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드라마의
감동 언어
<코리아>는 20년 전 실화에서 출발한다. 유례없던 남북 단일 탁구팀 이야기로부터 말이다. 20여년이라는 시간은 꽤 상대적 추억의 대상이다. 지금 30대 중반 이상의 중장년층에게는 비교적 생생한 기억의 대상이 되지만 20대에게는 전설이 된다. 20여 년 전이란 역사가 되기엔 아직 짧고 추억이라고 하기엔 매우 가까운 그런 과거이기 때문이다. 한국 멜로 영화 흥행사를 바꾼 <건축학개론>도 바로 이 마이너스 20 법칙에 속한다. 90년대 학번 세대를 겨냥했으니 자신들만의 문화적 아이템을 찾지 못했던 486 이후 세대들에게 마침 기다리는 소식이었을 것이다. 마치 20년 만에 다시 모인 대학 동창 모임들, 올드 보이들의 만남처럼 <건축학 개론>은 ‘기억의 습작’을 흥얼거리는 그 동질감 위에 서 있다.
다시 <코리아>로 돌아와 보자면, 마찬가지로 ‘현정화’라는 이름을 대번에 기억해 낼 수 있는 세대들의 동질감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앞 세대들에게 탁구 하면 ‘이에리사’였고 이후 세대들에게 적어도 탁구는 현정화나 유남규라는 이름과 함께 연상된다. 이런 동질감 위에 남북 분단의 역사, 기록적 사건을 덧대 하나의 픽션이 완성된다. 영화보다, 허구보다 더 감동적인 스포츠라는 드라마 위에 영화적 상상력과 장르의 관습이 켜켜이 다른 층위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소재적으로만 보자면 <코리아>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가깝다.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사투와 같은 접전 끝에 결국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여성 핸드볼 국가대표의 실화를 영화화해냈다. 이기는 경기가 아니라 지는 경기의 의미를 스포츠의 진정성과 각 개인의 드라마로 풀어냄으로써 2008년 새해 한국 영화의 좋은 출발을 알리기도 했던 작품이다. <코리아>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갖는 접점은 감동의 스포츠 드라마라는 사실이다. 감동은 일단 같은 언어를 공유하는 같은 민족임에도 분단의 상황에 처해있는 역사적 사실에서 비롯된다. 아무런 공지도 없이 뉴스에서 단일팀 소식을 듣게 된 탁구 국가대표들은 일본에서의 세계 선수권 대회를 위해 늘 “적수”로만 만났던 북한팀과 합류하게 된다.
두 팀은 서로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남한팀의 멤버 중 한 명인 ‘일성’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만으로도 싸움의 빌미가 되니 말이다.
“젓가락으로 모가지를 딴다”라는 식의 험한 말이 오가면서 한편으로는 북한의 꽃미남 탁구선수에게 반한 남한 여성 탁구선수도 등장한다. 갈등과 긴장이라는 관습적 과정을 거쳐 드디어 두 팀은 “탁구”라는 공동 언어로 융합된다. 마침내, 갈등을 넘어서 탁구 동료, 스포츠맨십으로 두 팀은 진짜 하나의 팀이 된다.
탁구선수
못지않은
배우들의
호연
어떤 점에서 <코리아>는 우리가 스포츠 영화에 대해 알고 있는 관습적 클리셰( ) 전부를 동원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좀 더 고급스럽고 세련된 스포츠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에게 이 영화는 진부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령, <밀리언 달러 베이비>처럼 스포츠 속에 녹아있는 인생의 어떤 깊은 뜻, 아이러니를 보기에는 영화의 깊이감은 좀 낮다. 하지만 이 진부함 역시도 좀 상대적인 부분이다. 왜냐하면, 만일 <코리아>를 생애 처음의 스포츠 영화로 선택한 어린 관객에겐 클리셰( )적 장면이 매우 감동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클리셰( )란 어원에서도 드러나 있지만 원작의 훌륭한 표현법이 너무 많이, 자주 쓰여 진부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장면들이다. 남과 북 선수들의 갈등이 사라지고 완전히 한 팀으로 융화될 즈음 갑자기 정부가 나서 동반출전을 훼방한다. 때마침 비는 내리고, 남한 선수들이 무릎 꿇고 비를 맞으며 북한 지도원 동지에게 호소한다. 마침내 지도원 동지는 마음을 돌리고 그들은 하나가 되어 ‘우승’을 향해 뛴다.
