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 대한 부모의 깊은 마음
어느 고을에 늙고 병든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여러 해 동안 아버지 의병 구완을 하느라고 그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가난한 살림에 약까지 지어 올리면서 정성을 다해 아버지를 모셨지만 병은 차도가 없었다. 이제 그들 부부에게는 병든 노인이 귀찮은 존재일 뿐이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빨리 무슨 결단을 내려야지, 이대로 있다가는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고생이고 우리는 우리대로 못살게 되겠어.”
“좋은 수가 있어요. 밤중에 노인네를 업고 가서 저수지에 밀어 넣는 거예요. 밤이니까 아무 도모를 거예요.”
“하지만 그건….”
“할 수 없어요. 우리가 살기 위해 선 눈 딱 감고 그렇게 해야 돼요.”
“그래도 그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며칠 동안 망설이던 아들은 결국 자기 아내의 뜻을 따르기로 하였다. 그는 밤중에 노인을 업고 저수지로 가서 빠뜨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노인은 두 손으로 아들의 목을 감고 놓지 않았다. 평소에 자리에 누워 있기만 하던 노인은 어디에서 힘이 솟는지 필사적으로 그의 목에 매달렸다. 아들이 노인을 뿌리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갑자기 순라군(巡邏軍)이 마을 쪽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여보시오. 지금 뭐 하는 거요?” “아, 아무것도 아니오.”
아들은 잔뜩 겁을 먹고 허둥거렸다. 사실대로 말했다가는 관가에 끌려가 목이 달아날 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그는 부들부들 떨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땅바닥에 쓰러져있던 아버지가 재빨리 대답했다.
“사실은 내가 병때문에 물에 빠져 죽으려고 했소. 그런데 제 아들이 눈치를 채고 쫓아와서 나를 말리고 있었던 거요.”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소리 내어 울었다. 그는 자신의 큰 잘못을 뉘우치고 아버지를 다시 집으로 모시고 돌아가 지극한 정성으로 봉양했다.
예 나지 금이나 부모 의자 식에 대한 마음 은지 극하다. 자기를 죽이려 했던 아들이 위기에 처하자 그럴듯한 핑계를 대어 자식을 감싸는 뜨거운 부정(父情). 이러한 눈물겨운 사랑을 많은 이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늙은 부모를 버리고 심지어 살해까지 하는 오늘의 살벌한 세태는 인간에 대한 회의 감마 저 갖게 한다.
얼마 전 한 젊은이가 재산 상속을 노리고 부모를 살해한 사건이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었다. 그것도 우발적인 것이 아니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사건이란 점에서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이런 끔찍한 사건은 사회 전체가 심각하게 병들어 있음을 말해준다. 극도로 타락한 인성(人性), 돈에 대한 광적인 탐욕이 부모까지 살해하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패륜아를 낳게 한 것이다.
막내아들의 지극한 효성
송기충(宋期忠)이 선산 부사로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삼 형제가 소송을 하였다. 그 내용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막내에게만 재산을 주고 장남과 차남에게는 한 푼의 유산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송기충은 일단 그들을 물러가게 한 후에 혼자 고심하였다. 쉽게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 생각 끝에 송기충은 묘안을 찾아냈다. 며칠 후송 기충은 관가로 삼 형제를 불렀다.
“내가 생각하건대 재산을 균등하게 나누어 주지 않은 것은 너희 아버지의 잘못이다. 그래서 풀로 엮은 인형을 뜰에 갖다 놓았다. 저것을 너희 아버지라 생각하고 끌고 다니도록 하여라.”
송기충의 지시에 따라 장남은 주저 없이 풀로 엮은 인형을 끌고 다녔다. 차남도 마찬가지였다. 막내아들의 차례가 되자 그는 부사에게 말하였다.
“비록 저것이 풀로 만든 것이 긴 하지만 아버지라지 칭하였는데, 어찌 잡아 끌 수 있겠습니까. 저는 도저히 이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 자송 기충은 탄식하며 말하였다.
“자식을 아는 데는 부모만 한 사람이 없다고 하더니 너희 선친이 자식들을 옳게 보았구나. 막내아들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준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장남과 차남은 두 번 다시 관가에 얼씬거리지 않도록 하라!”
송기충은 호통을 쳐서 그들을 쫓아버렸다.
이 일화는 부모에 대한 자식의 바른 도리를 일깨워 주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막내아들과 두 형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비록 풀로 엮은 인형에 불과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막내아들 의지 극한 효성과 공경심 은장남, 차남의 방자 한태 도와는 많이 다르다.
유산에 대한 욕심 때문에 부사가 시키는 대로 아버지를 끌고 다니는 두 아들의 모습은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부모를 살해한 패륜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사회 병리 현상은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물질 편향의 그릇된 가치관, 가정교육의 부재 등이 그 주요 원인이다.
혹한의 추위에도 올곧은 나무들은 화창한 봄날을 기다리며 생명의 불꽃을 꺼트리지 않고 있다. 이 겨울에 우리네 가슴에 오롯이 남아있는 따뜻한 마음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으면! 어떤 경우에도 생명의 소중함을 잃지 않고, ‘맑게 가라앉은 하얀 모래벌판 같은 마음’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