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2명을 키우며 살 때 노후자금은 얼마나 모을 수 있을까?
30세부터 60세까지 30년간 연소득을 평균 5천만 원으로 계산한다면 현역시절에 15억 원을 버는 셈이다. 이렇게 벌어서 생활비로 매달 250만 원을 쓰면 30년간 9억 원을 쓰게 되고, 자녀양육비로 1명당 2억 원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자녀양육비는 1명당 평균 2.6억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여기서는 2억 원으로 가정하겠다.)이 들어가면 4억 원을 지출하고, 2억 원짜리 집 한 채 사고 나면 15억 원은 탈탈 모두 쓰게 된다. 만일 자녀 사교육과 결혼자금 지원에 남보다 더 지출한다면 빚까지 지고 은퇴하게 된다.이런 계산법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노후에 집을 잘 활용하지 않으면 더 나은 삶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먼저 노후에 집을 활용하고자 할 때 우리가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는 집 다이어트(다운사이징)를 하는 것이다. 연금이나 저축자산 등 금융자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면
(가령, 전 재산 중 환금성이 없는 집의 비중이 70~80%를 넘는다면) 집의 규모를 줄여서 연금과 같은
현금성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은퇴 시점을 앞두고 긴급하게 집 규모를 줄이기보다는 은퇴 시점에 다가갈수록 집 규모를 점점 줄여서 부족한 연금자산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방법의 단점은 내가 살던 곳을 떠나야 한다는 점이다. 간혹 이런 다운사이징을 염두에 두고 큰 집을 처분해서 귀농, 귀촌을 하겠다는 분들이 있는데 노후에 살던 곳을 옮기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여러 노인 조사보고에 따르면 노후가 될수록 친구, 이웃을 새롭게 사귀기 어렵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도시에 살던 사람은 도시에 그냥 사는 게 좋고, 농촌에 살던 사람은 농촌에서 노후를 보내는 편이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주택임대의 수익률과 주의할 점
그렇다면 60세에 집만 남은 대한민국 가장이 할 수 있는 노후준비는 무엇이 있을까? 아랫돌 빼서 윗돌을 고이다가 다시 아랫자리가 걱정되어 윗돌을 빼는 하석상대(下石上臺)같은 모르핀 처방 이외에 지금 환경에서 그대로 살면서 장기적으로 배우자까지 배려할 수 있는 그런 방법 말이다. 방법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바로 주택연금이다. 집은 마냥 깔고 앉아 있으면 애물단지일 뿐이지만, 주택연금을 활용하면 매월 노후에 견고한 현금 흐름(3억 원 주택의 경우 70세 기준으로 매월 97만 원 지급)을 받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활용할 수 있다. 주택연금이란 만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소유한 주택을 주택금융공사에 담보로 제공하고 주택소유자 및 주택소유자의 배우자 모두가 죽을 때까지 매달 고정액을 연금의 방식으로 지급받는 제도다. 주택연금의 신청 자격은 기본적으로 60세 이상이어야 한다. 그리고 소유주택이 9억 원 이하의 1주택 소유자 또는 다주택자는 합산 주택가격이 9억 원 이하인 경우에 가입이 가능하다(다만, 합산주택가격이 9억 원 초과인 2주택자인 경우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3년 이내에 처분한다는 조건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주택가격의 책정은 한국감정원 인터넷 시세로, 단독이나 다세대주택의 경우에는 정식감정을 거치게 된다. 기본적으로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하는 역모기지 대출상품이므로 집값과 나이에 따라 연금액이 결정된다. 집값이 비싸면 그만큼 많이 받고, 집값이 낮으면 적게 받는 구조다. 또 나이가 젊을수록 연금 지급 기간도 길어지므로 나이가 많으신 분들보다 매달 받는 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현행 주택연금제도에서는 집값이 3억 원일 때 60세 어르신은 68만 원을 받고, 70세는 97만 원, 80세는 147만 원을 받는다. 적용하는 나이는 부부 중 나이가 적은 사람을 기준으로 한다. 그 이유는 부부 두 명이 모두 사망할 때까지 지급을 보장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주택 연금에 대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집값이 폭락하더라도 지급받던 금액을 그대로 지급받는지와 너무 오래 살아 폭락한 집값보다 주택연금수령액이 많아지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것이다. 주택연금은 가입 당시 집값을 기준으로 연금액이 결정되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가입자나 배우자가 살아있을 때까지는 처음에 정해진 금액이 동일하게 지급된다. 따라서 집값이 떨어지면 연금액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너무 오래 살아서 집값보다 주택연금을 많이 받더라도 초과로 받은 금액을 상환할 필요가 없이 그 집에서 본인과 배우자가 죽을 때까지 살 권리를 보장해 준다. 2018년 이후에는 집을 매수할 수 있는 주축세력인 35~54세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할 텐데, 집값의 하락을 염려한다면 주택연금가입을 고려해 볼 필요는 충분하다. 반대로 집값이 폭등하면 어떻게 될까? 집값이 많이 오르면 집의 소유권은 여전히 소유자에게 있으므로 집을 팔아 주택연금으로 받은 대출을 정산하면 되니 염려할 필요가 없다.
