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코리아 톱 브랜드 SK그룹의 상징, SK주식회사
재계 5위의 대기업군, SK
SK그룹에서 최대의 매출과 이익을 올리고 있는 SK텔레콤의 최대 주주가 바로 SK이며, 그룹 총수인 최태원(崔泰源)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SK의 주식과, 자신이 최대 주주인 SKC&C가 보유한 SK의 주식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지난 3월 초 주주총회에서 결국 패하기는 했지만, 외국계 펀드사인 소버린이 SK의 주식 14.99%를 사들여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한 것도 SK가 그룹 전체의 지주회사 격이기 때문에 시도했던 도박이다.
SK의 전신(前身)을 살펴보면 이런 사정이 이해가 간다. SK는 SK그룹의 전신인 선경(鮮 京)그룹이 1980년 사운을 걸고 인수한 유공(油公)이다. 당시 선경이 자신의 덩치보다 큰 유공을 인수한 것은 재계의 서열을 바꾼 '사건'으로 치부됐다. 유공은 SK그룹이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의 전신)을 인수할 때의 자금 줄이었다. 그런 연유로 SK는 오늘날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SK그룹은 1996년 4월 이름을 바꿀 때까지 선경, 유공, 한국이동통신 등으로 사명이 분산돼 있어 소비자들이 그룹의 실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 SK그룹은 국경을 초월한 무한경쟁 시대를 맞이하여 SK(구 선경)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방안으로 CI 통합을 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시대의 이미지, 미래지향적 이미지, 대규모 기업군에 적합한 이미지를 찾아 오랜 토의와 압축 과정을 거쳐 「SK」라는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한 것이다.
SK라는 그룹의 새 브랜드가 탄생하자, 정유업계 선두 주자였던 유공은 SK(주)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됐다. 약칭이긴 하지만, SK그룹 산하 기업 중에서 다른 이름이 붙지 않고 SK라는 그룹 브랜드를 그대로 사명으로 쓰는 유일한 회사가 바로 SK다. 「삼성전자주식회사」를 보통 「삼성전자」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른 회사는 예컨대 SKT(텔레콤), SK텔레텍, SKC&C, SKC, SK가스, SK네트웍스, SK생명 등 뒤에 다른 명칭이 붙지만 SK는 SK다.
SK는 본래 원유를 도입해서 정제(精製)해온 회사다. 2004년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을 보면 석유정제 68.1%, 석유화학 25.3%, 윤활유 3.1%, 석유개발, 1.6%, 기타 1.9%다. 석유정제 관련이 96.5% 나 된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유수의 석유개발업체로 분류되기도 한다. 세계 12개국 20개 유전에서 하루 2만 4,000배럴(140만 달러, 14억 원)의 원유를 생산하니 만큼 당연한 대접이다. 2004년 SK가 석유 개발에서 남긴 이익은 전체 이익의 12%가 넘는다. 이 비중은 해마다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을 사실상의 산유국(産油國)으로 만들어준 주인공이 바로 SK다.
SK는 1983년 처음 석유개발사업에 진출한 이래 몇 차례의 실패를 맛본 끝에 1984년 예멘 마리브에서 '무자원 산유국'의 꿈을 이루었다. 현재 예멘·이집트·베트남·페루 등지에서 원유 및 천연 가스를 생산하고 있는데, 확보된 물량은 3억 배럴(150억 달러). 연간 국내 원유 소비량의 40%에 해당한다.
석유개발 부문, 매출액의 72%가 이익
이 가운데 예멘의 마리브 유전은 특기할 만하다. 1984년 미국 헌트 오일의 유전개발사업에 15.9%의 지분으로 참여했다. 이듬해 매장량 10억 배럴 규모의 유전을 발견, 1987년부터 원유를 생산하기 시작하여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검은 황금'을 쏟아내고 있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1997년 천연가스까지 발견돼 최근 미국과 연간 450만톤(14억 달러)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천연가스의 경우, SK 는 7.2%의 지분을 갖고 있다.
1998년 9%의 지분으로 참여한 베트남 유전에서는 추정매장량 4억 배럴이 넘는 유전이 발견돼 현재 하루 8만 5,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천연가스 개발에서도 미국 헌트사와 공동 참여한 페루의 카미시아에서 초대형 가스전이 발견돼 SK의 앞날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카미시아 가스전의 매장량은 8.7조 입방피트. 원유로 환산하면 20억 5,000만 배럴(1,000억 달러)이 넘는 '그레이트 자이언트' 급이다. 얼마 전 우리 동해에서 발견된 천연가스 매장량이 4,000만 입방피트였으니까 그보다 2만 2,000배나 큰 규모다. 이 가스전은 작년 8월부터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SK는 이 가스전의 개발·생산 분야에 17.6%, 파이프라인 수송 부문에 11.9%의 지분을 갖고 있다.
SK의 영업 실적을 보면 성공적인 석유개발의 열매를 볼 수 있다. 2004년 SK의 총매출액은 17조 3,997억 원으로 2003년의 13조 7,887억 원보다 26% 늘어났다. 이 가운데 석유개발 부문 매출액은 2003년 1,031억 원에서 2004년엔 2,757억 원으로 167% 성장했다. 매출 비중은1.6%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은 1,982억 원으로 전체 이익 1조 6,163억 원의 12.3%나 된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9.3%에 불과한데, 석유개발 분야에서는 71.9%를 남겼다. 효율이 8배 가까이 된다. 2,757억 원 어치를 팔아서 1,982억 원의 이익을 올렸다는 얘기니까 엄청나게 남는 장사를 한 것이다.
SK의 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페루의 블록 88과 브라질의 블록 56에서 가스와 원유를 개발중이며, 적도 기니·코트 디부아르·인도네시아·호주·브라질·에리트리아 등지에서 탐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SK의 석유개발 의지는 미국 본토에까지 상륙했다. SK는 지난 3월 말 미국 자회사인 SKE&P를 통해 미국 루이지애나주 남부 「이베리아노스」 광구의 운영권 지분 87.5%를 인수했다. SK는 그 동안 해외 유전이나 가스전 개발에서 10~25%의 지분만 참여해 왔으며, 직접 광구를 운영하게 된 것은 1993년 미얀마 유전개발사업 에 실패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SK의 이러한 노력은 해외 보유 매장량을 현재의 3억 배럴에서 2007년 5억 배럴, 2010년 10만 배럴(500억 달러)로 확대하려는 계획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