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과 환상의 궁합
우리나라 젓갈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삼국사기三國史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삼국사기 8권 신라본기(新羅本紀)에 신문왕이 왕비를 맞이할 때의 폐백음식을 기록한 글에 쌀·술·기름·간장·된장·꿀·육포 등과 함께 ‘젓갈’을 언급하고 있다. 중국의 <제민요술齊民要術(530-550년)>에도 ‘동이(동이족)를 쫓아 산동반도에 이르니 어디선지 좋지 않은 냄새가 나서 찾아본 즉 어부들이 항아리 속에 생선내장으로 만든 어장을 넣고 흙으로 덮어두었다가 향기가 생기면 조미료로 먹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후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로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의 젓갈은 주재료의 지역적 특성에 따라 150여 종까지 생겨나기도 했었다. 예부터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풍부한 해산물을 다양한 형태로 가공해서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젓갈은 쌀밥을 주식으로 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기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육질과 뼈째로 염장한 젓갈은 쌀밥의 부족한 단백질과 칼슘의 영양분을 보충해주기 때문. 또 젓갈의 짭짤한 맛은 밥과 잘 어울려 밥맛을 좋게 하는 작용을 함과 동시에 쌀밥의 부족한 나트륨 함량을 보충해주어 여러 모로 쌀밥과 궁합이 잘 맞는다. 우리나라의 젓갈은 1986년 유엔대학이 연구한 보고서에서 영양이 풍부한 수산발효식품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소화흡수가 잘 되고 유산균, 비타민, 무기질 성분이 풍부하며 칼슘 함량이 높고, 알칼리성 식품으로 체액을 중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세계 영양학자들의 평가이다.
세계인의 건강밥상 꿈꾸는 고바우식품
우체국쇼핑의 대표적인 젓갈 판매처인 ‘고바우식품’이 젓갈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은 1963년부터다. 명란젓을 만드는 비법은 함경도 출신의 외증조부에게 어머니가 전수받아 속초에 내려와 자리를 잡으면서 팔기 시작한 명란젓과 창란젓, 가자미식해가 고바우식품의 시초가 되었다. 지금은 박흥식(고바우식품 회장), 박영진(고바우식품 대표) 형제가 외증조와 어머니에 이어 3대째 우리 전통식품인 젓갈을 만들며 널리 알리고 있다. 1987년 젓갈 업체 최초로 우편주문 공급업체로 선정된 고바우식품의 젓갈이 특별한 것은 원재료의 맛을 충분히 살려냈다는 점이다. 맛과 색깔을 좋게 하고 유통기간을 길게 하기 위해 색소나 합성보존료 등을 사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고바우식품의 젓갈은 유통기한이 짧다. 좋은 원료를 사용해 최소한의 양념만 넣어 품질 좋은 젓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매스컴에서 젓갈의 위생에 대해 워낙 많이 보도가 되니까요, 순수하게 좋은 것, 국산 재료만 넣어 건강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저희는 좀 속상하지요. 더군다나 나트륨 섭취도 좋지 않다고 자주 방송에 나오니까 소비자들이 점점 젓갈을 건강에 안 좋은 식품으로 생각을 해 멀리하는 것 같아요.” 박영진 대표는 그래서 젓갈의 우수성과 효능에 대해 더 알리고 싶다고 말한다.
고바우식품의 대표 젓갈은 명란과 창란, 가자미식해다. 질 좋은 명태(미국, 러시아산은 국내산으로 인정)의 명란과 창란을 엄선하여 가공공장으로 들여와 일일이 수작업으로 원재료를 손질한다. 기계로 하면 편하고 인건비도 줄겠지만 창란에 불순물이 많이 남아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깨끗하게 수작업으로 재료를 손질을 한 다음에는 4% 염도의 해양심층수와 3년간 간수를 뺀 국내산 천일염으로 절임과 양념을 한다. 해양심층수와 천일염은 전통의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유산균이 더 풍부하게 살아있는 젓갈맛을 내는 작용을 한다고. 해서 고바우식품의 젓갈이 짜지 않고 부드러우며 감칠맛이 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산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설탕, 물엿 등 6~7가지로만 양념을 하니 원재료의 맛이 살아나면서 젓갈의 맛이 깊어지는 것이다. 명란과 창란에 이어 가자미식해에 들어가는 조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바우식품만이 국내산 조를 사용하는데, 박영진 대표의 말에 따르면 국내산 조를 구하는 일 자체가 어렵다고. 가격도 중국산의 10배 이상이지만 젓갈의 맛과 소비자의 건강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고바우식품의 운영원칙이라고 했다.
