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자발적 노예가 되었는가?
수천 년간 인도인의 삶을 구분지어 온 카스트caste제도. 법적으로 폐지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그 영향력은 여전히 살아있다. 그 결과 인도는 최대 노예국으로 해마다 선정(워크 프리 재단 Walk Free Foundation 발표)되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세습노예뿐만 아니라, 강제노동, 부채노동, 아동착취 등 각종 노예제가 성행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같이 ‘갑질’에 휘둘려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삶을 사는 사람을 ‘현대판 노예’라고 한다.
땅콩회항, 백화점 모녀사건 등 지금 대한민국은 ‘갑질’ 논란이 거세다. 기업 오너가家의 도를 넘어선 안하무인,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그리고 청년들의 열정을 빌미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열정페이熱情Pay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여기에 서비스업 종사자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갑질도 만만치 않은데, ‘허세’와 ‘밥그릇 지키기’라고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과하고, 또 너무나 억울하다. 갑질은 왜 일어날까? 갑질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면서 자기 처지가 더 낫다고 착각하는 비뚤어진 우월감의 표현이며, 갑질을 하는 사람들은 우월감을 통해 자신감이나 자존감이라는 보상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비교를 통한 보상은 존엄성을 강화시켜주지 못하지만, 그들의 갑질은 계속된다. 이렇듯 보상에 반응하는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스키너의 연구는 시작된다.
위대한 동물 조련사인가, 아동학대범인가?
소설가가 꿈이었던 스키너는 위대한 심리학자 2파블로프의 글에 매료되어 하버드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다. 그는 ‘파블로프의 개’ 를 보며, 환경에 작용하는 어떤 행동에 지속적인 보상을 주면 아무 의미 없는 행동도 강화된다는 생각을 했고, 그게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궁금했다. 스키너는 파블로프의 이론을 좋아했지만, 그가 원한 것은 작은 점막이 아닌 유기체 전체였는데 즉, 침을 흘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 자체를 변화시키고 싶어한 것이다. 그리고, ‘스키너 상자’를 통해 이를 증명한다. 스키너는 상자 안의 배고픈 쥐가 새로운 환경을 탐색하다가 우연히 지렛대를 누름으로써 먹이라는 보상을 얻게 되면, 지렛대를 누르는 방법을 금세 배운다는 것과 음식이라는 보상을 더 이상 주지 않으면 지렛대를 누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더 놀라운 것은 부정기적으로 음식을 줄 때(가령, 30번을 누르거나 50번을 눌러야 음식이 나옴)에도 지렛대를 계속 누른다는 발견을 통해 도박에 중독되는 이유-예측할 수 없는 보상을 받기 때문-를 알아낸 것이다. 쥐로 시작한 스키너의 실험은 고양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돼지에게 진공청소기 미는 것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제2차 세계 대전 때에는 비둘기에게 미사일 유도 훈련을 시키는 학습 장치를 고안하는 데까지 이른다. 급기야 그는 자신의 딸을 2년 동안이나 자신이 고안한 상자 안에서 직접 키우며, ‘신생아들에게 보상과 처벌의 방식으로 교육을 하면 범죄가 없는 이상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하여 심리학자 중 가장 많은 비난과 비판을 받기에 이른다.
