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맛, 더치커피
아시아 커피 소비국 2위인 우리나라의 하루 커피 소비량은 평균 300t으로 하루 2400만 명이 하루 한잔 반씩, 연간 500잔의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음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피전문점은 어느 거리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고,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춰 시럽과 크림, 토핑 등을 자유자재로 선택하고 커피 전문용어도 대수롭지 않게 사용한다. 커피에 있어 더 이상 새로울 것은 없다고 여길 즈음 등장한 ‘더치커피’는 커피의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더치커피 전문점이 생겨날 정도로 애호가가 증가하고 있다.
네덜란드풍(Dutch)이라는 의미로 17세기경 네덜란드 상인들이 장시간 항해하면서도 커피의 맛을 보존하며 마실 수 있도록 개발한 추출법이다. 우선 ‘더치커피’는 뜨거운 물이 아닌 찬물을 한방울씩 커피에 떨어뜨려 커피를 내린다. 이렇게 시간을 들여 찬물로 커피를 내리는 까닭에 카페인 성분은 적게 나오면서 커피의 쓴맛은 줄고, 원두의 개성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게 장점이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커피의 맛이 숙성돼 더 깊은 맛을 내 장시간 보관해도 맛과 향기가 오래 보존되며 뒷맛도 깔끔해 ‘커피의 와인’ ‘커피의 눈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더치커피를 ‘기다림의 미학’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추출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은 더치커피의 단점이 될 수 있다. 보통 12시간 이상을 우려내고 24시간 이상을 숙성시켜야 마실 수 있다. 더치커피는 찬물로 추출하는 만큼 차갑게 마시는게 기본이다. 또한 실험실 도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여러 개의 유리 용기들이 몇 층으로 연결된 더치커피 추출기는 웬만한 가정용 에스프레소 기계보다 더 비싼게 사실이다. 하지만 굳이 더치커피 추출기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진하게 볶은 커피를 곱게 갈아 티백에 넣고, 찬물에 담가 2~3일간 냉장고에 두면 간단히 더치커피를 즐길 수 있다. 신선한 원두를 쓰면 티백에서 기포가 발생하지만 탄산가스이므로 전혀 문제되지 않으며 2~3일 동안 있어도 잡미나 신맛은 나지 않고 오히려 맛이 부드러워진다.
삶의 품격을 담은 녹차
서양이 홍차를 중심으로 차 문화가 형성됐다면 중국, 한국, 일본의 차 문화에는 녹차가 그 중심에 있다. 녹차는 동양의 차 문화이자, 역사 그 자체다. 중국의 경우 예부터 차에 정확한 효능을 바탕으로 올바른 차 마시는 법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모든 음식에 차를 곁들이면서 물 대신 차를 마실 정도로 차는 일상적인 문화로 변화했다.
‘다도(茶道)’라는 표현은 일본에서 유래한 것으로 중국은 다법(茶法), 한국에서는 다례 혹은 차례(茶禮)라 불렀다. 일본의 차 문화는 ‘다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정신을 강조하며 다실의 구조와 다실의 치장, 다구의 위치, 차를 마실 때의 절차, 다실 내에서의 행동 등이 엄격한 격식을 따르고, 주로 가루 녹차인 말차를 애용하는 게 특색이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의 중간 지점에서 실용적인 차의 음용과 품격을 고루 살리고 있다. 특히 한국 차의 특징은 ‘덖음’에서 엿볼 수 있는데 볶듯이 살짝 익히는 덖음은 차의 본래 성분을 가장 잘 유지하는 가공방법으로 격식이나 향기, 색깔보다는 맛을 중시해 자연스럽게
차를 마시는 문화를 발전시켰다. 더불어 한국에서는 다식 외에는 차를 마실 때 다른 음식을 먹지 않았다.
녹차는 잎을 따는 시기, 제조법, 잎 크기의 모양 등에 따라 이름과 품질이 나뉜다. 우선 차의 품질은 찻잎을 따는 시기에 의해 결정되는데 청명 전후에 딴 ‘명전(明前)’을 최고로 꼽는다. 청명에서 곡우 이전에 딴 차는 ‘우전’, 그 후 1개월 후인 5~6월의 잎을 두물차, 6~7월은 세물차, 8~9월은 네물차라 하며 찻잎을 따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품질은 떨어진다. 찻잎의 여린 정도에 따라서도 구분하는데 잎이 펴지지 않은 부드럽고 여린 새순을 딴 것을 세작이라 하고, 잎의 성장에 따라 중작, 대작(왕작)이라 부른다.
전쟁의 도화선이 된 선홍빛 유혹, 홍차
홍차는 서양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차로, 홍차 문화의 대표주자는 영국을 꼽을 수 있다. 과거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차를 즐기게 되면서 각 국가는 차를 둘러싼 긴장관계가 생겼고 결국 이로 인해 두 차례의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국에서 차에 붙이는 과도한 세금이 도화선이 된 미국의 독립전쟁과 차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영국이 중국에 아편을 판매하면서 시작된 아편전쟁이 그것이다. 서구인들에게 차의 유통은 전쟁을 치를 만큼 중요한 물품이었던 셈이다.
