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문화
춘곤증에대처하는
우리의자세
춘곤증
유년시절을 보낸 곳은 서울 북촌의 한옥이었습니다. 한옥의 툇마루는 겨울 동안 찬바람이 쌩쌩 돕니다. 그래서 온 가족이 따뜻한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가 봄이 되어 바람이 가라앉고 부드러운 햇살이 내리쬘 즈음이 되면 하나, 둘 아랫목에서 벗어나 툇마루로 모여들게 됐죠. 툇마루에 누워서 책을 보기도 하고, 소반에 과자를 담아 간식을 먹으며 수다도 떨고, 그러다가 따사로운 봄볕에 노글노글한 기분이 되면서 잠에 빠지는 것도 봄날의 재미였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보니 봄의 졸음기는 전혀 반갑지 않은, 오히려 생활에 여러모로 지장을 주는 춘곤증이라는 이름의 불청객이 되어버렸네요. 한참 일을 해야 하는 일과시간, 불시에 밀려드는 춘곤증은 무척 곤혹스럽습니다. 춘곤증만이면 다행이게요.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 채 멍하니 가라앉은 머릿속도 정신없고 제 할 일을 잊은 듯 더부룩한 속도 답답할 뿐입니다.
글. 이윤진(칼럼니스트) + 사진. 이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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