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다?
어느 날 날아든 이메일에 내가 사려고 관심 두었던 제품을 할인해주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면 어떨까? 내가 요청한 게 아니지만 이건 스팸이 아니라 정보, 그것도 유용한 정보로 받아들이게 된다. 난 그냥 사고 싶어서 그 물건에 대한 정보를 자주 들여다본 것뿐인데, 그걸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나에게 추천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우리가 흘린 단서들을 통해 개별 소비자의 구매 행태 분석과 예측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린 이런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온라인 기반에선 고객들이 실시간으로 이용하는 모든 것들이 관찰되고 데이터로 저장되어 이를 토대로 신규서비스, 추가상품 추천 및 광고 개발도 한다.
알아내는 건 사람의 속마음뿐이 아니다. 덴마크의 세계적 풍력발전기 제조업체 베스타스는 신규 입지에서 향후 수십 년간 얼마나 많은 전기를 생산해낼 수 있는지를 몇 시간이면 계산해낸다. 최적의 장소를 찾기 위해 온도, 습도, 강수량, 풍향에 대한 과거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삼림지도, 조석 시간표, 인공위성 사진과 풍력터빈 5만 개의 출력, 실제 사용연한 등 가용한 모든 데이터를 검토하는데 이게 무려 150가지나 된다고 한다. 에어버스 A380이든 보잉747이든 기종에 상관없이 항공기 엔진은 어떤 조건에서도 계속 데이터 신호를 보내 실시간으로 늘 상태를 체크한다. 이런 데이터는 사용할수록 늘어나는데 이걸 토대로 발생할 문제를 예측하고 해결할지 분석한다. 비행기가 날아가는 동안에 그 비행기의 상황을 분석해서 착륙하면 바로 그에 대해 조처를 하기에 정비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런 게 모두 빅데이터의 힘이자 우리가 겪을 변화다.
일러스트. 김종채
현실이 되고 있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범죄예측시스템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범죄현장에 경찰이 먼저 가거나, 사고 칠 범인을 미리 잡는 건 상상 속 미래라고? 아니다. 스마트 기술이자 빅데이터 분석기술이 그걸 상상에서 현실로 바꿔준다. 십여 년 전 나온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선 프리크라임(precrime)이란 범죄예방시스템이 등장한다. 영화 속에선 미래를 보는 예지자들이 범죄가 일어나기 전 범행 장소와 시간, 범인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현실에선 초능력자인 예지자를 대신해서 스마트폰의 개인정보와 사용 흔적이라는 빅데이터를 통해서 개인의 미래 행동이나 욕구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서울대 등 연구실과 일부 검색 전문 회사들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행동 예측 시스템이 개인정보 분석에 근거하고 있기에 개인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2012년 9월, 영국 웨스트미들랜드주 경찰은 런던 UCL대학 질댄도 범죄과학연구소와 공동개발한 범죄예측 시스템을 6개월간 시범운영하기로 발표했다. 6개월 후 운영성과에 따라 전면도입을 결정한다. 범죄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원리다. 범죄 발생 지역과 시기를 예측하는 원리는 범죄가 한번 발생하면 피해 지역 인근에서 재범 및 유사 범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와 유사한 범죄예측 시스템은 이미 미국 LA경찰청이 시범 운용한 바 있다. 뉴욕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범죄차량 감시시스템 공동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이미 범죄예측시스템은 미래가 아닌 현재 얘기다. 스마트폰과 CCTV, 범죄정보 등 다양한 빅데이터의 결합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속 예지자에 버금갈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것도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 아니 이미 현재 진행형의 얘기다.
우린 늘 독심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비즈니스에서 상대에 대한 독심술만큼 강력한 무기도 없다. 그래서 인류가 비즈니스를 한 이래로 늘 소비자의 속마음을 알고자 하는 욕구도 계속되었다. 빅데이터는 바로 독심술을 기술의 힘을 빌려 구현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흘려진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흥미로운 답을 찾아내서 기회를 잡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짜릿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속마음 뿐 아니라 경영에서도 다양한 가치 있는 정보를 안겨줄 수 있다. 빅데이터는 분명 경영이 지향해야 할 미래이자 가장 뜨거운 산업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전 세계 IT 산업에선 빅데이터를 모두 먹거리로 인식하고 덤비고 있고, 모든 기업에서도 마케팅과 경영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분주히 준비 중이다. 결국 비즈니스에서 빅데이터를 주도하는 서구 글로벌 기업들이 향후 세계 산업에서도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 신흥국의 기업들로서는 기회보단 위기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시스템을 공급하는 기업과 분석인력들이 돈을 벌뿐 막상 실제 빅데이터 활용에선 생각보단 한계가 크다는 시각도 있다. 워낙 방대하고 실시간으로도 계속 쌓이는 데이터이다 보니 그 속에서 유의미한 분석을 찾아내가 쉽지 않다. 과거에 CRM 열풍이 불었던 것도 기업이 개인의 정보를 분석해서 독심술을 가지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인데, 그때도 CRM을 위한 시스템 공급으로만 돈을 벌었지 막상 CRM 분석에서 나온 답이 큰 기회를 주는 것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래서 빅데이터 열풍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과거에 비해 훨씬 진화된 기술 수준이기에 CRM을 통해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룰 기회가 바로 빅데이터이고, 그것이 이제 현실화될 것이라는 긍정적 지지자들도 많다. 앞으로 빅데이터만큼 왕성한 기회를 만들어낼 분야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모든 분야에서 관심 가져볼 기회임엔 틀림없다. 결코 쉽진 않지만, 제대로만 한다면 놀라운 성공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