중국 차는 생산된 지역, 시기, 건조방법 등에 따라 각각의 이름이 붙여지지만 차의 색에 의해 크게 백차(白茶), 녹차(綠茶), 황차(黃茶), 청차(靑茶), 홍차(紅茶), 흑차(黑茶)로 구분한다. 차의 색은 차를 만드는 제다법에 의해 결정되는데 발효의 정도에 따라 차의 색이 진해진다. 홍차는 이처럼 차의 색에 의해 분류된 것 중 하나로 발효 정도가 80% 이상의 발효차로서 떫은맛이 강하고, 차 색깔이 홍색을 띠는 게 특징이다. 한편 홍차는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차의 75%에 해당할 만큼 가장 소비량이 많은데 통상적으로 티(tea)는 바로 ‘홍차’를 지칭하는 말이다.
홍차는 다시 산지, 여러 다원의 찻잎 혼합 여부, 제다법, 첨가물에 따라 각각 이름을 달리하는데 세계 3대 홍차로 불리는 기문, 우바, 다즐링은 각각 중국, 인도, 스리랑카에서 생산된 지역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또한 한가지 다원의 찻잎만을 사용한 것은 스트레이트 티, 여러 다원의 차를 혼합하면 블랜딩 티, 향을 입힌 홍차를 플레이버리(Flavory tea)라 부른다. 세계 3대 홍차가 스트레이트 차라면 블랜딩 차로 가장 유명한 것은 ‘얼그레이’다. 1830년대 영국의 수상이었던 찰스 그레이 백작이 차를 마실 때 베르가못즙을 첨가해 마신 것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진 얼그레이는 현재까지 가장 사랑받는 홍차 중 하나다. 한편 홍차에 말린 사과를 넣은 애플티를 비롯해 말린 오렌지를 블랜딩하거나 허브, 장미 등의 꽃잎을 섞은 홍차들도 있다. 영국에서는 차를 마시는 시간에 따라 ‘브랙퍼스트 티’ ‘애프터눈 티’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tip 1
차와 커피를 위한 몇가지 이야기
에스프레소는 가늘게, 핸드드립은 거칠게
커피 추출법은 커피가 가진 향과 맛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최대한 커피와 물의 접촉면을 넓히기 위해 커피를 가루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원두의 입자가 작아지면 물이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쓴맛과 떫은맛, 카페인이 함께 추출된다. 다시 말해 짧은 시간 내에 커피를 추출하는 에스프레소는 곱게 분쇄해도 맛을 끌어낼 수 있지만 비교적 시간이 걸리는 핸드드립은 거칠게 분쇄해야 한다.
신선하지 않은 원두 사용법
커피의 맛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원두다. 로스팅한 지 열흘이 지나지 않은 신선한 커피를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2주 이상 지났다면 원두의 양을 조금 늘려 준다. 원두는 커피를 내리기 직전에 분쇄하는데 연하게 볶은 원두는 굵게, 강하게 볶은 원두라면 가늘게 분쇄하는게 좋다.
커피의 파트너, 물
물 온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불쾌한 맛을 끌어내고, 카페인의 양도 많아진다. 반대로 너무 낮은 물 온도는 커피의 향과 맛이 약하다. 원두의 종류와 커피를 내리는 기구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물의 온도는 90도~94도가 적당하다. 또한 강하게 로스팅 된 커피는 조금 낮은 온도에서, 연하게 로스팅 된 단단한 원두라면 조금 높은 온도의 물로 내린다.
홍차의 골든 룰
홍차를 맛있게 만드는 다섯 가지 원칙을
‘골든 룰’이라고 한다. 양질의 찻잎, 티 포트의 예열, 정확한 찻잎의 계량, 신선한 물, 차를 우리는 시간이 이것이다. 보통 3g의 홍차 잎을 예열한 찻주전자와 찻잔에 넣고 100도의 끓는 물 300cc를 부어 3분 정도 우려낸다. 물론 골든 룰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룰이 바로 골든 룰임을 명심하자.
식사와 차의 궁합
차에 있는 타닌, 카페인 등이 위를 자극할 수 있으니 식사 중에는 차를 피하도록 한다. 대신 식전의 녹차는 입을 깨끗하게 해서 식사에 집중할 수 있고, 식후의 마시는 차는 소화를 돕는다. 한편 고기류와 같은 기름진 음식을 먹었을 때는 보이차가 좋다.
