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줌마 아저씨들이
옷을 타이트하게 입을까?
몸에 딱 달라붙은 타이트하고 스키니한 옷을 선호하는 건 여성들의 보편적 패션 트렌드다. 2030들이 이렇게 입는 건 이미 오래된 일이었지만, 이젠 40대 초중반까지도 이런 타이트하고 스키니한 패션을 과감하게 받아들였다. 패션에서 스키니가 전방위로 확대된 것은 그동안 몸매 열풍이자 다이어트 열풍의 결과물 같은 거다. 몸을 날씬하게 만들었으니 그걸 옷으로 표현해야 하지 않겠나. 과거엔 넉넉한 옷을 입었던 40대들이 2030들의 옷을 탐내고 있는 것이다. 속칭 아줌마 브랜드이던 곳에선 사이즈를 2030에 맞는 55사이즈도 확대하고 있다. 2008년과 2012년 여성복 재킷 사이즈가 허리는 2cm, 가슴과 팔뚝은 1cm씩 각기 줄어들었다고 한다. 사이즈를 줄인 것은 소비자의 몸매 변화와 선호 스타일의 분석에 따른 결과일 수밖에 없다. 아줌마들만 그런 게 아니다. 아저씨들의 양복에서도 소위 슬림핏이라는 타이트한 스타일이 유행이다. 이미 2030들 사이에선 수년 전부터 정착된 스타일인데 이걸 40대들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배 나온 아저씨들에겐 사실 무리인 스타일이다. 그래서 아저씨들이 운동으로 뱃살을 빼고 있으며, 그렇게 빠진 날씬한 몸으로 슬림핏의 양복을 소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적당한 배는 슬림핏 양복으로도 잘 가려지기는 한다. 셔츠에 타이를 매고 벨트를 잘 조이면 있던 배도 겉으론 잘 안 보인다. 슬림하게 입으면 키도 더 커 보이고 더 젊어 보이기에 꽃중년이라 불리는 이들에겐 필수가 되고 있다.
일러스트. 황영진
가족에 눈을 돌린 40대,
그런데 왜 가족일까?
요즘 남자들이 요리를 배우는 경우가 꽤 늘었는데 그중에서 40대가 유독 돋보인다. 2030 싱글남들이 요리에 관심 가지는 것은 이전에도 꽤 있었던 일이다. 여자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요리해주고 와인을 한잔 마시며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게 싱글남들이 그리는 요리의 이미지였다. 40대만 하더라도 남자가 요리하고 주방에 들어가는 건 아주 자연스러울 세대는 아니다. 하지만 50대들에 비해 꽤 익숙하고 편한 일이긴 하다. 이런 40대들이 보다 본격적으로 요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앞서 2030 싱글남들의 요리가 구애의 수단이라면, 40대 유부남들의 요리는 가족관계의 도구다. 가족들에게 정성껏 요리를 해주고 함께 식사하는 것으로 가족관계도 도모하고 즐거움도 찾는다. 그래서 이들이 주로 관심 가지고 배우는 요리는 미역국이나 떡볶이 등과 같이 무슨 기념일에 해줄 수 있는 요리가 자녀에게 만들어줄 간식이다.
요즘 2030의 젊은 아빠들은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부터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과 잘 놀아주며 친구 같은 아빠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40대들은 그렇지 못했다. 친구는 고사하고 자상한 아빠로서 대화가 원활한 경우도 생각보단 많지 않았다. 그래서 아빠들이 변신을 시도하는 거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가족이란 걸 그들이 인식했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에선 60세에 정년퇴직을 해도 이후 40년간 더 살아야 한다. 이때 중요한 존재가 바로 가족이다. 노년에 의지하고 위안할 대상이 바로 가족이다. 과거의 40대들이 회사에 충성하느라 가족에겐 월급만 가져다주고 같이 어울릴 시간도 대화도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 40대들은 그걸 바꾸고 싶어 한다. 인생에서의 진짜 성공은 사회적 성공보다 가족과의 관계가 원활하고 행복해지는 것에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왜 취미에 돈을 쓰고
열정을 쏟는 걸까?
취미에 열정적인 하비홀릭(hobbyholic)의 증가는 40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연 5조 원대 시장으로 키워놓은 아웃도어 시장의 큰손도 40대가 가장 많고, 캠핑시장도 40대가 주도하고 있다. 조기 축구나 사회인 야구 등 각종 사회인 스포츠에서도 40대가 중심이다. 주말에 동네 뒷산을 가더라도 등산복을 차려입은 이들을 쉽게 발견한다. 고가의 등산복과 등산용품을 위아래 완전무장하고 산을 오르는 게 이미 보편화가 되었을 정도다. 40대가 주목해야 그 산업이 뜬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요즘 소비의 큰손도 40대다. 40대가 취미에 열광하는 건 인생에 대한 태도가 바뀌어서다. 나의 행복이자 내가 가진 현재의 즐거움이 중요함을 인식해서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던 과거의 40대와 달리 요즘 40대는 현재를 즐길 줄 안다. 과거엔 안정만 찾던 40대가 조금씩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도 꿈꾸고 인생의 반전에 대해서도 관심 가진다. 40대면 인생의 후반전을 시작한다고 생각했었는데, 100세 시대에선 다음의 새로운 직업을 준비하거나 다음 인생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60세 퇴직 후 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겐 다음 직업이 고민되어야 할 본격적인 시기이자 그걸 준비할 시기이기도 하다. 아울러 사회적인 활동도 더 왕성하게 한다. 더 이상 아저씨 아줌마가 아니라 사회를 이끌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인공으로서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도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들이 바로 40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40대, 앞으로 이들을 더 기대하며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