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코리아 톱 브랜드 「태평양」
한국이 화장품을 만드는 나라로서 '세계 톱5' 국가에 들어 간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믿어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는 사실이다.
미국의 최대 패션 화장품 전문신문인 WWD가 발표한 2004년 세계 100대 화장품회사 랭킹에 따르면 한국의 주식회사 태평양(대표 徐慶培)은 2004년 10억 9,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세계 화장품회사 랭킹 24위에 올랐다. 세계 25위 안에 들어있는 국가를 보면 미국이 12개로 가장 많고, 프랑스와 일본이 각각 4개, 독일 2개, 영국 1, 영국·네덜란드 합작회사 1개, 한국 1개다. 국가별로 따진다면 한국은 공동5위에 해당하는 나라인 셈이다.
이 자료에 나타난 매출액에는 향수, 색조 및 기초화장품, 헤어 제품 등 순수 화장품만 들어있으며, 이 통계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세계 4대 시장(유럽·북미·남미·아시아) 중 두 곳 이상의 지역에서 제품을 판매해야 한다. 그런데 태평양은 1990년 프랑스 파리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중국·일본·대만 등 3대 시장에서 자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명품 한방화장품 '설화수'
태평양이 만들어 내고 있는 제품 가운데 대표적 브랜드는 한방화장품 「설화수(雪花秀)」다. 특허 성분 자음단(滋陰丹)에 자음보위단(滋陰 補衛丹)을 더해 피부에 음(陰)이 부족해지는 현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뛰어나며, 선별한 한방 성분과 특별한 제조관리법으로 만들어져 피부 깊이 스며들고 오래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4년 1년간 설화수 매출액은 3,300억 원. 국내에서 연 매출액 3,000억 원이 넘는 유일한 화장품이며, 태평양 전체 매출액의 30%에 육박하는 비중이다.
설화수의 원조는 1973년 선보인 국내 최초 한방화장품 「진생삼미」다. 1967년부터 인삼 중심의 한방미용법 연구를 해온 태평양은 1972년 인삼 유효 성분 추출 특허를 획득해, 인삼을 화장품에 사용한 「진생삼미」를 선보였다. 「진생삼미」는 세계 34개국에 수출되어 2,0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체계적인 연구를 거듭해 「삼미진」, 「설화」 브랜드를 출시한데 이어, 1997년 경희대 한의대와 공동 연구를 통해 「설화」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설화수」를 내놓았다.
설화수는 우리 문화에 기초한 독특한 철학과 제품력으로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명품 한방화장품으로서 위치를 차지하며 한국 화장품 문화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다. 설화수의 성공 사례는 수많은 회사들의 연구 대상이 돼 한방화장품 출시 붐을 일으켰으며, 2004년 한국능률협회로부터 수입화장품 브랜드인 샤넬과 랑콤을 누르고 3년 연속 여성기초화장품 브랜드파워 1위로 인증 받기도 했다.
2004년과 2005년에는 다국적 컨설팅 그룹인 일본능률협회 컨설팅이 기업의 글로벌 브랜드 경영 수준을 평가하고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브랜드 경영 방향을 제시 하기 위해 매년 조사하는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 지수 조사에서 설화수가 2년 연속 여성기초화장품 부문 1위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지역·연령별 소비자를 대상으로 브랜드에 대한 인지, 연상, 지각 품질, 시장 팩트 (Fact) 등 네 가지 항목에 대한 평가를 종합해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올해는 9개 산업군 178개 부문 816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만 13세 이상, 60세 미만의 국내 거주자 18만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명품 한방화장품 브랜드 「설화수」가 여성기초화장품 부문 1위로 선정됐다. 30여년 한방화장품 연구력을 집대성해 탄생된 「설화수」는 품질에서 디자인까지 남다르게 만든 차별화 전략으로 많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한 품질과 제품력에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한 고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은 고객들의 마음속에 브랜드를 진하게 각인시켜, 끊임 없는 사랑을 받는 비결이 되고 있다.
품질제일주의로 화장품 업계 선도
태평양이 「설화수」의 뒤를 이을 새로운 대표 브랜드로 꼽고 있는 것이 기능성 화장품 아이오페(IOPE). 1996년 10월 첫 선을 보인 아이오페는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바이오 나노기술」을 접목시켜 일곱 가지의 피부 고민을 해결해주는 브랜드로 다시 태어났다. 새로워진 아이오페는 「폴리페놀」 성분과 「바이오 나노기술」을 결합 시켜 스킨사이클 단계별 전문화, 세분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능성 화장품이다.
2003년 타계한 서성환(徐成煥) 회장이 1945년 9월 창업, 올해로 회갑을 맞는 태평양은 태평양화학공업사라는 화장품 제조회사로 출발했다. 6·25 이전, 원료도 구하기 힘든 시절에 태평양은 국내 최초로 「ABC」라는 자체 브랜드를 탄생시켜 고객들로부터 품질을 인정받았지만 6·25로 큰 위기를 맞았다. 화장품 원료의 일부를 챙겨간 태평양은 피난지 부산에서 화장품을 만들어 대히트를 기록함으로써 환도 후 이전보다 사업 규모를 더 키울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품질제일주의'가 절대적인 신념이라고 믿은 서성환 회장은 1954년 국내 최초로 연구실(현재 기술연구원)을 개설했고, 2년 후에는 매년 독일·일본 등 화장품 선진국으로 기술자들을 유학 보내 선진 기술을 습득할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러한 노력 등을 통해 태평양은 1950년대 중반부터 우리 화장품 업계를 선도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들어와서 태평양은 서울 신대방동에 대규모 공장을 신축하고 최신 설비를 갖추었다. 현대화된 대규모 생산설비와 앞선 기술개발력, 그리고 '아모레 아줌마'로 상징되는 방문판매 루트를 개척하여 1960년대 말에는 국내 시장의 70%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1964년에는 「오스카」 브랜드를 통해 화장품을 처음으로 수출한 이래, 1970년대 초엔 세계 최초로 인삼화장품을 개발, 미국·일본·독일·동남아 등지에서 인기를 끌었다. 특히 1971년엔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 화장품 콘테스트에 참가하여 3개의 금상을 획득함으로써 세계적으로 화장품 제조기술을 인정받았다.
1990년 화장품의 본고장인 프랑스에 진출, 현지에 생산공장을 건설했으며, 1995년엔 중국 심양에 화장품 생산공장을 세워 백화점과 가정방문을 겸한 판매 활동에 들어갔다. 2002년에는 중국 상해 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태평양은 전 업종을 통틀어 발군의 우량기업에 속한다. 1990 년대 초부터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단행, 화장품 분야에 핵심역량을 집중함으로써 IMF 위기 때 오히려 사세(社勢)를 키우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최근 3년간의 경영 성과 가운데 매출액과 경상이익의 경우 2002년 1조 887억 원, 1,931억 원, 2003년 1조 1,198억 원, 2,587억 원, 2004년 1조 1,053억 원, 2,123억 원, 2005년(예상치) 1조 1,850억 원, 2,207억 원으로 기복 없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