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로동선(夏爐冬扇) 마케팅의 진수, 에어컨 예판
한겨울 예약판매 시장의 가장 큰 역할은 당해 연도 판매량을 어림하는 ‘바로미터’ 기능에 있다. 메이커들은 예약판매실적을 토대로 생산라인 증감 여부를 판단한다. 목표 판매치 설정이나 부품 수급량 및 재고량 조절 등도 이때 이뤄진다.
예판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겨울을 지나 초봄까지도 에어컨 마케팅은 계속된다. 2∼3월까지 계속된 예약판매가 끝나면 각 업체들은 일제히‘보상판매’등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2차 마케팅에 돌입한다. 고가형 에어컨을 구입하면 일반형 에어컨 1대를 끼워준다거나, 100만 원대 초반의 저가형 제품에는 내비게이션이나 비데, 디지털카메라 등을 덤으로 주는 식이다.
지난해 11월 LG전자가 중국에서 발표한 2007년형 에어컨 신제품
LG전자가 1월 16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개최한「2007 휘센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에서 휘센 모델 이영애 씨, DA사업본부장 이영하 사장, 한국 마케팅부문장 박석원 부사장, 에어컨 사업부장 노환용 부사장(왼쪽부터) 이휘 센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겨울철 에어컨 예약판매 모습
에어컨 예판의 경제학
그렇다면 왜 각 가전업체들은 대표적 여름 상품인 에어컨을 엄동설한에 못 팔아 안달일까. 그것도 목표치에 모자라면 이른 봄까지 각종 타이틀을 내걸고 에어컨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에어컨은 대규모 장치산업의 뒷받침이 있어야 생산이 가능한 조립형 제품이다. 빙과류와 같이 여름철 이상고온이 찾아왔다고 생산량을 갑자기 늘릴 수 없다.
따라서 각 에어컨 업체는 보통 여름이 되기 한참 전에 이미 상당량의 에어컨을 만들어놓는다. 그런 뒤 한여름에는 판매· 배송활동에만 주력한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최대한 수요를 확보해 재고 부담을 줄인다. 업체마다 연초에 대대적인 에어컨 예약판매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 다.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의 에어컨 예약 구매는 어떤 이해득실 함수관계가 있을까. 이에 대해 양동철 하이마트 과장은 “그때그때 다르다.”라고 말한다. 그 해 여름 날씨에 달렸다는 얘기다.
날씨가 더워 에어컨 수요가 늘어나면 에어컨 가격은 물론, 설치·시공에서도‘고객 대접’을받기힘들다. 이쯤 되면 일찌감치 각종 사은품까지 챙긴 예약 구매족들 입가에는 웃음꽃이 핀다.
하지만 유난히 쌀쌀한 여름을 나게 된다면 각 가전업체들은 당장 할인판매에 들어간다. 재고 부담을 우려한 가전업체들은 당연히 겨울에 팔았던 예약판매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에어컨을 내놓게 된다. 예약 구매족 눈가에는 주름이 잡힐 일이다.
따라서 관련 업계에서는‘에어컨 장사는 하늘에 달렸다’는얘기가있을 정도다.
새해 에어컨 시장의 특징
올여름은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무더운 여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속속 나오면서 벌써부터 한겨울 에어컨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올해 에어컨 시장의 키워드는 역시‘디자인’이다. 최근 2007년형 신제품 발표회를 연 삼성전자는 기존 제품보다 키가 크고 슬림한 디자인의 에어컨을 선뵀다. LG전자의「휘센」 에어컨에 눌려 만년 2 위에 머물러 온 삼성전자는 1분기 예약판매 목표물량을 전년 대비 50% 가까이 늘려 잡고 공격적인 판촉행사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고구려 삼족오 모양을 적용한「오리엔탈 골드」 에어컨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LG전자는 최근 아트 디자인 제품 라인업을 대폭 강화한 신제품을 발표했다. LG전자는 냉장고·김치냉장고·드럼세탁기 등에만 사용했던 하상림 화백의 꽃무늬 문양을 에어컨에 확대 적용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물량 공세에 맞서 LG전자는 예판 구매 고객에게 설비 치를 면제해주고 비데 등각종 사은품을 주기로 했다.
이밖에 대우일렉은 지난해 7월 선보인「아르페지오」 디자인을 채택한 2007년형 에어컨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번 신제품은 2개의 팬을 장착해 인기를 모은 인터쿨러 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초절전 및 청정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에어컨이 실내 인테리어 가전으로 인식되면서 디자인이 판매량 증대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며 “지구온난화와 교체 수요 등을 감안할 때 에어컨에서만올한해 2조 원의 매출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