전통과 건강에 대한 소신
눈속임하는 몇몇 젓갈 업체들 때문에 때론 고전을 하기도 하지만 고바우식품은 세척-탈수-재료 자르기-1차 조미-2차 조미-숙성-포장-배송의 전 단계를 철저한 위생관리와 고객제일우선주의로 오늘까지 왔다. 여기에 낱개포장(저염 백명란)이나 소량포장, 전 상품의 아이스팩 포장배송 등 포장과 배송에 세심한 과정을 거치는 것도 모두 고바우식품이 소비자를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다. “짠음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는데 젓갈은 김치류, 된장류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이자 건강식품입니다. 특히 저희 젓갈은 해양심층수를 사용하면서 나트륨 함량을 4%대까지 낮춰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식품이 되었습니다.” 박영진 대표는 세계인의 밥상에 젓갈이 오르는 날까지 끊임없이 저염도의 깊은 맛을 내는 우리 전통 젓갈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 밥이 보약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보약 하나 더 밥상에 올리게 하고 싶다는 박영진 대표. 고바우식품의 젓갈이 유난히 맛 좋은 이유, 우리 전통 발효식품인 젓갈에 대한 애정과 재료에 대한 원칙을 지켜나가려는 흔들림 없는 소신 때문이리라.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젓갈 이야기
젓갈의 효능
글. 이윤진(건강칼럼니스트)
생선이나 조개의 살과 내장을 발효시켜 만드는 젓갈은 맛뿐만 아니라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산균을 비롯해 비타민A, 비타민C, 아미노산, 칼슘 등 영양소도 풍부한 건강식품이다. 특히 젓갈의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단백질 소화효소와 지방분해효소는 소화를 돕고 우리 몸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아 비만체형이 되지 않도록 해주는 효과가 있다. 젓갈에 함유된 소금 때문에 ‘성인병의 주범’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염분량을 줄인 ‘저염젓갈’ 추세라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 젓갈의 유효한 성분은 그대로 섭취할 수 있어 맛있는 젓갈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치매를 예방하는 명란젓
명란젓의 원료가 되는 명란에는 비타민A와 비타민E, 토코페롤이 풍부해 매일 조금씩 섭취하면 피부미용과 시력 보호 등 노화방지에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원주대와 일본 홋카이도대학의 공동연구에 의해 명란에 두뇌활동을 활성화하는 DHA와 수용성 항산화성분이 풍부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치매예방에도 좋은 건강식품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피로를 풀어주는 오징어젓, 낙지젓
오징어젓과 낙지젓은 피로회복 물질인 타우린이 다량 함유된 저칼로리 젓갈로 피로회복은 물론이고 여성들의 냉증과 남성들의 정력증진에도 특효를 보인다. 또한 낙지젓에는 단백질, 무기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남성들을 위한 최고의 스태미너식이며 오징어젓은 치매를 예방하는 DHA와 항혈전성분인 EPA, 항고혈압성분인 GABA가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 특효를 보인다.
당뇨 예방에 좋은 멍게젓
향긋하고 쌉쌀한 맛이 일품인 멍게젓에는 치매에 특효를 보이는 프라스마로겐과 스태미너를 높여주는 글리코겐, 식욕 증진과 갑상선 기능을 활성화시켜주는 요오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어패류로는 드물게 천연 인슐린 성분인 바나듐이 풍부해 당뇨를 예방하고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혈압강하와 항암효과가 있는 가리비젓
동해안 청정해역에 서식하는 가리비로 만든 가리비젓은 피로를 풀어주는 타우린과 콜레스테롤을 제거하고 비만예방에 좋은 글리코겐을 비롯해 칼슘, 회분, 철, 아연, 베타카로틴 등의 미네랄이 풍부한 건강식품이다.
성장기 어린이를 위한 가자미식해
가자미를 뼈까지 통째로 다져 무와 조밥을 섞어 만드는 가자미식해는 칼슘을 다량으로 섭취할 수 있어 성장기 어린이와 갱년기 여성들에게 그만이다. 이 외에도 항고혈압 성분인 GABA가 다량 함유되어 고혈압 예방효과도 있다.
바다가 선물한 종합영양제, 창난젓
명태 내장으로 만드는 창난젓은 단백질, 칼슘, 인, 철분, 비타민B12, 글루타민산, 아미노산, 펩타이드 등 다양한 영양 성분이 풍부해 ‘종합영양제’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