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그의 명작 햄릿의 입을 빌려 연극에 대한 철학을 어필한다. “연극의 목적은 옳은 것은 옳은 대로, 그른 건 그른 대로 거짓 없이 보여 주는 것이요. 연극은 그 시대의 모습과 사상을 거짓 없이 표현하는 게 임무이기도 하니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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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공연(무대) 예술분야보다 연극은 우리 인생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원초적으로 표출하는 예술이며, 단순히 보고 즐기는 오락적 기능을 벗어나 사회 문제/지적 욕구/(종교, 이념, 이데올로기 등) 사상 탐구에 대한 사회성과 지성, 사상성을 담아내는 예술이라 할 것이다.
연극을 비롯한 공연(무대) 예술분야는 배우, 관객, 각본, 무대 이외에도 조명, 음향, 안무, (미술)무대장치, 의상/분장 등의 부가적인 구성요소들이 함께 공존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은 배우의 역량과 공연 당시의 컨디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매일 죽어서 다시 되살아나는’ 일회성 공연의 특성을 지닌다. 연극의 생명력이 여기에 존재한다. 롱런(Long-run)하고 있는 공연일지라도 동일한 연극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모습을 오롯이 담아내며 다이내믹한 배우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는 연유로 연극은 대중예술의 핵심을 도맡았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미디어의 발달과 관객의 기호 변화, 자본과 스타마케팅을 앞세운 뮤지컬이나 스크린에 연극만의 문화적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어쩌면 수요와 공급에 따른 일반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문화 향유에 대한 공감대 역시 다변화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최근 연극계는 형식적인 면에서는 퍼포먼스 형태를 취하고, 내용적인 면에서는 창작극 형태로 변모해 가는 추세이며, 대중스타 영입과 2~30대 관객을 핵심타깃으로 하는 감성마케팅으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연극 공연 관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배우, 시놉시스, 티켓가격, 공연장소나 공연일자 등 관람객마다의 개인차야 있겠지만, 연극 선택에 있어서는 <극단>을 빼놓을 수 없다. 극단에 대한 기본정보 없이 설핏 공연을 선택했다가는 공연시간 내내 숙제를 받는 기분으로 앉아 있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연극협회에 등록된 극단 수는 200여개 남짓. 여기에는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전통이 돋보이는 곳, 나름의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곳, 이제 막 무대인사를 한 초짜 극단도 있다. 이들 중 독특하기로 소문난 극단 몇 군데를 소개한다.
<실험극장>
순수 연극을 지향하는 극단으로 가볍고 즐거운 공연에 익숙해져 있다면 공연을 보다가 졸거나 굉장히 불편해질 수도 있다. “이 시대에 끈질기게 예술혼을 주장하는 극단과 배우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악착같이 하고 있다.”극단 대표 이한승대표의 말이다.
<목화레퍼터리 컴퍼니>
연극계에 얼마 남지 않은 단원 모두가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지는 동인제 극단으로, 우리 언어 우리 숨결을 연극을 통해 보존하고자 전통문화양식을 연극과 조화시키는 작업에 큰 관심을 쏟고 있으며, 연극계의 배우사관학교라 불린다.
<여행자>
고전을 원작으로 한 레퍼토리로 사실적인 대사와 현실적인 무대를 보여주는 대신 신체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감각적인 미장센에 집중하며 작품 속에 동양의 미를 세련된 움직임과 이미지로 녹여내는 것이 여행자만의 특징이다.
로마의 정치가이자 학자였던 키케로는 “연극은 인생의 모사(模寫)요, 관습의 거울이요, 진리의 반영이다”라고 말했다. 말인즉슨, 연극이란 인생을 거울에 비추어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모방한다는 의미를 부여하며, 배우가 인간의 행위를 그대로 모방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연극은 배우와 관객간의 보이지 않는 소통의 쳇바퀴를 끊임없이 굴리며 완성도를 높여 가는 예술이라 하겠다. 시작은 언제나 지난날의 후회와 새로운 날의 설렘을 동반한다. 2015년 새해는 나와 우리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다짐을 새기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의 마음으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우리 인생의 거울인 연극과 함께 말이다.
2015년 상반기 주요 연극 라인업
해롤드&모드
1.09 ~ 2.28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유리동물원
2월 ~ 3월 / 명동예술극장
비극의 일인자
2.05 ~ 2.21 /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유도소년
2.07 ~ 5.03 / 아트원씨어터 3관
북어대가리
3.03 ~ 4.05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라이온보이
3.05 ~ 3.07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푸르른 날에
4.30 ~ 5.31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데스트랩
4월 ~ 8월 / 대명문화공장 2관
변강쇠 점 찍고 옹녀
5.01 ~ 5.23 / 극립극장 달오름극장
페리클레스
5.12 ~ 5.31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