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우리의 삶과 추억을 만나는 곳
영화 ‘시네마천국’에서 영화감독이 된 토토는 곧 철거될 마을 영화관에서 알프레도 아저씨가 남긴 낡은 필름을 돌려본다. 자체 검열로 잘려나간 수많은 키스신을 보며 우수에 잠기는 토토의 모습은 엔리오 모리꼬네의 배경음악과 함께 영화사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시네마천국’처럼 북적이고 소란스러운 동네 극장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영화관 하면 떠오르는 풍경이 있을 것이다. 처음 간 극장에서 웅장한 화면에 순식간에 빨려들던 순간, 집단 야유와 웃음이 넘쳤던 단체 관람의 추억, 스크린 속 내용보다 옆 사람의 숨소리에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던 첫 영화관 데이트…. 지역마다 달랐던 영화관의 분위기는 복합상영관의 등장으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영화관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사랑받는 문화 공간이다. 삶에 지친 현대인들은 영화관 속 어둠에 몸을 묻은 채 일상의 고단함을 잊고 영화 속 세계로 빠져든다. 젊은 연인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골라 함께 울고 웃으며 사랑을 키운다. 영화 속 히어로들과 한마음이 된 아이들은 자신들이 지구를 구한 양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영화관을 나선다.
디지털 시대의 영화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흑백에서 컬러로, 필름에서 디지털로, 2D에서 3D를 거쳐 IMAX와 4D까지 영화의 진화에 발맞춰 영화관도 진화를 거듭해 왔다. 또한 단순히 영화만 보고 나오는 공간에서 쇼핑과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렉스로, 그리고 세대와 장르에 따라 맞춤화된 테마 상영관까지 영화관의 변신은 끝이 없다. 하지만 다양한 미디어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되면서 굳이 최신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언제든 영화를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볼 수 있고, 집집마다 설치된 IPTV는 극장 개봉과 동시에 최신 영화를 방영한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의 자료를 살펴보면 2004년 이후 국내외 영화 상영편수는 급격히 늘어났고 극장 매출액과 관객 수는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지만, 그 증가율이 점차 둔화되는 추세라고 한다. 이대로 가다간 언젠가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같은 영상을 바라보며 함께 감정을 공유했던 경험을 말 그대로 ‘영화처럼’ 추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새로운 전성기를 꿈꾸는 영화관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영화관들의 노력도 필사적이다. 일례로 서울에 있는 한 극장은 전 좌석을 프랑스 직수입품으로 교체하고 상영관 별로 특화된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해 섬세한 소리를 잘 구현해야 하는 예술영화와 시원하고 웅장한 소리를 내야 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구분해 상영하고 있다. 하드웨어적으로 쾌적한 좌석과 최신식 설비, 최상의 음향시설을 갖춰 영화관이 아닌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관람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는 영화관 스스로 영화를 큐레이션해 자체 기획전이나 영화제를 열고, 영화뿐만 아니라 미술 작품이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영화관은 오락 중심의 기존 극장문화에서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변화하고 있다.
영화관, 그 최초 그리고 최대
최초의 영화관, 단성사
서울시 종로3가에 자리한 단성사는 1907년 개관한 한국 최장수 영화관이다. 극장이 드물던 개화기로부터 광복 직후까지 연극과 영화 상영의 주요 근거지였던 단성사는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첫 영화
‘의리적 구토’를 상영했고, 일제강점기에는 ‘아리랑’, ‘춘향전’ 등 민족 정서가 담긴 영화를 상영한 역사적 극장이다. 6·25전쟁 이후부터 본격적인 영화 전용관이 되어 사랑받아 오다 2001년 9월 원래의 유서 깊은 건물은 철거되었다. 그리고 2002년 단성사 멀티플렉스로 재개관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초의 복합상영관, CGV강변
1998년 4월,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 빌딩 10층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복합상영관 CGV강변은 우리나라 영화 산업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극장 한 곳에서 한 편의 영화가 상영되었던 형태에서 한 극장이 여러 개의 상영관을 갖추고 동시에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환경을 만들면서 한국의 영화 시장의 성장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또한 국내 최초로 복합쇼핑몰 안에 들어선 영화관으로, 영화 감상과 쇼핑을 함께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최대 스크린 CGV영등포 스타리움관
2009년 개관한 CGV영등포 스타리움관의 스크린은 가로 32m, 세로 13m로 세계 최대 규모다. 이렇게 엄청난 스케일임에도 그동안 다소 떨어지는 해상도와 어두운 밝기 때문에 영화 애호가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크리스티 4K 듀얼 디지털 영사기를 도입해 밝기와 선명도가 2배 이상 좋아졌고, 소닉티어 사운드 시스템으로 소리에 대한 만족도도 크게 향상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한편, 국내 최대의 IMAX 상영관은 CGV울산삼산에 있으며, 가로 24.4m, 세로 14.1m의 규모다.
