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산책을 나가다, 서점에 가다!
산뜻한 햇살과 바람 속을 산책하듯 책 산책을 나설 때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대형서점이다. 숲속처럼 빼곡하게 서가로 채워져 있는 대형서점은 주머니가 비어 있어도, 무엇을 살지 결정하지 못해도, 마땅히 할 일이 없어도 괜찮다. 유행하는 소설과 시를 훑어보고, 새로 나온 신간 서적들을 살피며 지식의 흐름을 읽고, 요리책들을 보며 미감을 음미하다 보면 시간의 흐름마저 까맣게 잊게 된다. 물론 책이 많다고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없다. 지나치게 많은 책의 숲과 서가의 미로에선 오히려 길을 잃기 십상이다. 하지만 조금만 눈여겨보면 공간 구성의 규칙이 보인다. 서점마다 서가의 배치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매장안내도를 미리 확인하는 것도 효율적이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경우 눈 목(目) 형태로 주요 동선을 구성해 어디에 있든 다른 서가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인접한 주제나 연계되는 내용을 나란히 배치하고 있는데 사전과 잡지는 외국어와 외서·취업서 코너와 가정과 생활 코너는 요리·취미·스포츠·건강 코너와 짝을 이루는 것이다. 서둘러 책을 구입하거나, 책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서점 내의 도서 검색대를 활용하거나 북마스터에게 문의하면 빠르게 원하는 도서를 찾을 수 있다. 저자나 출판사가 정확하지 않아도 북마스터는 도서의 키워드나 부분적 정보로 정확한 제목과 저자, 서가의 위치까지 알려준다. 한편 최근 대형서점들은 하나의 테마로 다양한 책 읽기가 가능한 기획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교보문고의 ‘삼환재’ ‘구서재’ 영풍문고의 ‘책향’이 대표적인 예. 무라카미 하루키, 야구, 미스터리, 시대공감, 신춘문예 등 다양한 테마와 키워드로 출판사의 규모나 신간 여부와 상관없이 다양한 도서들을 선보여 깊이 있는 책 읽기가 가능하다. 책 산책을 하다 다리가 아프다면 서점 곳곳에 놓인 휴식공간에서 숨을 돌려보자. 각 서점들은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도록 기획코너를 비롯해 서가 곳곳에 의자를 배치해 놓았지만 좀 더 편안하게 휴식을 갖고 싶다면 서점 내 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 다목적문화공간을 표방하고 있는 영풍문고는 서점 내에 CNN카페, 스타벅스, 던킨도너츠 등 카페와 베이커리숍을 운영하고 있다. 대형서점 내에서 진행하는 아카데미, 사인회, 저자와의 만남 등의 프로그램도 놓치기 아깝다. 영풍문고는 유명 저자 사인회, 원어민 강사 강의 등 문화행사를 비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교보문고 역시 저자와 함께 하는 낭독회, 사인회, 강좌 등을 진행한다. 또한 교보문고는 강신주, 김미경, 유시민, 박경철 등 유명 저자들이 강의하는 ‘명강의 Big 10’를 매주 토요일마다 열고 있다.
교보문고
1981년 6월 광화문점을 시작으로 국내 서점과 출판계를 주도한 교보문고는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국내 출판사가 출간하는 모든 책을 보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교보문고의 대표 매장인 광화문점은 하루 100만 권의 책을 취급한다. 한편 교보문고의 ‘바로드림’ 서비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서비스로 온라인에서 구입한 책을 직접 서점에서 수령할 수 있는데 배송시간을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구매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영풍문고
1992년 창립 이래 전국 주요 도시 21개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전국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과거 교보문고, 종로서적과 함께 3대 대형서점으로 꼽혔던 곳으로 오픈 당시 지하철과 연결된 통로와
서점 내에 패스트푸드 매장 등 참신한 공간구성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현재도 서점 내 휴식 공간뿐 아니라 음반·문구 외 문화·IT·생활 소품 등을 다양하게 판매하는 등 문화복합공간으로서의 서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국 매장별로 특색 있게 구성하고 있다.
반디앤루니스
서울문고로 시작해 2000년 코엑스몰에 문을 열면서, 2003년 교보문고 강남점이 오픈하기 전까지 동양 최대 규모의 서점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서점과 달리 고객이 편안하고 안락하게 지식을 나눌 수 있는 곳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도입한 미국의 서점 체인 ‘반스 앤 노블’을 벤치마킹한 반디앤루니스는 여유 있게 책을 읽고, 고를 수 있도록 서가의 폭을 넓히고, 독서공간과 인터넷 라운지를 따로 마련해 기존의 대형서점과 차별화를 시도해 성공했다. 현재 지점 중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무역센터점은 리모델링을 위해 2014년 11월까지 휴점 중이다.
