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허락한
최고의 선물, 밤
손끝으로 건드리면 ‘쨍’하고 깨질 듯 투명한 하늘은 키를 더하고, 귓가를 스치는 바람에선 가을내음이 묻어난다. 삐죽삐죽 성난 밤송이가 수줍은 속살을 드러내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깊어가는 가을밤 영양 많고 맛 좋은 밤은 최고의 간식이다. 밤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비타민이 풍부하고 칼슘, 철, 칼륨 등의 영양소가 들어 있어 아이부터 노인까지 영양간식으로 좋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밤은 기운을 돋우고 위장을 강하게 하며 정력을 보하고 사람의 식량이 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밤을 불에 구우면 과육이 부드러워져 생밤보다 소화가 잘되기 때문에, 배탈이 나거나 설사가 심할 때 군밤을 씹어 먹으면 냉한 속이 따뜻해지면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밤은 비타민B1이 쌀에 비해 4배 이상 함유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비타민C도 풍부해 피부를 윤기 있게 가꿔줄 뿐만 아니라, 머리카락이 검어지고 머릿결을 부드럽게 하는 작용도 한다. 밤에 함유되어 있는 양질의 단백질과 탄수화물은 근력을 키우고 근육을 생성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성장기 아이들의 신체 발육에 좋으며 운동선수 등 근육을 많이 쓰는 사람들의 근육통이나 사지무력감을 치료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뇨작용에 효과적이어서 신장병에 특히 좋기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밤을 ‘신장의 과일’이라고도 한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필요한 최고의 음식, 가을이 우리에게 허락한 선물이 바로 밤이다.
맛 좋고 영양 많은 부여 알밤,
이유가 있었네!
충남 부여 은산면 일원은 거의 모든 임야에 밤나무가 심어져 있다. 일찍이 밤으로 유명세를 타던 타 지역의 밤나무가 오래전에 심어진 것과는 달리, 이곳의 밤나무는 10년~15년 된 젊고 싱싱한 나무들이 대부분이다. 밤 품질의 성패를 좌우하는 일교차에 있어서도 부여는 최고의 입지를 자랑한다. 낮에는 덥고, 저녁에는 추운 날씨 덕분에 병충해는 적고 밤의 당도는 높다. 토심이 깊고 바위가 많아 물 빠짐이 좋은 황토 역시 부여의 밤이 왜 맛과 영양에서 최고를 자랑하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맑은 물이 흐르고, 물 빠짐이 좋은 황토에 일조량이 풍부하고 일교차가 큰 충남 부여 은산면. 마을 주민의 80%가 밤나무 재배에 종사하고 있는 이곳이야말로 밤마을이다. 그래서일까? 비옥한 황토에 뿌리내린 밤나무의 초록 잎과 가지마다 알알이 맺혀 있는 밤송이들. 그리고 그 안에 살포시 숨어 있는 알밤은 그 크기로, 윤기 나는 빛깔로, 달고 고소한 맛으로, 알알이 들어찬 영양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인옥이네 알밤,
그 깨끗한 맛의 비밀!
부여 은산면에 위치한 인옥이네 알밤 농장. 2만 평에 달하는 임야에 2500그루의 밤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연과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황인옥 씨가 다시 이곳에 터를 잡고 밤나무 재배를 시작한 것은 2005년. 지점장으로 일하던 은행에서 퇴사하면서부터다. “회사에 다니면서 주말마다 와서 농사를 지었어요. 풀도 깎고 땅도 고르고, 과실나무도 심고. 그러다 99년도에 밤나무를 심었는데, 이게 잘 자라더라고요. 6년쯤 되자 밤송이가 열리기 시작하는데, 주말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고민 끝에 퇴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밤 재배를 시작했죠.” 그렇게 시작한 귀농. 깨끗한 자연에서 자란 건강한 나무에 건강한 열매가 맺힌다는 농부의 자부심으로, 맛과 영양, 안전성까지 최고로 인정받는 밤을 키워 내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인옥이네 알밤은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재배한다. 대신 친환경비료와 목초액을 나무 하나하나 꼼꼼히 살포하는 정성과 노력을 더한다. “농약은 물론, 제초제도 사용하지 않아요. 그래서 토양이 산성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무당벌레, 어린땅개비 등 사라졌던 곤충들이 다시 서식하게 되었죠. 그러면서 파괴되었던 먹이사슬이 되살아나고, 밤나무에 치명적인 진딧물 등의 해충을 곤충들이 잡아먹으면서 자연스레 병충해 문제도 해결되었습니다.”
무농약 재배에 이어 유기농 재배에도 도전, 화학비료 대신 유기 영양제를 사용했다. 친환경 유기농 식품들이 소비자들에게는 환영받는 제품이지만 농민에게는 다소 버거운 과정이다.
“화학비료에 비해 수십 배가 비싼 유기 영양제를 사용하려니, 단가를 맞출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다고 밤의 가격을 무조건 올릴 수도 없고. 그래서 직접 유기 비료를 조제해 보기로 했죠.” 천연비료 강좌를 찾아다니고, 관련 책을 보면서 오랜 시간을 연구한 끝에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보다 가격은 10분의 1로 저렴하면서, 효과는 동일한 유기 비료 제조에 성공했다. 좋은 황토로 만든 유황 유화제와 고사리 우린 물은 살충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돼지감자 줄기는 항균 효과에 그만이었다. 전국에서 쏟아지는 주문량 때문에, 원하는 소비자에게 원하는 만큼의 밤을 보내지 못해 죄송할 뿐이라는 황인옥 씨. 성실한 땀과 정직한 마음이 만들어 낸 행복한 고민이다.
친환경 무농약으로 키운 인옥이네 알밤
4계절 내내
맛볼 수 있는 알밤
밤송이가 열린 가지의 휘어지는 각도가 커질수록 황인옥 씨의 손길도 바빠진다. 수확 즉시 선별과 세척과정을 거처 예냉실에 저장하고 나면 새벽 2~3시, 잠깐 눈만 붙이고 일어나 떨어진 밤을 줍는 작업을 시작해야하기 때문이다. 인옥이네 농장에서 밤 수확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되는 풍경이다. “밤을 수확하여 자루에 넣어두면 열이 발생하여 과육이 파괴되고 맛이 변질됩니다. 그래서 수확 즉시 선별기로 선별하여 침수나 훈증 처리 없이 깨끗한 지하 암반수에 3번에 걸쳐 세척한 후 깨끗한 가마니에 담아서 예냉실에 저장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하루에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서, 알밤 낙하지점에 충격 흡수제질의 수확망을 설치했다. 밤이 한곳으로 모여 줍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알밤이 땅에 직접 닿는 것을 방지해 과육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해준다. 인옥이네 밤 저장고에는 이런 과정을 통해 작년 가을에 수확한 밤이 아직까지 신선한 상태로 보관되어 있다. 일년 내내 소비자들에게 맛과 영양이 풍부한 밤을 제공할 수 있는 비결이다.
깨끗한 자연에서 부모의 마음으로 키운 인옥이네 밤나무엔 가지가 축 늘어질 만큼 밤송이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최근 일조량이 좋아 밤송이는 탐스럽기 그지없다. 이제 곧 잘 익은 밤을 굽고, 찌고, 때로는 날것 그대로 먹으며 달콤하고 고소한 가을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