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존심 드높여
휴대폰은 반도체, 자동차와 함께 한국의 수출 주력 품목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특히 삼성 휴대폰 「애니콜」은 중국의 예에서 알 수 있듯, 해외에서 '명품' 대접을 받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데이터 퀘스트」에 따르면, 2004년 3분기에 「애니콜」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3.8%를 차지해 노키아에 이어 사상 처음 세계 2위에 오름으로써 한국의 자존심을 드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세계 시장 2위 돌입은 그동안 세계 휴대폰 시장이 노키아-모토롤라-삼성전자의 3강 체제에서 노키아-삼성-모토롤라라는 새로운 3강 체 제가 구축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다른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CDMA 분 야는 1위, GSM 분야는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에서 선두권에 돌입한 것은 최근 세계 최초의 500만 화소(畵素) 카메라폰을 비롯해 CDMA와 GSM 양 진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월드폰 등 최첨단 제품을 세계 시장에 선보여 기술력 우위를 입증한 데 힘입은 바 크지만, 국내 대표 브랜드 「애니콜」이 해외 시장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애니콜」 브랜드가 탄생하기까지의 경과를 살펴보자. 삼성전자가 1994년 7월 브랜드 이름을 공모한 결과, 약 5,000여 통의 제안이 들어왔다. 그러나 삼성전자 사업팀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름은 없었다. 그룹 산하 제일기획에 작명을 요청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당시 국내영업 사업본부장이던 오정환 전무가 제안한 이름 중에 「애니텔」이 있었다. 토론 끝에 이를 브랜드로 하기로 잠정적으로 결정하고는 상표권 조사를 시켜봤더니 일반명사이기 때문에 독점적 사용은 곤란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낭패한 사업팀은 머리를 모은 끝에 「애니콜」은 어떨까 하는 결론을 냈다. 회의 참석자들 가운데 이 이름이 대박을 터뜨릴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날 탄생한 「애니콜」은 그 후 10년 동안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 잡아 현재 3조 3천억 원(약 30억 달러)의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3조 3천억 원의 브랜드 가치
삼성전자는 1994년 8월, 「애니콜」이라는 브랜드를 출범시키고 2개월 후 최초의 애니콜 브랜드 휴대폰 「SH-770」을 출시한 지 1 년만인 1995년 7월, 국내 휴대폰 시장의 선두주자로 우뚝 섰다.
이어 삼성전자는 1996년 CDMA 최초 상용화, 1999년 와치폰· MP3폰·TV폰 출시에 이어, 2000년 듀얼폴더 휴대폰·카메라 폰·VOD폰, 2001년 9.8mm 초슬림 휴대폰, 2002년 EV-DO 동영 상폰, 2003년 동화상 통화폰, 2004년 가로화면 메가픽셀폰·500 만 화소 카메라폰·위성 DMB폰 등 해마다 '월드 퍼스트, 월드 베스트' 제품을 선보여 국내는 물론 세계 80개국의 휴대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애니콜」은 국내 시장보다 수출 시장에서 더 큰 활약상을 보였다. 1996년 9월 미국 최대의 PCS 통신회사인 스프린트社에 처음으로 휴대폰 수출계약을 체결한 이래, 1997년 초에는 홍콩의 허치슨社에 CDMA셀룰러 휴대폰을 수출함으로써 한국 휴대폰의 수출 포문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CDMA 방식의 성공적인 해외 시장 진출에 힘입어 1997년 2월에 최초의 GSM방식 휴대폰인 SGH-200을 출시하면서 GSM방식의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을 공략해 들어갔다. 이듬해 인 1998년 9월 삼성전자는 GSM 신제품인 SGH-600을 출시했으며, 이 제품은 시장에 나오자마자 소비자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것은 1995년 무렵 국내 시장에서의 '애니콜 신화'에 전혀 손색이 없는 것이었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 출시에 앞서 유럽의 각종 전시장에서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를 심은 다음 독일에 처음 선보였다. 독일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이탈리아·프랑스·영국으로 진출해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 여세를 몰아 중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삼성전자는 카메라폰·VOD폰 등 앞선 휴대폰 기술력과 디자인 력을 바탕으로 2004년 8,600만대의 휴대폰 판매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이며, 2005년엔 1억대의 휴대폰을 팔겠다는 것이 정보통 신총괄 이기태 사장의 장담이다.
2004년 「애니콜」 탄생 10주년을 맞이한 삼성전자는 2005년의 국내 휴대폰 시장 트렌드가 '융·복합화의 가속'이 될 것으로 전망 됨에 따라 지상파 디지털방송과 위성 디지털방송을 볼 수 있는 지상파-위성 DMB 단말기, 무선랜 지역에서 무선랜과 이동통신망을 함께 활용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와이파이(Wi-Fi)폰,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인 블루투스가 내장된 블루투스폰, CDMA와 W-CDMA 동시에 가능한 W-CDMA폰 등 다양한 융·복합화 기능의 휴대폰을 출시해 애니콜 신화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