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많은 이들이 작심삼일(作心三日) 혹은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시기가 딱 지금 2월이다. 장대했던 새해의 소망과 계획은 어느새 추레해져 가슴 한 켠의 스트레스로 자리 잡기 십상인 시기이다. 청양의 해 2015년은 사실 설 명절부터 아니던가. 그 어떤 공연예술 장르보다 낙천적이고 화려하며 환상적 성향을지닌 뮤지컬 이야기로 위안을 삼아본다. 뮤지컬은 연극에 시각적, 청각적, 감각적인 화려함을 입힌 종합예술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연극이 인간의 생을 오롯이 모사하는 사실주의에 입각한 예술분야라면, 뮤지컬은 이성보다는 감성을, 정형보다는 열정을, 사실보다는 몽환적 성격이 우위를 차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럼에도 뮤지컬은 대중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수반하는 독특한 예술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대중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뮤지컬은 20세기 초 유럽에서 태동했다는 것이 예술계의 일반적 의견이며, 어느 누구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영국의 <웨스트엔드(West End)>와 미국의 <브로드웨이(Broadway)>는 뮤지컬을 대형화, 산업화한 세계 뮤지컬 시장의 양대 산맥이라 할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뮤지컬은 서양의 뮤지컬이 전파되기 이전의 창극이나 가극, 판소리, 탈춤 같은 음악극에서 그 계보를 잇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아시아 문화권에서 우리나라는 비교적 빠른 시기에 뮤지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진 편이다.
일찍이 삼성경제연구소는 ‘신 감성 상품, 뮤지컬 산업이 뜬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뮤지컬이 국내 공연 산업의 주축이 될 것이라 내다보았으며, 한경비즈니스는 대기업의 투자확대, 스타 영입,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 세계 뮤지컬의 경연장, 풍부한 인력, 두터운 마니아층, 탄탄해진 시장기반 등의 7가지 연유로 뮤지컬 시장이 뜰 수밖에 없는 7가지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장기간 지속되는 경기침체, 소비심리 하락의 여파는 문화예술계에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모양이다. 다행히 정부의 창작뮤지컬 육성 지원사업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올 해 초연되는 창작뮤지컬은 우수공연 지원사업 공모에 채택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한편 탄탄한 작품에 호화로운 무대로 관중을 흥분하게 하는 대작 라이선스 뮤지컬도 국내 관객의 마음을 훔칠 준비를 하고 있다. 타인의 드라마를 보여주는 뮤지컬을 보며, 내가 주인공인 세상에서 내가 좋아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혹은 살고 있는 삶을 좋아하며 지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선문답 해보기 좋은 시절이다.
공모 선정 기대작
난쟁이들(2월 27일 ~ 4월 26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 2014년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은 작품으로, 평범한 난쟁이 찰리가 왕자가 되기 위해 공주를 찾아 떠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로기수(3월 12일 ~ 5월 31일, DCF 1관 비발디파크홀) ⇢ 춤과 음악, 이야기가 어우러진 <로기수>는 1952년,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미국 춤에 홀린 북한군 소년 병사의 이야기를 그려 낸다.
명동 로망스(10월,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 만화가를 꿈꾸는 평범한 남자가 1955년 명동에서 이중섭 화가, 박인환 시인 등을 만나고 현실로 돌아와 꿈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돌아온 화제작과 야심찬 신작
마마 돈 크라이(3월 10일 ~ 5월 31일, 쁘띠첼 씨어터) ⇢ 2010 초연 연장 공연, 2013 재연 전석 매진을 기록한 작품으로, 라이브밴드가 현장에서 들려주는 강렬하고 중독성 가득한 록음악은 심장을 오그라들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리랑(7월 11일 ~ 9월 6일, LG아트센터) ⇢ 스태프의 이름만으로도 기찬 작품이다. 원작 조정래, 극본・연출 고선웅, 작곡 김대성, 음악감독 박칼린, 무대디자인 박동우가 그들이다. 작품에 대한 설명은 굳이 하지 않겠다.
프랑켄슈타인(11월 ~ 2016년 3월, 충무아트홀 대극장) ⇢ 뮤지컬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으로 불린다. 2014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지컬’과 ‘올해의 창작뮤지컬’ 등 무려 9개 부문을 휩쓴 역작이다.
오리지널 내한공연
노트르담 드 파리(1월 15일 ~ 2월 2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국내에 프랑스 뮤지컬 붐을 일으킨 작품으로, 올해는 프랑스어 버전 그대로 공연을 올린다.
캣츠(4월 14일 ~ 5월 1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캣츠 오리지널팀은 작년까지 한국을 4차례 찾았다. 그들에게 흥행실패는 없었다. 올해도 흥행몰이는 계속될 것이다.
시카고(6월 20일 ~ 8월 8일, 국립극장 해오름) ⇢ 국내 뮤지컬계의 스테디셀러로 불리는 시카고는 2003년 이후 12년 만에 한국 관객을 찾아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