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고개는 열두나 고갠데넘어 갈 적 넘어 올 적눈물이 나네
글. 진용선(아리랑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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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아리랑에는 늘 아리랑 고개가 등장한다.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는 능동형이 있는가 하면,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게”라는 수동형도 있다.우리 민족에게 아리랑 고개는 무엇일까. 고개는 산을 모태로 한다. 산이 유달리 많은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산을 신성시하고 산에 대한 믿음 또한 강했다. 교통이 수월해지기 전까지 사람들은 산을 넘어다니지 않으면 안되었다. 마을과 마을을 질러갈 수 있는 산을 ‘고개’라 부르고 산의 일부로 여겼다. 고개는 사람이나 물자가 넘나들고 군사적 관문 구실을 했기에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던 곳이기도 했다.
고개는 그 너머의 다른 미지의 세계로 가는 통로이기에 언제나 두려움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곳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고갯마루에 서낭당을 세워 신성시했다. 뿐만 아니라 장승을 세우거나 돌탑을 쌓아 마을의 경계이자 수호신으로 여기며 넘어갈 때마다 안녕을 빌곤 했다. 우리나라의 고개는 꼬불꼬불한 굽이가 많다. 그래선지 고개를 이야기할 때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뜻인 아홉수를 써 아홉 굽이, 아흔아홉 굽이, 열두 고개라는 상징적인 수가 따른다.
아리랑 고개는 열두나 고갠데
넘어 갈 적 넘어 올 적
눈물이 나네
1950년대 ‘아리랑 고개 넘어’ LP음반
우리 조상들은 고개를 오르내리는 것을 인생에 비유하기도 했다. 아리랑 고개를 열두 고개로 표현하는 것도 시련과 고난의 연속인 인생을 표현한 것이다. 아리랑 노래에 등장하는 아리랑 고개는 괴나리봇짐을 짊어지고 넘는 고개이고, 눈물을 뿌리며 넘는 고개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는 혁명의 고개였다. 아리랑 고개에는 좌절과 시련 극복의 역사가 잘 드러나 있다. 서정적인 아리랑에 아리랑 고개는 서사적 의미를 더한다. 아리랑 고개는 슬픔에서 기쁨으로, 좌절에서 극복으로, 어둠에서 밝음으로 넘어가는 인생의 분수령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자신들이 처한 삶 속에서 넘어서야만 하는 현실과도 같다. 아리랑 고개는 언제나 가슴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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