타인의 추억으로 들어가다, 헌책방
한 때 중고서점은 학생과 지식인들이 방앗간처럼 들락거리던 곳이었다. 학생들은 물려 입은 형제의 옷처럼 누군가 몇 문제 풀다만 문제집과 참고서를 사고, 대학생은 두껍고 비싼 전공서를 구해 책값 부담을 줄였다. 암울했던 시절의 헌책방은 지식인들의 비상구였다.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서적을 거래하고, 서로의 철학과 사유를 공유하며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기도 했다. 지금은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서울의 청계천, 부산 보수동, 인천의 배다리 헌책방 골목은 책을 찾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지만 추억이 현재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동네 골목으로 숨었던 헌책방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온라인에서부터다. 북코아, 고구마 등 온라인 중고서점 사이트가 인기를 끌면서 사람들은 헌책방을 다시 찾기 시작했고, 온라인서점 알라딘은 2011년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오픈하며 본격적인 헌책방 시대를 이끌었다. 헌책방의 장점은 단연 저렴한 가격이다. 책의 발행 시점과 훼손 정도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대부분 정가의 50% 수준에서 구입할 수 있다. 판매하는 서적의 종류와 수도 대형서점 못지않다. 가정과 여성, 어린이, 의학, 여행, 잡지, 참고서 등 각 분야에 관한 전문서적의 상세 분류를 통해 원하는 책을 검색해볼 수 있고, 도서의 제목과 상세 정보, 책의 상태 등을 보고 주문을 할 수 있다. 북아일랜드, 고고북과 같은 중고서적 전문 검색 사이트에서는 실시간으로 헌책방 통합검색을 통해 원하는 책과 온라인 헌책방을 연결해 준다. 예약 주문도 가능하다. 책방 구석을 훑으며 몇 번씩 먼지를 뒤집어써야 간신히 찾을 수 있었던 책을 간단한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책 귀퉁이에 적힌 옛 주인의 메모는 헌책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실제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윤성근 씨는 헌책의 메모를 모은 단행본을 출간하기도 했다. 한편 온라인과 연계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던 헌책방은 다시 한번 진화하고 있다. 헌책방 카페가 그것이다. 헌책방의 감성은 그대로 살리면서 커피와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며 책을 읽거나 살 수 있다. 또한 문화공연, 독서토론 등의 프로그램을 열어 헌책방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응암동의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과 홍대의 ‘커피집 시연’ 등이 대표적인 헌책방 카페다.
알라딘중고서점
온라인서점으로 시작해 2011년 8월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열었다. 알라딘 중고서점은 구매자뿐 아니라 판매자에게도 반가운 곳이다. 보통의 경우 헐값에 아끼던 책을 팔아야 했던 판매자들에게 구체적으로 매입가를 명시해 신간 베스트셀러는 반값, 알라인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한지 6개월 미만의 서적은 최대 55%에 팔 수 있다. 중고서점 중 유일하게 검색 기능을 제공해 편리하게 책을 구입할 수 있으며, 일반 서점과 같이 분야별로 세분화해 매장에서도 쉽게 책을 찾을 수 있다.
www.aladin.co.kr, 1544-2514
공씨책방
정호승, 이문재 등 문인들이 사랑했던 곳이다. 80년대 광화문 신문로에 문을 열었던 공씨책방은 ‘개미귀신굴’이라 표현할 정도로 책들의 미로였다. 돈보다 책을 더 좋아했다는 공진석 씨가 희귀본부터 사회과학 도서, 대학 전공서적, 문학전집 등을 닥치는 대로 사 모았고, 단골들은 공씨책방에서 문학토론을 하고, 시민운동가들은 사회과학도서를 읽고 독서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공진석 씨의 별세 후 신촌으로 자리를 옮긴 공씨책방은 그의 친척이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중고교 문제집, 각종 수험서, 화보집, LP음반 등을 사고파는 공씨책방은 여느 동네의 헌책방과 다를 바 없다. 공씨책방 한 귀퉁이 어딘가에선 뜨거웠던 80년대가 툭 튀어나올 것 같다.
02-336-3058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헌책 속에서 찾아낸 옛 주인의 메모를 모아 묶은 책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의 저자 윤성근 씨가 운영하는 이곳은 헌책방인 동시에 와플과 커피, 허브차 등을 판매하는 카페이며, 연극, 판소리, 어쿠스틱 연주가 이뤄지는 공연장인 동시에 독서모임 공간이다. 때론 사진이나 회화, 공예품 등의 개인 전시 및 판매를 하는 갤러리도 된다. 영업시간은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로 이름처럼 ‘이상한’ 헌책방이다. 하지만 이곳의 독특한 영업 시간 덕에 젊은 직장인은 오히려 헌책방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소설, 사회과학, 인문, 역사, 예술, 문화 등 윤성근 씨가 직접 발품을 팔아 구입한 양질의 헌책들은 평균 정가의 50~60%에 판매되고 있다. 새로 들어온 헌책들은 일주일에 한번 홈페이지에 업데이트된다.
