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너무 고파! 저녁 먹고 영화 보면 안 될까?”
“영화표 예매했다 말이야. 영화 보고 밥 먹자고…. 안 그러면 피 같은 돈 그냥 날리게 돼.”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도 있는데 일단 저녁부터 먹고 심야 영화를 보자고. 영화표는 내가 해결할 게.”
“어떻게…”
“영화관람 표준약관에 의하면 영화 상영 시작 20분 전까지 요청하면 전액 환불해 주게 돼 있어. 상영하기 30분 전이니 가서 취소하고 다시 예매하면 되지.”
“그렇게 난해한 것을 어떻게 알았어? 정말, 그런 거야!”
“오빠 한 번 믿어 봐∼”
누구나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물건을 산 뒤에 환불과 취소를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수증 뒤에 빼곡히 적혀 있는 약관을 읽어 본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사업자와 소비자의 거래 기준을 약관이라고 하는데, 공급 규정ㆍ약정 조항ㆍ계약 조항ㆍ거래 약정ㆍ보통 약관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사용된다. 약관이 중요한 이유는 계약과 관련돼 분쟁이 생기면 해당 약관에 따라 처리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지갑 속에 몇 장씩 들어 있는 신용카드를 꺼내 카드 뒷면을 보면 깨알 같은 글씨가 보일 것이다. ‘이 카드는 서명란에 반드시 서명하신 후 사용하셔야 하며, 타인에게 양도, 대여하거나 비밀번호를 누설하여서는 안 됩니다’ 등과 같이 계약 관련 내용이 인쇄돼 있다. 돼지꿈이 당첨에 효험이 있다는 복권 뒷면에는 ‘이 복권을 사시는 분들에게’라는 소제목으로 계약과 관련된 내용이 적혀 있다. 고속버스 승차권 뒷면에도 ‘운송 약관 요약’이 인쇄돼 승차권 환불ㆍ승차 거절ㆍ승객 휴대폰 파손 등의 계약 내용을 알려준다. 우체국의 우편물 수령증에도 ‘등기 우편물 반송시에는 반송료를 받습니다. 배달 조회 기간은 1년(내용증명 3년)입니다. 고가 물품은 안심소포서비스를 이용 바랍니다’ 등의 계약 내용이 적혀 있다. 퀵서비스ㆍ택배 서비스 영수증 뒷면에도 소화물 운송 약관이 표시돼 있다. 글씨가 깨알 같이 작아도 문제가 발생하면 약관에 따라 처리되므로 계약하기 전에 해당 약관을 읽어봐야 한다. 보험에 가입할 때, 할부로 구매할 때, 신용카드를 신청할 때에도 해당 약관이 있는데 계약한 뒤에는 약관에 따라 처리되므로 중요하다.
약관은 물건을 사고 팔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계약에 관한 내용을 사업자가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서면으로 미리 제시하는 정형화된 조건이다. 약관이 없을 때에는 흥정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졌다. 대량 소비 사회에서는 일일이 흥정할 수 없으므로 사업자가 미리 약관을 만들어 놓는다. 약관은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 분쟁이 생기기도 하고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사업자와 소비자 간 거래의 표준이 되는 것이 표준약관이다. 표준약관은 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업종별로 사업자나 사업자 단체의 요청에 따라 심의해 사용을 권장한다. 전세를 얻거나 할부로 자동차를 구입하는 등 덩치가 큰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계약 내용을 알아보고 약관을 챙기는 것은필수다. 액수가 큰 계약은 말할 것도 없지만 영화 관람 등 사소한 것이라도 해당 약관을 읽어보고 표를 예매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약관을 읽어봐도 애매하거나 의심이 가는 내용은 사업자에게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 약관에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항이 있으면 거래하지 않거나 충분히 알아본 뒤 문제가 없을 때 계약해도 절대 늦지 않다. 구두로 약속하는 사항은 공수표가 될 우려가 있으므로 특약란에 기재를 요구하고 받아서 잘 보관한다. 약관을 요구해도 없다거나 핑계를 대면서 보여주지 않으면 계약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 사업자는 십중팔구 악덕 사업자다. 약관 조항과 관련해 사업자와 분쟁이 발생하면 공정거래위원회ㆍ소비자상담센터 등 관계 기관에 상담을 요청한다.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방문 판매ㆍ통신 판매ㆍ할부 거래ㆍ다단계 판매 등 특수 판매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기 전에는 반드시 해당 약관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계약 전에 약관을 읽어보고 확인하는 것이 피해를 예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정보 업그레이드
*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www.ftc.go.kr)에 접속해 초기 화면 상단 메뉴 바의 정보마당을 클릭한 뒤 ‘표준계약서’를 누르면 다양한 업종의 표준약관(2010년 2월 현재 75종)을 볼 수 있다.
** 계약하기 전에 약관을 확인하고, 불리한 조항이 있으면 계약하지않는 것이 좋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지체 없이 소비자상담센터(전국 어디서나 국번 없이 1372)에 전화해 도움을 받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