최대 규모의 영화관 메가박스 코엑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영화관은 서울 삼성동의 코엑스몰에 자리한 ‘메가박스 코엑스’다. 상영관 16개, 좌석 3,827석 규모인 이곳은 국내 최초의 스타디움 상영관이기도 하다. 규모가 큰 만큼 연 관객 수는 4백만 명 이상, 관객 동원 세계 1위라는 기록까지 가지고 있다.
남다른 영화를 찾는 이에게, 독립영화 전용관
대전 아트시네마
대전 아트시네마는 시사성 있는 독립 영화, 국내외 작가주의 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영화 마니아의 아지트다. 3층 입구에 들어서면 벽면에 고전 명화부터 예술, 다큐 등 4,000장이 넘는 DVD가 관객을 반긴다. 또한 수백 권의 영화 및 예술 서적이 비치되어 있어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극장 인터넷 카페 회원에 가입하면 DVD와 도서를 대여할 수 있다.
위치 대전시 동구 중앙로 192 3층
문의 042-472-1138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지프떼끄
지프떼끄는 국내외 다양한 독립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으로, 영화 기술의 발달사와 함께 영화 제작 원리가 미디어 아트를 통해 소개되는 영화박물관이기도 하다. 기획전시실에서는 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젊은 아티스트들의 예술 세계가 펼쳐지고, 매월 1회 이상 영화인의 강연이 열린다. 매주 화요일은 영화 문화에서 소외된 노약자나 외국인 노동자, 빈곤 가정의 어린이에게 무료 상영하는 ‘힐링 무비 데이’다.
위치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3길 22
전주영화제작소 4층문의 063-231-3377
아트씨어터 C+C
아트씨어터 C+C는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인디영화관 중 하나로 소규모 독립 영화와 다큐멘터리,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영화까지 ‘다양성 영화’를 만날 수 있다. 곡면으로 된 스크린은 영화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원래 음악과 연극을 공연하던 공연장인 탓에 객석과 스크린의 거리가 좀 멀다는 단점이 있다.
위치 부산시 중구 중구로 71
가톨릭센터 1층 문의 051-442-0602
색다른 공간에서 즐기는 영화 삼매경
아트하우스 모모
대한민국 최초의 대학 내 상설 영화관인 아트하우스 모모는 세계적인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한 이화여대 ECC 건물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젊고 모던한 분위기 속에서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영화제 혹은 음악이나 도서와 관련된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즐기며 관객 스스로 자신만의 개성 있고 창조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가꿀 수 있는 신개념의 영화관이다.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
이화여자대학교 ECC 402문의 02-363-5333
옥인상영관
서울 서촌(西村)에 자리한 옥인상영관은 고교 시절 친구였던 조각가, 기자, 건축가 다섯 명이 모여 만든 독립 영화 상영관이다. 이곳에서는 신인 감독이나 독립영화 감독의 영화를 기획전 형식으로 소개한다. 낡은 이층집을 개조해 만든 곳이라 가정집처럼 느껴지는 공간도 이색적이다. 주말에만 오전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상영하며 음료 한잔을 포함한 관람료는 5천 원이다.
위치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77-5
메가박스 오픈M
일산 백석과 원마운트에 자리한 ‘메가박스 오픈M’은 도심 속 옥상에서 캠핑과 영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영화관이다. 텐트나 캠핑 의자에 앉아 헤드셋을 착용하고 초대형 야외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는 영화를 감상한다. 바비큐, 즉석구이 등 다양한 그릴메뉴를 즐기며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캠핑 분위기가 제대로 살아난다. 주말에만 오픈하며 가족을 위한 4인용 패밀리 텐트 좌석도 있다.
