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만들어낸 증강인류의 대중화
스마트폰이 ‘똑똑한’ 전화기인 것은 애플리케이션 때문이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전화기를 만능도구로 만들어주고, 그걸 쥐고 있는 우릴 더 유능하게 만들어준다. 길을 전혀 모르는 곳에서도 지도나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으로 그곳 토박이 만큼이나 길을 잘 찾아갈 수 있게 되었고, 외국어를 잘 몰라도 스마트폰의 외국어사전이나 통번역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외국인과의 소통도 가능해진다. 어디에 떨어뜨려 놓아도 다 알아서 돌아다니고, 필요한 생활을 다 즐기고 누릴 수 있다.
굳이 우리 머리에 담아두지 않은 것도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의 도움을 받아 우린 다재다능한 슈퍼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누려본 사람이라면 스마트폰이 주는 매력에서 헤어나긴 불가능하다. 과거 인터넷에만 의존하던 시대에선 컴퓨터를 켜고 검색엔진에서 모르던 것을 물어가며 알아냈다면, 이제 스마트폰은 장소와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아주 짧은 시차만 요구될 뿐 모든 일상의 궁금증이나 필요성은 다 해결해낼 수 있다. 별의별 애플리케이션이 우리에게 실시간으로 탑재되어 우리의 능력을 발하게 하는 것이니 우린 수십만가지 애플리케이션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알면 누구나 증강인류가 될 수 있다. 날아다니는 것만 못할 뿐 슈퍼능력자들과 비교해도 부족할게 없는 셈이다.
구글 글래스 프로젝트, 또 하나의 증강인류를 예고하다
구글이 상용화를 준비 중인 구글 글래스에는 소형 카메라가 장착되었고, 헤드업디스플레이 기술이 적용돼 사용자의 오른쪽 눈 윗부분에 나타나는 작은 스크린에 데이터가 투영되는 구조다. 배터리는 안경테에 내장되었는데, 웨어러블 스마트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진과 동영상 촬영은 물론이고, 문자를 주고받고 전화통화를 하고, 웹 검색을 하고 구글맵을 이용하는 등 안경 속에 스마트폰이 증강현실을 입고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웨어러블 PC이자 웨어러블 스마트폰의 새로운 미래를 이끌 도구 중 하나가 바로 이 안경이다. 구글 글래스는 우리를 더욱더 증강인류로 만드는데 기여한다. 의학지식이 없는 누구나 주변에 위급 환자가 있을 때 구글 글래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쪽으론 심폐소생술 동영상을 보면서, 동시에 의사와 실시간 동영상 채팅도 하면서 환자의 심폐소생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도 응급치료에 대한 애플리케이션이 있는데 이걸 구글 글래스에서 기본으로 탑재한다면 꽤 유용할 것이다. 구글 글래스를 마케팅이나 세일즈에서도 크게 활용할 수 있다. 가령 세일즈 하는 사람이 고객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그 고객의 얼굴을 찍어서 이미지 검색으로 그 사람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블로그 등을 찾아보는 것이다. 상대를 좀 더 파악한 채로 세일즈를 하는 것은 훨씬 강력한 무기를 가지는 셈이다. 각종 영업사원이나 매장의 판매사원들에게 구글 글래스가 필수가 될지 모른다.
웨어버블 테크가 현실이 되다
스마트미디어에 의한 소프트웨어적인 능력 증강을 1차적인 증강인류로 봤다면, 하드웨어적이자 육체적인 능력 증강을 2차로 볼 수 있다. 1차적인 증강인류는 지금도 누리는 것이라면, 2차적인 증강인류는 머지않아 보편화되게 누릴 것이다. 가장 쉽게 영화 <아이언맨>을 떠올려보면 된다. 로봇 슈트만 입으면 힘도 세지고 날아다니기도 한다. 물론 아이언맨의 로봇슈트까지는 아직 멀었더라도, 신체 능력을 보완해줄 웨어러블 로봇은 이미 존재한다. 미국 버클리 바이오닉스에서 제작한 3세대 근력강화용 시스템인 HULC(Human Universal Load Carrier)를 착용하면 보통 체력을 가진 사람도 90kg의 짐을 가볍게 나를 수 있다. 일본 Cyberdyne가 의료용으로 만든 웨어러블로봇인 HAL(Hybrid Assisted Limb)은 신체적 장애를 가진 이들도 정상인 이상으로 힘을 가진 로봇 팔과 다리를 가지게 했다. HAL은 고령자나 척추장애인, 소아마비 장애인 등 팔다리를 잘 사용할 수 없는 이들에게 걷게 하고 들 수 있게 만들었다. 장애도 극복시킬 만큼 웨어러블 테크는 우리의 능력치를 배가시켜준다. 스마트 기술이 우릴 똑똑하게 만들었다면, 다양한 웨어러블 테크가 우릴 강력하게 만들어준다.
기억력이 떨어져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더 이상 기억에 의존하지 않는다. 전화번호도 외우지 않고, 암기 잘하는 걸 능력으로 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머리가 나빠진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겐 기억력이 중요해지지 않은 것뿐이다. 물론 전화번호 외우고 길 외우고 하는 것 대신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본다. 읽고 보고 접하는 양은 점점 많아진다. 창의적인 수준도 과거에 비해 훨씬 높다.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고, 더 많은 생각을 현실로 옮겨볼 기회를 가지기 때문이다. 누구나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싶어한다. 과거엔 그게 공부였다. 머릿속에 많은 걸 넣고 있으면서 사회적 능력을 키워가는 것이었다. 이젠 그게 하이테크다. IT전문 잡지 와이어드의 칼럼니스트 클리브 톰슨은 인터넷을 ‘외장 뇌(outboard brain)’라고 비유한 바 있다. 외장하드와 같은 맥락인 셈인데, 기존의 뇌에 하나 더 추가되어 활용가능한 뇌로서 정보 저장이나 인터넷을 통한 검색이 가능한 뇌라는 의미다. 이런 환경에선 정보저장이자 기억은 기계에 맡기고, 우린 그걸 찾아내는 능력만 갖추면 된다. 굳이 뇌에 다 집어넣지 않아도 그걸 대신해주는 도구가 있다는 건 우리에겐 분명 장점이 된다. 스마트 기술과 하이테크로 진화한 증강인류는 더 왕성한 생산과 창조활동에 우리의 에너지를 집중할 소지가 크다. 증강인류화는 인간의 진화이자 기술적, 사회적 진화의 새로운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