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8세인 김진아 양은 얼마 전 전철역 광장에서 판매원의 요청에 따라 설문조사에 응했다 봉변을 당했다. 설문조사가 끝나자 무료로 피부 테스트를 해준다면서 부근의 승합차로 데리고가 화장품 구입을 강요했다. 차 밖에 건장한 남자들이 지키고있어 마지못해 정가 40만 원에 20개월 할부로 구입하기로 계약서에 서명한 것이다. 화장품 사용 중 피부 발진이 생기자 부모님이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됐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계약 취소를 요구하는 내용증명 우편을 판매자에게 보내면서 화장품을 반납했다. 문제가 해결된 줄 알았으나 최근 집으로 화장품 대금과 연체 이자를 입금하라는 최고장이 배달됐다.
김진아 양의 사례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사례다. 이런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상식의 실천과 악덕 상술에 속지 않는 소비자 지식이 있어야 한다. 이 경우 부모님의 도움과 소비자 피해 구제 전문기관의 도움으로 덤터기를 쓰지 않았다. 악덕 사업자의 전화에 속아 수십 만원의 위약금을 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도 많다. 즉시 행동하지 않아 피해를 입는 사람들도 있다. ‘부모의 동의 없는 미성년자 계약은 취소할 수 있다’는 법률 상식을 알았다면 최고장에도 겁을 먹지 않고 당당하게 대응했을 것이다. 방문판매 등 특수판매로 계약한 경우 소비자는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청약철회권의 행사가 가능하다.
고스톱의 낙장불입과 소비생활의 청약철회
우리나라 사람 중 많은 사람들이 심심풀이로 즐기는 고스톱에도 여러 가지 교훈이 숨어 있다. 선택의 순간에 저지르는 실수인 낙장불입(落張不入)도 그중 하나다. 고스톱 규칙에서 ‘낙장불입’을 풀이하면 한번 놓은 팻장은 다시 집어들이지 못한다는 뜻이다. 고스톱에서는 ‘선수’들이 대등한 입장에서 게임에 참가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화투장를 잘못 내더라도 게임의 연속으로 보고 봐주지 않는다.
선택과 책임의 반복인 소비 생활이 고스톱판과 다른점은 사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력, 정보력, 교섭력에서 약자인 소비자 보호 장치가 있다는 사실이다. 고스톱판에서는 낙장불입이지만 생활에서는 소비자가 계약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계약을 물릴 수 있는 안전장치인 청약철회가 인정된다. 청약철회는 일정기간 이내에 손해배상 책임없이 소비자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제도다. 특별히 소비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특수 거래 분야인 방문판매, 전화권유판매(텔레마케팅), 통신판매, 다단계판매, 할부거래 등에 적용된다. 모든 거래에 청약철회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계약할 때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 방문판매는 사업자가 직접 방문하는 방식으로 사업장 이외의 장소에서 구입을 권유해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를 말한다. 소비자는 판매원의 권유를 받아 청약의 뜻을 표시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면 계약이 성립된다. 계약 당사자는 계약 내용을 성실히 이행할 책임이 있다. 계약을 위반하면 상대방에게 손해 배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방문판매 또는 전화권유판매의 방법으로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14일 이내에 해당 계약의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14일이 원칙이지만 재화 등의 공급이 늦게 이루어진 경우 재화를 공급 받거나 공급이 개시된 날로부터 14일이다. 청약철회 기간이 연장되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는 재화 등의 내용이 표시, 광고의 내용과 다르거나 계약 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경우에는 해당 재화 등을 공급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 그 사실을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
청약철회가 안 되는 경우
소비자가 청약철회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재화 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청약철회가 안 된다.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해 포장 등을 뜯은 경우에는 청약철회가 가능하다. 소비자가 재화 등을 사용하거나 일부 소비에 의하여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시간의 경과에 의하여 재판매가 곤란할 정도로 재화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복제가 가능한 재화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주문 생산되는 경우 등은 청약철회가 되지 않는다.
청약철회는 구두, 서면, 전자문서 등으로 할 수 있으나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서면으로 하는 것이다. 청약철회를 서면으로 하는 경우 청약철회 의사 표시가 기재된 서면을 발송한 날에 효력이 발생한다. 청약철회를 한 경우 공급받은 재화를 반환해야 하며, 방문판매자 또는 전화권유 판매자는 재화를 받은 날부터 3영업일 이내에 받은 재화 대금을 환급해야 한다.
정보 업그레이드
1 청약철회는 특별히 소비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특수한 거래 분야인 방문판매, 전자상거래판매, 전화권유판매, 다단계판매, 할부거래에 적용된다.
2 청약을 철회할 수 있는 기간은 거래 분야별로 다르다. 방문판매와 전화권유판매는 계약일로부터 14일이다. 다단계판매는 14일, 전자상거래판매는 7일, 할부거래는 7일 이내다.
3 물품을 개봉하거나 사용하는 경우 추후 이를 빌미로 청약철회를 거절하거나 위약금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 물품 개봉과 사용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4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되면 즉시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전화해 상담을 받고 한국소비자원, 소비자 단체에 피해 구제를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