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된 지 2년이 되었다. 아리랑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각별했다. 시간적으로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는 아리랑은 공간적으로는 한반도를 비롯해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 일본, 하와이, 미주 등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두루 퍼져있다.
아리랑은 한국인의 특별한 역사적 고난과 이를 극복한 사회적 경험이 배어 있기에 한국인의 정체성을 드러내 준다. 그래서 누구나 아리랑은 한민족의 DNA가 깃든 노래이자 한민족을 하나로 묶는 힘을 가진 민요로 여긴다. 다행히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등재된 이후 아리랑의 외연이 넓어졌다. 아리랑의 해외공연과 전시 등이 줄을 이었고, 해외의 유명한 음악가들도 아리랑을 연주하는 일이 잦아졌다. 등재 당시 곳곳에서 과장된 목소리가 난무하고 아리랑을 전승 보전한다는 애초의 소박함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리던 때와는 다소 누그러진 현상이다.
우리는 아리랑을 어떻게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가꾸어야 할까. 아리랑을 세계에 알려 가치를 드높이려면 우선 안으로 내실을 다지고 밖으로 외연을 넓히는 두 가지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내실을 다지는 일은 전승 현장에서 사라져 가는 수많은 아리랑을 되살리는 일이다. 큰 예산을 들여 만든 화려하고 거창한 무대에 올리는 아리랑도 의미가 있지만, 생활 현장에서 아리랑 물결이 일게 하는 것이다. 밑바닥부터 아리랑을 노래하고, 춤추게 해 민요의 맛깔을 지닌 아리랑의 자연스러운 전승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오랫동안 축적된 아리랑 콘텐츠에서 희로애락을 불러내야 한다. 그래서 다양한 삶을 통해 교훈을 받고 미래를 꿈꾸며 노래할 수 있도록 우리가 아리랑이 생활 속에 깊게 녹아들게 해야 한다.
정선아리랑 공연단이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립 카자흐민속악단 사즈겐 사즈(Sazghen Sazy)와 협연하는 모습
외연을 넓히는 것은 아리랑을 세계로 뻗어 가게 하는 일이다. 아리랑을 지나치게 민족과 결부시키다 보면 노래 그 자체만으로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기엔 한계가 있다. 아리랑을 인류 모두가 공감하는 주제를 지닌 오페라, 영화, 춤과 노래 등으로 만들어 세계 속으로 뛰어든다면 세계인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게 될 것이다. 더불어 디아스포라로 빚어진 아리랑을 따뜻이 보듬어야 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시기 더없는 아픔을 담아 중국, 러시아, 일본, 하와이, 미주, 멕시코, 쿠바 등지로 떠나간 아리랑을 찾아 삶의 궤적을 기록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우리가 아리랑의 떳떳한 주인이 되며,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 땅의 후손들은 아리랑이 한국에서 온 노래라고 믿을 것이다. 문화의 속성으로 본다면 한민족 아리랑 문화권도 이를 통해 자연스레 구축될 것이다. 이것이 아리랑을 세계로 뻗어가게 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로 우리민족의 아리랑이 세계적 전통 민요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한국의 아리랑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아리랑의 주인이 우리가 되었다는 의미이지 등재 자체가 곧 세계화는 아니다.
아리랑이 한국인에게 감동을 주고 각별한 의미를 주는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주인이 되어 세계인에게도 그런 감동과 의미를 느끼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