위치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한류월드로 300(원마운트),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 1036(백석)
문의 1544-0070
스폰지하우스 광화문
스폰지하우스는 영화사 조제가 다양한 영화와 영화사에서 직접 제작한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85석의 아담하고 소박한 영화관은 카페처럼 낭만적이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영화관과 함께 갤러리 카페가 함께 있어 여유로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는 단관 개봉작 내지는 따뜻한 감성의 일본 영화나 유럽 예술영화,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작품성 높은 영화를 주로 상영한다.
위치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1길 40
씨스퀘어 빌딩 1층문의 02-2285-2102
벽을 허무는 공유의 영화관
서울혁신파크 배리어프리 영화
정기 상영관
배리어프리 영화 정기상영관은 서울시예비사회적기업
(사)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서울시청년일자리허브가 협력해 운영한다.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영화란 시각장애인을 위해 말로 장면을 설명하고, 청각장애인을 위해 자막을 넣은 영화를 말한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눈, 귀가 어두운 어르신들도 영화를 즐기기 좋다. 매월 셋째 주 일요일 오후 4시에 상영하고, 일반은 5천원, 장애인·어르신·청소년 이하는 3천원이다.
위치 서울시 은평구 통일로 684
문의 02-353-3553
허리우드클래식
낙원동 악기 상가에 위치한 허리우드클래식은 실버세대를 위한 영화관이다. 상영작들은 실버세대의 감성을 자극하고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고전 명화들이다. 어르신들을 위한 자상한 배려도 눈에 띈다. 어르신들의 편안한 관람을 위해 좌석 앞뒤 간격도 넓고 자막도 큼직하다. 또한, 직원이 좌석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관람료 또한 착하다. 55세 이상이면 2천원, 해당 나이가 아니더라도 55세 이상 어르신과 동행하면 2천원이다.
위치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 428 4층 문의 02-3672-4232
한누리 시네마
전북 장수군의 한 시골 마을에 자리한 ‘한누리 시네마’는 지역민의 요청으로 2010년에 만들어진 영화관이다. 시골에 있다고 허름한 영화관을 떠올리면 안 된다. 새로 지은 건물에 세련된 내부 인테리어는 도심 영화관이 부럽지 않다. 최신 개봉영화를 주로 상영할 뿐만 아니라 3D 영화도 상영하고 있다. 2D는 5천원, 3D는 8천원으로 관람료 역시 저렴하다.
위치 장수군 장수읍 한누리로 393
장수한누리전당문의 063-352-7050
가족과 어린이를 위한 영화관
영통 메가키즈박스(MEGA KIDS BOX)어린이·가족 영화 전용관으로 도서관과 카페가 한데 어우러져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건강한 놀이공간이다. 파스텔톤 컬러의 아담하고 푹신한 소파가 놓여 있어 아이들이 집 소파나 바닥에 앉아 영화를 보듯 편안한 분위기를 갖췄다. 좌석은 지정되어 있지 않고 선착순 자율 좌석제이며, 2개의 상영관에서는 전체관람가의 애니메이션과 가족 영화가 상영된다.
위치 수원시 영통구 봉영로 1579
롯데쇼핑플라자 6층문의 070-7016-3728
초록사과 키즈 영화관
국내 최초로 키즈카페와 DVD 영화관을 접목한 복합 놀이 공간으로, 극장에서 아이들이 떠들까 봐 조마조마할 필요 없이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키즈 영화관이라는 이름답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최신 애니메이션과 가족영화 DVD가 다양하게 준비돼 있으며, 아이들이 영화를 보는 동안 부모들은 커피를 즐기며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문의 www.greenapple.co.kr
CGV하계 씨네키즈
씨네키즈는 어두운 곳을 싫어하는 어린이들의 특성을 고려해, 밝은 환경에서도 영화 관람이 가능한 고선명 스크린을 갖춘 어린이 전용 영화관이다. 어린이 체형에 맞춘 키즈 좌석을 채택했으며, 키즈 전담 직원이 항시 배치되어 영화 관람 시 아이들을 케어한다. 영화 관람 전후 동화책을 보며 쉴 수 있는 공간인 어린이 미니 도서관 ‘씨네키즈 라이브러리’와 온 가족이 맛있는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 카페’가 마련되어 있어 가족 나들이의 즐거움을 더한다. 또한,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강좌와 행사들이 마련되어 ‘커뮤니티 시네마’로 자리 잡고 있다.
위치 서울시 노원구 섬밭로 258
건영백화점 지하1층문의 1544-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