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문화
맛집을 통해우리가 꿈꾸는 것들
진정한 맛집
맛있는 음식에 대한 갈망은 인간의 본성이면서 동시에 문화적 욕구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맛 좋은 음식과 함께 뭔가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에는 배를 채우는 ‘양 많은 음식’이 무조건 사랑을 받았지만, 이제는 아무리 그 가게가 멀어도, 조금은 비싸더라도, ‘특별한 날 특별한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또한 미디어에서 이른바 ‘먹방’ 이나 맛집 탐험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TV에 나온 맛집’이라는 간판도 급증하게 되었다. 그런데 텔레비전의 맛집 프로그램을 통해 잔뜩 기대에 부푼 사람들이 막상 그 유명한 맛집에 가 보면 기대보다는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다. ‘눈’으로 맛을 그리는 시각적 행위와 ‘혀’로 직접 맛을 보는 미각적 행위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미디어의 과열된 맛집 프로그램 경쟁은 ‘진정한 맛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보다는 더욱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오락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글. 정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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