반대하는 타이밍, 비가 오는 순간, 눈물과 환호는 관객이 예상하는 지점에 정확히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 예상 가능한 지점이 장르 영화로서의 스포츠 영화의 힘을 배가하는 것도 사실이다. 관객들은 기대했던 바로 그 순간 안타까움을 맛보고, 그 안타까움이 지나치기 전에 감동으로 해소되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이 진부한 이야기는 사실과 실화라는 인상 덕분에 안전한 보호막도 든든히 챙긴다.
만일, 클리셰를 피해 갔다면 아마도 남북한 단일팀이 생겨나고 사라졌던 정치적 이면을 보여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동의 스포츠 드라마를 제작한 정치적 표면 뒤에 있는 복잡한 셈법을 알고 싶어 하는 관객은 많지 않다. 관객들은 스포츠 드라마에서 감동을 원하지 스포츠계의 복잡다단한 계산 논리나 정치적 거래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실미도>가 남북한의 긴장관계나 정치적 이면을 블록버스터의 문법으로 차용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코리아>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탁구’ 연기까지 제대로 소화해 낸 배우들의 호연이다. 현정화에게 직접 사사 받아 팬 홀더 그립까지 보여준 하지원은 노력하는 배우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류순복을 연기한 신인배우나 분위기 메이커를 자임하는 박철민의 연기도 훌륭하다. 누구보다 가장 칭찬해 주고 싶은 배우는 바로 배두나이다. 그녀가 해낸 것은 리분희 선수의 왼손 쉐이크 핸드 그립만이 아니다. 배두나는 리분희라는 인물의 사실감을 잊을 정도로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인다.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억제하는 것이 관객에게 어떤 감동을 전해주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다. 마지막까지 눈물을 꾹 참으며 “현정화 너 울보구나”라는 대사를 내뱉을 때, 관객은 이미 그녀의 마음속 깊은 심부에 가 닿아 있다. 감히 말하건대, 2012년은 그녀의 연기력을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코리아>와 같은 작품이 가진 가장 큰 힘은 모든 가족들이 함께 본다 해도 누구에게 해가 되지 않을 순수한 감동이 있다는 점이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본다 해도, 친구들끼리 본다 해도 5월 가족의 달에 볼 영화로 무리가 없다. 영화야말로 가장 소박한 가족의 엔터테인먼트라는 점에서 <코리아>는 훌륭한 선택이 될 듯싶다.
*영화 <코리아>
감독 : 문현성 주연 : 하지원. 배두나
12세 이상 관람가
이달의
신작
books
아프냐, 나도 아프다
우리는 넘쳐 나는 풍요를 주체하지 못해 아픔마저 읽고 이해해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청춘의 아픔이 가라앉자 중년의 아픔과 노년의 아픔들이 서로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책 <아프냐, 나도 아프다>는 버겁고 힘든 세상살이에 몸과 마음이 지친 우리의 삶을 위로하고 그들의 아픔을 가슴으로 들은 이야기다. 척추 전문의인 저자가 평소 디스크 질환을 진단하며 디스크 건강에 대해 미리 알아 두면 좋을, 전문의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의학 지식과 의학을 중심으로 한 영화, 문화 등 우리 삶의 면면을 의사만의 섬세한 시선으로 풀어낸 의학 에세이다.
아픈 몸은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지만 아픈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곳은 찾기 어렵다는 저자. 이 책은 환자와 소통하기 위해 환자의 아픔과 슬픔, 고통까지 함께하려는 마음이 잘 드러나 우리 사회가 소통의 부재로 겪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소통의 미덕을 강조하며 서로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상대를 위해 마음의 문을 열어 주는 배려가 일상에 스며들기를 바라고 있다. 이 책이 더 특별한 것은 의사의 언어와 시각이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풀어쓴 디스크 질병 사례로, 다양한 연령대의 차별화된 이야기로 읽는 재미를 주고 그와 관련된 건강 정보를 별도로 담아 전문성을 더한 점이다.