향기가 오래 남는 차
녹차는 냄새를 잘 흡착하기 때문에 개봉 후 냉장고에 보관하면 냉장고 냄새를 빨아들여 차의 향과 맛이 변화한다. 습기가 통하지 않도록 밀봉해서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하는게 좋으며 1년 안에 마시는게 좋다. 홍차의 보관도 마찬가지다. 단, 홍차의 유통기간은 2년으로 녹차보다 오래 두고 마실 수 있다.
tip 2
커피와 차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한국차박물관
우리나라 녹차의 본고장인 보성에 위치한 한국차박물관은 한국 녹차의 현재를 잘 보여준다. 차와 차 문화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차 문화실, 차와 관련된 유물을 전시한 역사실, 다례 체험이 가능한 생활실, 찻잎을 덖는 체험시설 등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매년 5월에는 녹차축제인 ‘보성다향제’가 열려 차 만들기와 찻잎 따기, 햇차 무료시음, 다례시연, 찻사발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차를 주제로 한 다양한 문화행사 및 학술 심포지엄, 워크숍 등이 개최된다.
문의 061-852-0918
주소 전라남도 보성군 보성읍 녹차로 775
강릉커피박물관
커피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강릉 토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커피커퍼’가 운영하는 곳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나무 재배와 수확이 이뤄지기도 했다. 로스팅 도구, 원두 분쇄기, 커피 추출 도구 등 총 700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현재 20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실 외에 3만 여 그루의 커피나무가 자라는 온실 관람도 빼놓지 말아야 할 코스다. 전시실은 총 5개 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 코스에서는 당일 로스팅한 원두로 만든 커피를 무료로 시음할 수 있다. 커피 로스팅, 핸드드립, 에스프레소 추출 등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도 가능하다.단 체험을 위해선 미리 예약해야 한다.
문의 033-645-0592
주소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왕산로 2171-19
매암 차문화박물관
1963년에 조성된 차밭 옆에 위치한 매암 차문화박물관은 아담하면서 소박하다. 차밭 역시 마찬가지다. 2만 3,000여㎡의 규모로 1926년 일본 큐슈 대학에서 연구목적으로 조성한 수목원 관사였던 곳을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의 차는 차밭을 시작한 이후 단 한번도 농약을 뿌리지 않고, 자연순환농법으로 차나무를 가꾸고 있다고 한다. 차와 관련된 유물 전시 및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으며 이 외에 홍차 제다교실, 떡차 제다교실, 채엽, 혼합차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문의 055-883-3500
주소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악양서로 346-1
오설록 티뮤지엄
우리나라 최초의 차 전시관으로 문화공간이자 휴식공간으로 제주의 관광명소가 된 지 오래다. 삼국시대 토기부터 조선시대 백자까지 희귀한 차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한편 티뮤지엄 옆의 92만㎡ 규모의 푸른 차밭은 티뮤지엄의 백미다.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직접 찻잎을 따는 것은 물론 덖음, 유념 등 제다과정을 함께할 수 있다.
문의 064-794-5312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1235-3
아름다운 차박물관
야트막한 한옥의 처마가 아름다운 이곳은 차를 보고, 공부하고, 마실 수 있는 차 문화 공간이다. 개인이 해외 출장에서 수집한 세계 각국의 차들을 모아 박물관으로 개관해 다른 차 박물관들에 비해 규모가 작고, 문화사적 가치가 높은 유물은 없지만 공간 곳곳에 스민 차에 대한 애정만큼은 어떤 곳 못지않다. 아쌈, 세작, 연꽃차, 황차 등 다양한 종류의 차를 구입할 수 있으며 예술가들이 직접 구워낸 도자기와 다기도 구입할 수 있다.
문의 02-735-6678
주소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19-11
왈츠와닥터만 커피박물관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박물관으로 커피의 역사, 커피나무의 파종과 수확, 생두 제조 과정을 다룬 커피의 일생, 커피문화 컬렉션, 커피 재배 온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커피의 초창기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자료 전시가 흥미로운데 손탁호텔, 팔레호텔, 스테이션호텔 등 개화기의 호텔 이야기와 사진, 한국전쟁 당시의 다방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이 눈길을 끈다.
문의 031-576-6051
주소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로 856-37
김포 다도박물관
보성 혹은 제주와 같은 너른 차밭은 없지만 3만 3000㎡ 규모의 이곳에는 각종 전통 다도구류 외에 조각공원, 도자기공방, 천연염색 체험장 외에 연못, 정자, 투호장 등의 부대시설과 잔디광장을 갖추고 있어 다채로운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솥, 찻그릇, 화로 등 3,000여 점의 다도구류가 전시되고 있으며 전통예절과 관련된 500여 권의 고서도 관람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박물관에서는 3개월 단위로 전통예절과 생활예절, 한국의 다례법, 한국과 일본·중국 등 동양 3국의 차문화 및 생활문화의 차이 등을 강의하고 있다.
문의 031-998-1000
주소 김포시 월곶면 애기봉로275번길 18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