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잘 보내는 사람이 일도 더 잘한다
기업에서도 휴가를 업무 공백이라 여기지 않고, 하반기에 더 잘하기 위한 재충전이라 여긴다. 그동안 직장인들은 대개 4~5일이나 1주일 내외로 여름휴가를 갔었지만, 수년 전부터 많은 대기업들이 2주 이상의 장기 휴가를 가는 걸 권장하는 중이다. 업무효율을 위해 장기간 휴가를 가야지 심신의 재충전이 되지 짧으면 어디 갔다 와서 더 피곤하기만 할 때가 많다. 일부 대기업에선 연차휴가를 남김없이 쓰도록 하고 있고, 여름의 휴가도 재충전(refresh) 휴가라는 개념으로 길게 가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에선 1~2위를 다툰다. 연간 2000시간이 넘는 노동시간인데 지난 10년간 400시간 정도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선 300시간, 독일에 비해선 600시간 더 많이 일한다. 법정 공휴일은 빼놓고, 법정 연차휴가는 한국 기업은 평균 15일 정도로, 미국(10~25일), 영국, 독일(20일)과 비슷하고 프랑스(30일)보다 좀 적다. 여기에 대부분 선진국 기업들과 공공기관은 크리스마스와 연이은 연말에 5일 정도를 쉬는 재량휴가를 가진다. 미국과 독일은 연방 공휴일 외에 주 단위의 자체 휴일도 추가된다. 이런 걸 감안하면 선진국에 비해 휴가도 절반 정도인데, 문제는 이마저도 다 안 쓴 다는 거다. 영국, 프랑스 등은 휴가를 100% 사용하지만, 우리나라는 연차휴가 사용률이 전체 근로자의 50%도 안 된다. 눈치 보느라 휴가 못 쓰는 조직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다. 노동시간은 제일 길고 휴가는 제일 짧고, 이러니 노동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지 않은 거다. 그럼 어쩌자는 거냐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건 둘째 치더라도 우선 있는 휴가라도 다 잘 써야 한다. 사람은 기계와 다르다. 잘 쉬고 육체와 정신의 컨디션이 좋아야 최고의 효율과 능력을 발휘한다.
일러스트. 이은혜
여름휴가에도 트렌드가 있다
원래 여름휴가하면 해수욕장이 대표 명사처럼 여겨졌었는데 이젠 계곡이 그 자리를 빼앗았다. 구글트렌드에서 계곡, 해수욕장, 워터파크, 휴양림의 검색 흐름을 봤더니, 2011년 여름까진 해수욕장이 여름휴가 장소로 부동의 1위로 확고했지만, 2012년 여름부터 계곡이 역전시킨 후 올여름에도 계곡의 우위가 지속된다. ‘1박2일’ 같은 리얼 예능프로그램과 캠핑 트렌드의 영향으로 보인다. 그리고 워터파크는 휴양림을 추월하며 여름휴가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검색트래픽으로 본 여름휴가지 인기는 계곡, 해수욕장, 워터파크, 휴양림 순이었다.경기불황과 상관없이 해외여행 수요는 계속 늘어난다. 다른 걸 포기하고서라도 여름휴가만큼은 제대로 즐기자는 이들이 늘어나서인데, 사실 이런 문화는 유럽에선 익숙한 문화이기도 하다. 유럽에선 대개 여름휴가를 가기 위해 일 년의 나머지를 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긴 휴가로 재충전을 하고, 휴가에 뭔가 제대로 돈도 좀 쓴다. 여전히 해외여행지로는 미국, 유럽, 동남아 휴양지가 인기인데, 최근 들어 아프리카도 서서히 관심 받고 있다. 직항노선이 있어서 미국 가는 것과 비슷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데다가, ‘정글의 법칙’을 비롯해 방송에서 아프리카를 친숙하게 많이 다룬 영향도 있다.
휴가 방법도 훨씬 다양해지고 있다. 휴가를 도심 호텔에서 보내는 이들도 늘어나고, 선진국 대도시의 트렌드 투어나 공연, 문화 투어를 가는 이들도 증가했다. 휴가의 의미를 재충전의 의미로 이해했기 때문인데, 뉴욕에 뮤지컬을 보러 가거나 파리 미술관 투어를 가거나, 국내에선 통영이나 전주에 맛 투어를 가는 식이다. 록(rock)페스티발에 가는 이들도 있다. 지산밸리 록페스티발을 비롯해 여름휴가철에 여러 개가 열린다.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habitat)나 각종 자원봉사를 하며 휴가를 보내는 이들도 있고, 농촌체험이나 한옥체험, 템플스테이와 올레길 걷기도 많아졌다. 저가항공기를 이용하거나,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거나, 캠핑을 하는 것도 급증했다. 책은 여름에 제일 많이 읽는다. 책 속에서 휴식을 찾는 이들도 많고, 바다나 계곡 휴양지에서 쉬면서 책 한 권 읽는 휴식을 갖는 이들도 많아졌다.
활의 줄을 풀어놓는 이유를 기억하자
국궁 활은 쏘지 않을 땐 줄을 풀어놓는다. 줄을 풀어놓은 활은 우리가 알고 있던 활 모양이 아니라 그냥 동그라미처럼 보인다. 저게 정말 활인가 싶을 정도다. 물소 뿔로 만든 활이 원래의 굽은 성질에 따라 동그랗게 말려있는 모양이다. 우리가 아는 활의 모양은 그걸 반대로 힘을 주어 줄을 맨 모양이다.
안 쓸 때 줄을 풀어놓는 것은 활의 탄성피로 때문이다. 계속 줄을 매어놓으면 쓸 일이 있을 때 그냥 바로 꺼내서 쓸 수 있기에 더 편하긴 하겠다. 하지만 이럴 때 탄성피로 때문에 화살이 더 멀리 더 강하게 날아가지 않는 것이다. 그것을 활의 탄성피로라고 하는데, 우리 조상들은 아주 옛날부터 활의 줄을 쓸 일이 있을 때 매고 평소엔 풀어놓는 지혜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더 강한 탄성을 위해 안 쓸 때는 줄을 풀어놓는 것, 바로 휴식의 힘이다. 탄성피로 때문에 결정적 순간에 아쉬움을 남기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재충전과 휴식을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결국 결정적인 한방을 위해서라도 휴식과 재충전을 아까워해선 안 되는 셈이다. 활이나 사람이나, 그리고 일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있는 휴가마저 반납하고 일만 하는 워커홀릭이 미덕이었지만, 이젠 휴가를 안 가는 사람, 휴식에 인색한 사람과는 큰일을 도모하지 말라는 얘기까지 있다. 휴가가 직장인들에겐 머리를 집중적으로 재충전시킬 절호의 시기임을 잊어선 안 된다. 이번 여름휴가, 당신을 위한 멋진 휴가 투자를 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