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힘든 가계부에 겨울철 난방비까지 더해지면 살림하는 사람 입장에선 피가 마를 정도지요. 저희 집에선 가스보일러로 난방을 하지만 추위를 잘 타시는 부모님께선 전기담요와 온풍기를 끼고 사시기 때문에 겨울이면 늘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의 이중폭탄을 맞게 됩니다. 요금이 무섭긴 하지만 나이 드신 부모님께 젊은 사람들도 견디기 어려운 추위를 무작정 “참으세요”라고 할 수도 없으니 겨울철 난방비는 그저 포기하고 지출하는 아주 아까운 돈이었죠. 그런데 올해부턴 상황이 달라졌어요.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논의를 거쳐 온 가족 모두 내복을 입기로 했거든요. 제일 먼저 내복 얘기를 꺼내신 건 어머니에요. 신문에 실린 난방비 절약법에 관한 기사를 읽으시다가 불현듯 말을 꺼내셨죠.
“하긴 옛날엔 늘상 내복을 입고 있는 게 당연했는데 언제부터 내복을 안 입게 됐지?” “언제부터긴…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겨울에도 추울 일이 없으니까 안 입은 거지.” “요즘엔 어디든 난방이 잘 되니까 괜히 입고 나가면 거추장스럽기만 했지. 버스고 전철이고 얼마나 잘 돼 있어.”
체감온도
5도 높이는
발열내의
문풍지 사이로 칼바람이 불던 한옥집에서 보낸 어린 시절엔 겨울이 되면 내복은 ‘제2의 피부’처럼 몸에서 떠나질 않았죠. 외출할 땐 물론이고, 잘 때도 잠옷 속에 내복을 입고 자고, 일과 시간에도 내복을 벗어놓을 수가 없었어요. 그 시절엔 옷장 안 깊숙이에서 내복을 꺼내는 것에서부터 월동준비가 시작됐습니다. 식구 수대로 내복을 꺼내 차곡차곡 개켜 서랍장에 넣으면 얼마나 뿌듯했는지. 작년에 입던 내복 아래, 위가 껑충하게 올라온 것을 보면서 ‘이만큼 키가 컸구나’하는 성장의 확인도 가능했죠. 겨울이 왔다는 실감도 내복에서 시작됐습니다. “추우니까 내복 입고 가라”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들려오는 순간부터 겨울의 시작이었던 것이죠.
그러고 보니 내복을 잊고 살 수 있었던 지난겨울들은 편하긴 했어도 ‘겨울’이라는 계절감을 놓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봄, 여름, 가을과 다를 바 없는 겨울이라니! 무엇보다도 내복을 입으면 전기요금, 가스요금에서 큰 절약을 할 수 있잖아요. 물론 내복을 새로 장만하기 위한 지출은 필요하지만, 한번
산 내복은 곱게 입으면 내년, 후년에도 계속 입을 수 있으니 난방비와 비교해봤을 때 엄청 이득을 보는 셈이지요.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겨울철 전력수급난 해소를 위한 난방제한 소식도 내복에 대한 관심에 불을 붙였어요. 대형건물의 실내난방 온도를 20도 이하로, 관공서는 18도 이하로 제한한다는 뉴스를 들으니 ‘내복 없이 올겨울을 나긴 힘들겠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내복을 사기에 앞서 본격적으로 내복에 관한 정보를 모아봤습니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한 내복이니만큼 가격이나 기능 면에서 만전을 기해야 하니까요. 몇 년 전부터 ‘내복’보다 얇고 보온성도 좋은 ‘발열내의’라는 이름의 기능성 내의가 출시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시장 조사를 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더라고요.
뭐가 달랐느냐고요? 예전의 내복은 겉옷 밖으로 보일세라 꽁꽁 감춰야만 했던 ‘속옷’이었는데, 요즘의 발열내의는 색상이나 디자인 면에서 겉옷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어요. 라운드넥, V넥, 폴라티셔츠 등 선택의 폭이 넓어 겉옷에 맞춰 골라 입을 수 있겠더군요. 피부에 ‘착’하고 달라붙는 얇은 소재를 써서 자칫 둔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없을 것 같고요. 내복 본연의 임무인 ‘방한, 보온’ 기능도 눈에 띄었습니다. ‘하나 더 껴입는다’는 단순한 원리로 방한을 했던 예전의 내복과는 달리, 요즘의 발열내의는 내의 자체에 ‘발열’이라는 기능이 있어서 얇아도 강력한 방한을 기대할 수 있지요.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체감온도를 5도까지 올릴 수 있다고 하더군요.
발열내의는 소재에 따라 그 기능이 다른데, ‘흡습 발열소재, 적외선 발열소재, 혈액순환 촉진소재’ 이렇게 세 종류가 있데요. 흡습 발열소재는 습기, 즉 땀을 흡수하면서 열을 내는 소재라고 해요. 아무리 땀을 흘려도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서 등산처럼 땀을 흘리는 야외활동이 많으신 분들에게 적합한 소재지요. 적외선 발열소재는 인체에서 발생하는 미량의 적외선을 흡수한 후 그것을 이용해 발열하는 소재에요. 입는 순간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몸이 더워지는 효과를 볼 수 있어요. 혈액순환 촉진소재는 혈액순환을 촉진해서 보다 따뜻한 혈액이 우리 몸 곳곳으로 흘러들어가 체온이 올라가는 역할을 합니다.
난방비 절감과
화재 예방의
2중 효과
열심히 머리를 짜내어 세 식구를 위한 발열내의를 샀습니다. 바깥에서 활동할 일이 많은 저와 땀이 많은 어머니는 흡습 발열소재 내의를, 집안에 주로 계시는 아버지를 위해선 혈액순환 촉진소재로 된 내의를 골랐죠. 내의를 받아 드신 아버지는 “뭐가 이렇게 얇으냐”라며 신기해하시더라고요. 효과가 있느냐고요? 물론이죠. 가만히 있어도 몸이 후끈거릴 정도로 따뜻해 보일러의 실내온도 설정을 2도 내렸죠. 전기 난방기구 사용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어요. 온풍기는 창고 속으로 들어가고 아주 추운 겨울밤을 위해 전기담요만 꺼내둔 상태죠. 온풍기가 없으니 방안도 더 넓어진 것 같고 은근히 신경 쓰이던 화재 염려도 덜 수 있어 더욱 좋아요.
내복을 입으면 난방비도 아끼고 전력사용량 급증으로 인한 블랙아웃 사태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뿌듯하지 않나요? 난방비 절약에 더해 내복 하나 챙겨 입는 것만으로 ‘겨울이구나’하는 계절감도 얻을 수 있으니 얼마나 남는 장사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내복이 꺼려지는 분이 계시면 한번 시도해보세요. 내복 한 장으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는지, 직접 경험해보시면 알게 되실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