉도 특미 음식 전문점 ‘뭐무꼬?’와 마주하게 된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원조 맛집은 아니지만 ‘울릉도의 자연을 밥상 한가득 담아 드리겠습니다’는 플래카드는 울릉도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겠노라는 주인의 각오와 정직함이 느껴진다.
울릉도의 참맛을 즐기려면 조금은 느긋한 여유를 품어야 한다. 특히 홍합밥은 미리 지어두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주문하면 밥을 짓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울릉도까지 서너 시간은 넘실대는 배 속에서 견뎠으니 20분에서 30분 정도는 도란도란 이야기하다 보면 금방이다. 홍합밥 짓는 법은 간단하다. 잘 손질한 홍합살을 잘라 참기름에 살짝 볶다가 불린 쌀과 물을 넣고 진간장으로 밑간을 해 밥을 짓는다.
훈훈한 김이 나는 갓 지은 홍합밥에는 도톰한 홍합살을 넉넉하게 넣었다. 홍합밥은 그대로 먹어도 좋지만 양념장과 김을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더 좋다. 은은한 홍합향이 코끝을 자극하고, 싱싱한 홍합의 풍미와 쫄깃한 식감은 울릉도에서 먹는 즐거움이란 무엇인지 말해준다.
“홍합을 너무 잘게 썰어 넣으면 제대로 그 맛을 즐기기 어렵죠. 울릉도를 찾으신 분들이 제대로 울릉도의 맛을 느끼게 해드리기 위해 좀 더 큼직하게 조금이라도 많이 넣어 드리려고 하죠.”
울릉도를 찾은 손님에 대한 배려와 울릉도의 주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넉넉한 손님대접의 마음은 찬에서도 고스란히 배어난다. 명이절임과 부지깽이 나물 등 울릉도에서 채취한 산채를 기본으로, 조미료를 넣지 않고 맛깔스럽게 만든 10여 가지의 반찬이 푸짐하게 올라온다.
“도시에서 오신 분은 울릉도의 맛이 낯설 수 있어요. 특히 주메뉴를 포함한 모든 반찬에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 더욱 그럴 거예요. 하지만 천천히 하나하나 맛을 음미하다 보면 자연이 내는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입맛을 속이는 특별한 기교가 없어도 울릉도의 자연이 길러낸 자연 그대로를 정직하게 담아내면 맛은 저절로 우러나온다는 것이다. 밥상에 오른 작은 찬 하나에도 주인의 철학이 아삭하게 묻어있다.
홍합과 함께 따개비도 울릉도를 대표하는 별미다. 껍데기가 삿갓처럼 뾰족한 원뿔꼴로 생겨 ‘삿갓조개’라고도 부르는 따개비는 거칠고 험난한 파도가 치는 갯바위와 암초 사이에서 자란다. 일반적인 따개비는 요리에 쓰이는 일이 거의 없지만, 울릉도 따개비는 일반 따개비와 비교하면 몸통이 훨씬 크고 육질이 쫄깃하다. 울릉도 따개비는 맛과 영양이 좋아 전복에 비견하기도 한다. 따개비는 홍합밥처럼 밥을 지어 먹거나, 칼국수를 해 먹는다.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따개비밥은 밥알과 함께 씹히는 향긋함과 쫀득함이 매력이며, 울릉도산 미역과 따개비를 넣고 끓인 따개비 칼국수는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자연이 품어낸 낯선 맛의 천국, 울릉도
울릉도 식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반찬이 있다. 바로 울릉도 특산물인 ‘산마늘’이다. 울릉도에서는 개척 당시 개척민들이 이 나물을 먹고 생명을 이었다고 해서 ‘명이’라 부른다. 해발 700미터 이상의 고산 지대와 울릉도 전역에서 자생하는 명이는 마늘 냄새와 매운맛이 난다. 독특한 맛뿐만 아니라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자양강장 식품으로 건강에도 좋다. 명이는 초간장에 절이거나 김치, 물김치로 담가 먹는다. 특히 고기를 먹을 때 명이절임을 곁들이면 명이의 독특한 향이 고기의 잡냄새를 없애 고기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명이는 울릉도 사람들이 가볍게 등산하듯 산에 올라 캐오는 자연 그대로의 먹거리죠. 명이로 음식을 할 때는 양념의 맛을 살리기보다는 명이 자체가 가진 향을 잘 살릴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실제로 ‘뭐무꼬?’에서 손님상에 올리는 명이절임은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 주인이 직접 담근 것이다. 아삭하면서 독특한 향을 가진 명이절임을 맛본 손님들은 따로 청해 사가기도 한다.
홍합밥, 따개비밥, 명이나물 외에도 울릉약소, 울릉 산채 비빔밥, 오징어 내장탕, 울릉도 호박엿까지 울릉도만의 맛은 여행객들이 반드시 경험해야 할 부분이다. 화려한 기교나 꾸밈없이 오직 식재료에서 나오는 신선함과 소박한 손맛으로 완성시킨 울릉도의 맛은 울릉도를 또다시 찾아야 할 이유가 될 것이다.
화학조미료대신 울릉도에서 나는 자연재료로 최대한 맛을 내려고 노력한다는 ‘뭐무꼬?’ 주인. 반찬 한 가지에도 깊은 맛이 난다.
울릉도 특미음식 전문점 ‘뭐무꼬?’
054-791-3003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길 87
울릉도 맛집
+ 향우촌
울릉도의 자생 산채와 약초를 먹고 자라난 울릉약소는 육질이 좋고 약초의 향과 맛이 배어 있어 영양이 풍부하고 맛이 독특하다. 향우촌은 직영 농장에서 사육한 약소를 사용해 신선하고 육질이 좋다.
주소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길 186
전화 054-791-0686
+ 산마을식당
청정 자연에서 자생하는 울릉도의 산채는 약초로도 불리며, 소금기 섞인 해풍에서 자연 건조해 맛과
향이 좋다. 나리분지 민가 한가운데에 자리한 이곳은 성인봉을 넘어오는 산행객들이 들러 기운을 채우고 피로를 풀고 가는 산채비빔밥 전문점이다.
주소 경북 울릉군 북면 나리 136-2
전화 054-791-4643
+ 두꺼비식당
오징어의 내장을 끓이다가 호박잎과 풋고추, 홍고추를 썰어낸 오징어내장탕은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해장국으로 일품이다. 신선한 오징어내장을 푸짐하게 넣고 시원하게 끓여낸 오징어내장탕이 일품인 곳. 홍합밥의 원조로도 유명하다.
주소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길 54 대우타운
전화 054-791-1312
믿을 수 있는 울릉도 명이나물 구입하기
우체국쇼핑(mall.epost.go.kr)
1588-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