www.2sangbook.com,
070-7698-8903
동네서점에서 찾은 새로운 물결, 셀렉숍
세상의 모든 것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할인율이 높은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의 성공은 동네서점과 소규모 출판사의 위기와 직결된다. 하긴 서점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907년 설립된 종로서적의 폐업을 시작으로 해마다 급감해 1994년 5,683개에 달하던 서점이 2013년 기준 약 1,700개로 줄었다. 미국의 사회학자 로라 J 밀러는 <서점vs서점>라는 책을 통해 ‘대형 체인서점은 표준화된 효율성으로 비슷한 상점이 존재하는 세상을 만든다’고 말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책 시장에도 일어나는 것이다. 디자인·예술 전문서점 땡스북스, 인문사회과학 서점 레드북스, 회원제 위탁판매를 하는 가가린 등 소규모 서점의 등장은 대형화, 획일화되는 책 시장에 대한 시대의 저항일지 모른다. 그리고 이들은 대형서점, 온라인서점과는 달리 전문성과 다양성으로 자신들을 차별화했다. 홍대에 위치한 땡스북스의 경우 공간적 특성을 살려 디자인과 예술 서적을 주로 다루고, 유동인구가 많은 점을 고려해 폐점 시간을 오후 9시 30분으로 늦췄다. 또한 베스트셀러와 상관없이 콘텐츠와 디자인 균형이 잘 맞는 책을 선정해 진열하고 대형서점에서도 찾기 힘든 독립 출판물들도 판매한다. 한편 국내외 잡지와 서적뿐 아니라 가방이나 음반 등 개성 강한 문화 콘텐츠도 동네서점의 주요 판매 아이템이다. 이 외에도 동네 주민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출판사와 함께하는 저자 강연회, 전시회, 세미나, 워크숍
등을 개최하고 있다. 새로운 판매 방식도 등장했다. 경복궁에 위치한 가가린은 회원제 위탁판매를 통해 동네 사랑방 겸 독립출판물의 서점을 겸하고 있다. 회원들이 헌책을 가져오면 헌책방이 되고, 쓰던 장난감이나 액세서리, 생활소품을 가져오면 중고디자인소품 가게가 된다. 특정한 장르의 책에 집중해 판매하는 서점들도 있다. 세계적인 아트북 출판사인 애술린이 운영하는 애술린 라운지,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레드북스, 외국어 출판물만 취급하는 서울셀렉션, 문화·예술 분야의 해외 서적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포스트 포에스틱 등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서점의 모습도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지 모른다. 온라인 서점의 편리한 배송과 경제적인 할인 제도, 독서인구의 감소, 태블릿PC,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한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 등 시장 환경은 여전히 서점들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의 변화는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창조하는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서점 중심의 소통구조와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며, 신뢰할 수 있는 책들을 판매하는 동네서점들은 서점의 시대적 대안이자 전환점일지 모른다.
땡스북스
젊은 예술가의 거리로 불리는 홍대를 상징하듯 개성 넘치는 디자인, 예술 관련 분야의 책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서점. 그렇다고 전공자만 읽을 수 있는 디자인 전문서적을 취급하는 곳도 아니다. 출판사와 직거래를 원칙으로 누구나 디자인과 예술을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디자인, 예술, 브랜드 관련 서적과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매주 ‘금주의 책’을 선정하는데 전 직원이 돌아가며 책을 읽은 후 추천하는 것이다. 커피와 차도 판매하고 있다.
www.thanksbooks.com,
02-325-0321
가가린
동네서점을 추구하며 회원제 운영을 하고 있는 이곳은 주로 예술·디자인 서적을 다루지만 소설부터 만화책까지 회원들이 위탁한 헌책도 판매하고 있다. 위탁 판매란 연회비를 내고 가입한 회원들이 자신이 팔고 싶은 책의 가격을 스스로 책정해 책이 팔리면 서점에서 일부의 운영비를 제외하고 수익을 회원에게 주는 방식을 말한다. 이곳에 유독 독립잡지, 자가출판물 등 희귀 서적이 많은 것은 가가린만의 위탁판매 시스템 때문이다. 서적 외에도 음반, 장난감, 열쇠고리 등 다양한 액세서리, 시계, 열쇠고리 등 디자인이 돋보이는 생활소품도 판매하고 있다.
02-736-9005
카페콤마
커피를 마시며 한권의 책을 읽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서점이 있다. 출판사가 직접 운영하는 북카페가 바로 그곳. 창작과비평사의 ‘인문카페 창비’, 문학과지성사의 ‘KAMA’, 자음과모음의 북카페 ‘자음과모음’, 후마니타스 ‘책다방’이 있다. 이중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카페 콤마’는 출판사 직영 북 카페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문학동네의 22개 브랜드에서 출판하는 2,000~3,000권에 이르는 서적들은 카페의 주요 인테리어이자 도서관과 서점, 신간 홍보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카페 내의 소설, 시, 인문서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은 신간을 제외하고 50% 할인 판매한다.
02-326-0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