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넥스' 공법 개발로 입지 도약
포스코(POSCO)는 기업 명칭이면서 동시에 이름 그 자체가 세계적 유명 브랜드다. 얼마 전까지 「포항제철」 또는 줄여서 「포철」로 불렸던 바로 그 회사다. 포스코가 유명한 이유는 세계의 제철회사 가운데 조강(粗綱) 생산 규모는 3,020만톤으로 5위(2003년 기준)지만, 효율이 1등이라는 인정을 공인받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으로서는 매출액이나 영업이익도 자랑이다. 그러나 가장 큰 칭찬은 '효율이 높다.' 는 말을 듣는 것이다. 세계적인 철강분석 전문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가 2004년 발표한 세계의 철강회사 경쟁력 평가에서 포스코는 평점 7.95로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철강회사 경쟁력 평가 1위
높은 효율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부분이 수익성이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03년 21.3%(매출액 14조 3,590억원, 영업이익 3조 8,260억원)에서 2004년엔 25.5%(매출액 19조 7,920억원, 영업이익 5조 540억원)로 크게 높아졌다. 2년 연속 20% 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제철회사는 세계에서 포스코가 유일하다. 올해에도 이러한 실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조강 3,110만톤을 생산, 작년보다 16.3% 늘어난 23조 100억 원을 매출할 목표를 세워놓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업이익률도 작년 수준과 비슷하거나 경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참고로 세계적인 철강회사의 영업이익률을 보면 2~10%대에 불과하다.
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 모두 톤당 건설단가가 세계에서 가장 싸게 먹힌 것으로 유명했 던 곳이다. 그런데 이제는 경영 효율도 세계 1등 가는 기업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의 이러한 경영 실적은 국내외 철강수요산업 호황으로 철강 가격이 제값을 유지 한데다 자동차강판·전기강판 등 포스코가 전략적으로 개발, 육성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의 매출 비중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역대 최고경영 자들이 외압을 막아내면서 내실경영을 다져왔고, 사원들이 똘똘 뭉쳐 이를 뒷받침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러한 경영 실적 호조에 힘입어 포스코 주식의 시가총액도 2월 말 현재 20조원에 육박,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삼성전자에 이은 2위를 고수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파이넥스' 공법 개발
최근 포스코의 이름을 한층 더 높여준 쾌사가 있다. 포스코가 2004년 8월 자체 개발에 성공한 세계 최초의 「파이넥스(FINEX)」 공법(工法)을 말한다.
파이넥스 공법이란 기존의 용광로 공법과는 달리 자연 상태의 가루 철광석과 일반 유연탄을 직접 사용하는 새로운 제선(製銑, 무쇠제련) 방법. 단괴(團塊, 덩어리)형 철광석 및 고점결성(高粘結 性, 매우 끈끈한 성질) 유연탄 등 고급 원료의 매장량 감소에 따라 선진 제철회사들이 앞다퉈 개발에 나섰던 최신식 용융환원(溶瀜 還元) 제철법 가운데 하나다.
포스코는 1992년부터 이 공법 개발에 나서 13년만에 성공한데 이어, 이를 이용한 150만톤 규모의 1기 설비를 착공했다. 시범 플랜트에서는 이미 연간 80만톤의 쇳물을 생산하고 있다.
기존의 용광로 공법에서는 철광석과 유연탄을 용광로에 넣어 환원작용과 용융작용이 한꺼번에 일어나게 하는데, 환원이 잘 되기 위해서는 용광로 내에 공기 유통이 잘 돼야 하고 원료들을 덩어리 형태로 사전에 가공해야 한다. 따라서 철광석을 덩어리 형태로 가공하는 소결(燒結)공장이나 유연탄을 코크스로 만드는 화성(火 成)공장의 건설과 조업에 따른 투자비 부담이 높을 뿐 아니라, 이 공정에서 생기는 황산화물·질소산화물·분진 등 오염물질 방지 시설에 대한 추가 투자도 불가피했다. 더욱이 덩어리 형태로 잘 뭉쳐지는 고점결성 유연탄은 세계 석탄 매장량의 15%에 불과해 원료 고갈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이에 비해 파이넥스 공법은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일반 유연탄을 사전에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용광로에 비해 설비투자비가 83%에 불과하다. 이 혁신적 제철법의 개발에 따라 세계 제철시장에서 포스코의 경쟁력은 갈수록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파이넥스」는 포스코를 기술 도입 기업에서 일약 기술 선도 기업으로 부상시킬 뿐 아니라, 「포스코」 브랜드를 넘어서는 새로운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지구상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철강사
탄산가스 배출량을 규제하고 있는 도쿄의정서 발효로 파이넥스 공법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작년 말 독일에서 열린 국제철강회의 「쉬탈 2004」에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초청받아 기조연설을 한 것은 바로 이러한 세계 철강업계의 관심을 대변한 상징적 이벤트였다.
전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해외에서도 새 제철소를 지을 때나 노후 용광로를 교체할 때, 친환경적이고 경 제적인 파이넥스 설비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해외에 진출할 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포스코가 생산성이나 원가 측면에서는 자타가 '세계 최고'로 인정해 왔지만, 고유 기술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라고 보기 어려웠다. 1973년 조업을 개시한 후발 철강회사로서 외국의 선진 철강회사들이 개발한 기술을 도입,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부터 선진 철강회사들의 본격적인 견제로 철강기술 도입이 어려워지자 포스코는 1977년 자체 기술연구소를 세우고 1986년, 1987년 잇달아 포항공대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을 설립하여 기술 자립의 바탕을 갖춘 다음 1992년 파이넥스 공법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1996년 소규모 모델 플랜트를 건설, 3년간 시 험조업을 거쳐 2003년 5월 상업화 규모에 필적하는 연산 60만톤 규모의 시범 플랜트를 가동한 지 14개월만에 기술적 타당성 및 경 제성 검증에 성공한 것이다.
선진 제철기술은 일본·호주·유럽·브라질 등이 거의 동시에 개발을 추진해 왔으나 대부분 지지부진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포스코는 30여년간 해외에서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기술을 도입하는 후진성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세계 철강기술사에 중요한 기록을 남기는 선진 철강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포스코는 2006년 말까지 1조 3,000억원을 투자, 150만톤 규모의 파이넥스 1호기를 가동할 계획이며 앞으로 노후화하는 용광로를 모두 파이넥스 설비로 대체해 나가기로 했다. 2010년까지 노후 고로(高爐)들이 모두 파이넥스 설비로 바뀌면 지구상에서 가장 친환경적으로 철강을 생산하는 철강사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의 비전은 2007년까지 3,400만톤의 조강 능력을 확보, 세계 톱3의 철강회사로 올라서는 것이다. 2004년 사상 최초로 조강 능력 3,000만톤을 넘어선 포스코는 2006년 말 연산 150만톤 규모의 파이넥스 1호기 준공과 더불어 고로 개수시 생산 능력을 확충 해 400만톤의 조강 능력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스테인리스에서 국내 220만톤, 해외 80만톤 등 조강 300만톤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