임재현 저 / 문이당
디자인 사고
흔히 디자인이라고 하면 사물의 형태에 관한 디자인, 특히 상품 디자인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진정한 디자인의 본질적인 의미와 가치는 형태로 표현되기까지의 콘셉트와 제품, 서비스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 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힘, 즉 조직화하는 힘에 있다. 디자인은 인간의 힘을 활용하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지금 시대에 적합한 사고법이자 실천하는 지식인 것이다. 때문에 현재의 산업사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콘셉트는 ‘디자인’이 될 수밖에 없으며 ‘디자인경영’ 역시 같은 이유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디자인을 통한 성공은 쉽게 그리고 누구나 원한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의 성공적 활용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고 의사 결정자를 비롯한 관련된 사람들의 디자인 사고(思考)이다. 이 책은 창조경영을 위한 디자인 사고를 현대인들이 가져야 할 중요한 지(知)로서 간주하고 이를 활용하여 혁신하는 방법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제시하였다. 특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디자인하고 시나리오를 통하여 그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때문에 디자인경영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곤노 노보루 저, 노경아 역/ 스펙트럼북스
movie
디바이드
종말론은 그저 하나의 예측일 뿐 한번도 현실인 적은 없었다. 20세기 초 두 번의 세계대전과 체르노빌의 핵폭발, 그리고 온난화 현상이 주는 경고 등 여러 차례 종말을 예견하게 했지만 인류의 대항도 만만치 않았다. 2000년 밀레니엄을 맞이하며 <메트릭스>를 비롯한 종말을 소재로 한 영화가 트렌드처럼 나온 뒤, 2012년 또 다시 마야문명과 연관된 종말론이 대두되며 최근 몇 년간 대작 재난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12(2009)>와 <지구가 멈추는 날(2008)>, <노잉(2009> 등이 대표적인데 모두 헐리우드 대자본을 들여 제작되었고 많은 관객들의 이목을 끌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종말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오른 2012년 지금, 우리는 역대 최강의 종말 영화 <디바이드>를 만나게 된다. 핵폭발로 인한 생존자들이 지하벙커에 갇히고 생존의 기로에서 단 8명의 사람들. 이들은 인류를 구원할 것인가? 아니면 폐쇄된 공간에서 인간성마저 상실하고 인류 종말이라는 비극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마지막 남은 생존자마저 공포에서 떨게 만드는 영화 <디바이드>가 곧 찾아온다.
5월 10일 개봉 / 청소년 관람불가
로렌 저먼, 마이클 빈 주연
art
2012 라운지 프로젝트
#2: 홍장오 nowhere
아트선재 라운지 프로젝트는 작가들의 프로젝트에 따라 예술전문서점 더북스와 아트선재센터 카페가 있는 라운지 공간을 변화시켜 왔다. 2012년 두 번째 프로젝트로 선보이는 <2012 아트선재 라운지 프로젝트 #2: 홍장오 - nowhere>에서 작가 홍장오는 라운지 공간에 우레탄 비닐로 만든 투명한 위장막을 설치한다. ‘위장’이란 본래의 정체나 모습이 드러나지 않도록 꾸미는 것을 뜻하지만, 작가는 위장의 도구로 투명한 매체를 사용한다. 홍장오의 ‘투명한 위장’은 라운지 공간을 관통하고 분리하면서 공간을 재조명하고, ‘화이트 큐브(white cube)’인 미술관과 대중소비문화 및 상업성을 반영하는 서점과 카페가 공존하는 동시대 미술제도의 단면을 드러낸다. 홍장오의 이러한 시도는 복합문화 콘텐츠에 기반한 동시대 미술제도의 공공성을 재고하게 하는 예술적 실천으로 볼 수 있다. ‘투명한 위장’과 더불어 홍장오는 라운지 유리에 투명 매니큐어로 그린 페인팅 작품을 선보인다. 가시성과 비(非)가시성이라는 이중성을 지닌 유리 매체에 그려진 페인팅은 작가의 ‘투명한 위장’이 갖는 은폐와 노출의 의미를 다른 각도로 탐구한다.
아트선재센터 1층 라운지/ 02-733-8945
festival
보성다향제
올해로 38회째를 맞는 <보성다향제 녹차대축제>가 5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보성군 한국차소리문화공원과 보성차밭 일대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는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 보성녹차’라는 주제로 차와 소리, 철쭉이 어우러진 테마축제로 보성녹차의 명성과 더불어 남도소리의 깊은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웰빙 찻잎 따기 체험, 다함께 차 만들기 체험, 명사와 함께하는 차밭 나들이, 보성녹차 시음회, 보성녹차 카페쇼, 찻사발 만들기 체험 등의 다양한 체험행사가 열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참여해 우리 전통 차 문화의 우수함을 알고 몸소 익히기에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보성군은 ‘보성9경’이라 하여 녹차밭은 물론 한국차박물관, 소설태백산맥문학관, 율포관광단지, 제암산자연휴양림, 일림산, 비봉공룡화석지, 주암호 서재필기념관 등 봄날 가족과 연인들이 여행하기에도 좋다. 또 군립 백민미술관에서는 보성다향제와 여수세계박람회를 찾는 관광객을 위해 6월까지 ‘아시아 현대미술 SMART展’을 개최한다.
2012. 5.16~ 5.20
한국차소리문화공원 및 보성차밭 일원
061)853-28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