스키너의 보상이론, 사회를 길들이다
이러한 비난에도 스키너는 생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로 선정(타임, 1971)된다. 그의 이론은 학계뿐만 아니라 현실세계에 광범위하게 적용되었는데, 이는 생산성이 중시되는 대량생산 시대에 적합한 교육법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즉, 전통적으로 교육이란, 지식이나 기술 그리고 신념체계를 주입시키고 전달하여 습득시키는 과정인데, 교육을 “인간행동의 계획적인 변화과정”이라고 생각한 스키너의 관점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사회화는 사회에 잘 적응하는 ‘착한 아이’로 키워지는 것인데, 기대에 부응하면 보상을, 그렇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 방식으로 길들여진다. 가령, 벽에 칭찬스티커를 붙여 놓기만 해도 아이는 보상을 위해 노력하는데, 보상이 없다는 것은 아이에겐 두려움이고 그 자체가 벌이기 때문에 그것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회사에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처벌의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우리는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은 배우는 사람의 내부에 잠재해 있는 가능성이 자연스럽고 올바르게 발현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포악한 범고래를 조련하는 비밀이 조련사의 ‘칭찬’ 한마디라는 사실은, 처벌보다는 긍정적 보상이 행동을 강화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스키너의 이론을 다시금 증명하고 있다.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욕망에 대한 보상이다
3매슬로는 인간의 행동이 다양한 욕구에 의해 생겨난다고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욕구가 채워지길 바라며, 보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쇼핑을 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의 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은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하였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위로와 공감이라는 보상을 얻기 때문에 SNS를 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SNS 사용을 매슬로의 이론으로 설명하면, 집단에 소속되고 애정을 받고 싶은 ‘사회적 욕구’와 자신의 지위, 명예, 성공을 보여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고 싶은 ‘존경욕구’가 ‘좋아요’와 ‘댓글’로 보상받는다는 것이다.이렇듯 소비는 욕망에 대한 보상이 가능하다고 생각될 때 이루어진다. 달리 말하면, 우리가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은, 브랜드가 주는 ‘기대심리를 사는 것이다’. 브랜드는 우리가 원하는 욕망을 기능적 편익, 정서적 편익, 그리고 자아표현적 편익으로 구분하여 전략적으로 우리를 유혹해, ‘OO자동차를 타면 마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으로 느껴져’, 혹은 ‘OO청바지를 입으면 섹시해 보이고 자신감이 넘쳐’라고 느끼게 하는데, 이것이 브랜드를 소비하면서 얻게 되는 보상인 것이다. 한편, 《10대, 꿈을 위해 공부에 미쳐라》, 《40대, 다시 한 번 공부에 미쳐라》 등 대한민국은 평생, 공부를 강요한다. 그 결과,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은 아마도 ‘공부’일 것이다. 우리는 어떤 욕구 때문에 공부에 집착할까? 성인은 자아성찰이나 자아존중 혹은 승진이나 봉급과 같은 동기 때문에 공부를 한다. 그래서 성인의 학습은 필요성에 의해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학벌’과 ‘학연’으로 규정지어 지는 한국사회에서, 공부마저 하지 않으면 사회의 낙오자가 될 것 같은 불안감은 이내 무시무시한 공포감으로 형성된다. 그리고 이 공포감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마치 강박장애와 같이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남의 인생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우리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타인의 견해가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삼키지 못하게 할 것이며, 가슴과 영감을 따르는 용기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스탠포드 대학 졸업에서 연설한 스티브 잡스는 “남의 인생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한다. 스티브 잡스의 연설에서 스키너가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스키너의 주장은 인간의 모든 행동은 조작을 통하여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그의 주장은 인지의 창조적인 면과 인간행동의 전체적인 복합성을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정적 평가를 받곤 했다. 아마도 스티브 잡스의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삶 자체가 스키너의 이론을 증명하고 다시 반증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자, 이제부터 자신의 삶을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기계발 서적을 보며 남의 관점과 남의 경험을 따라 하는 대신, 가장 비인간적인 심리학자의 가장 인간적인 발견을 기억하라. “보상이 행동을 강화한다.” 지금부터 바로 당신의 욕구에 스스로 보상을 주어라! 그리고, 내 아이를 나쁜 아이로 키워라!
1 B. F. Skinner(1904.3.~1990.8. 美. 행동심리학자)
일명 『스키너 상자』 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통해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 체계적이고 선택적으로 반응을 강화시킴으로써 그 반응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을 높이는 것)를 밝혀내며, 보상과 강화가 행동에 미치는 연구로 평생을 바침
2 Pavlov, Ivan Petrovich(1849.9.~1936.2. 露. 생리학자)
개가 주인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침을 분비한다는 조건 반사를 발견. '파블로프의 개' 실험으로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받음
3 A. H. Maslow (1908.4.~1970.6. 美. 심리학자)
인간의 행동은 욕구에 의하여 동기가 유발되며, 인간의 욕구는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자기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로 이루어져 있다는 욕구단계이론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