3억 원 아파트를 담보로 연 3.04%에 7,500만 원(10년 만기 일시 상환)을 빌린 A(60)씨의 경우
* 정부에서는 고령층 가계부채 감축을 위해 기존 주택연금보다 일시인출 한도를 확대(가령, 3억 원 주택은 일시인출한도를 최대 8,610만 원(만60세)까지 할 수 있게 했고, 이런 인출금으로 대출을 갚을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여 빚을 갚을 수 있게 했다. 현재 우리나라 60세 이상 주택담보대출 평균액이 6,9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60세 이상상당수 고령층이 이자를 갚던 상황에서 연금을 받는 상태로 이전되어 노후가 좀 더 안정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더 다양한 혜택을 위한 주택연금 3종 세트
우리나라 집을 소유한 60세 이상 가구주의 17.6%는 주택담보대출을 갚고 있다고 한다. 노후에 연금을 받아야 할 나이에도 아직까지 빚을 다 갚지 못한 채 빚 부담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과거엔 이처럼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주택에 대해서는 주택연금의 혜택이 가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집을 가진 더 많은 노인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주택연금 3종 세트를 출시했다.
3종 세트 중 첫 번째는 60세 이후 대출을 갚는 분들이 빚 부담에서 벗어나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이다. 예를 들어 만일 60세 홍길동 씨가 3억 원짜리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만기 10년, 연리 3.04% 조건으로 7,500만 원을 대출을 받은 경우 매월 대출이자를 19만 원씩 내야 한다. 노후엔 참 부담스런 금액이다. 그런데 이번에 출시되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을 활용하면, 7,500만 원 대출을 모두 일시 상환 처리하고 오히려 26만 원의 주택연금을 평생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다.
3종 세트 두 번째는 ‘우대형 주택연금’이다. 우대형 주택연금은 저가주택을 보유한 취약계층에게 기존 주택연금보다 최대 15% 수준의 연금을 더 제공한다. 부부 합산 1주택자로서 1억 5천만 원 이하 주택을 가진 사람 중 주택연금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가 대상이다. 가령 1억 원 주택을 가진 60세의 경우 현행 주택연금은 월 지급금이 22만 7,000원이지만 우대형 주택연금은 월 지급금이 8.1% 증가해 24만 5,810원을 받을 수 있다. 최근 5년간 1.5억 원 이하 주택의 주택연금 가입자가 2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으리라 기대한다.
3종 세트 세 번째는 ‘사전예약 보금자리론’이다. 주택연금에 가입할 나이가 되지 않은 40~50대가 눈여겨봐야 할 제도이다. 주택연금 사전예약 보금자리론은 집을 구입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60세 이후 주택연금에 가입할 것을 사전에 예약하는 제도로, 연금 전환 시점까지는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다가 주택연금으로 전환 시점이 되면 빚을 일시에 상환하고 남는 돈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게 한 제도이다. 사전예약을 하면 대출 금리가 최대 0.3% 포인트까지 할인되며, 60세 이후 보금자리론을 주택연금으로 전환하면 해당 시점에 금리할인 총액을 전환 장려금으로 일시에 지급한다. 가령 45세 김 씨가 3억 원짜리 집을 사면서 보금자리론으로 1억 원 대출을 받아 주택연금 전환을 약정하고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다가 15년 후 60세 때 주택연금으로 전환하면 연금 일시금 인출을 이용해 남은 빚을 갚고, 매달 42만 원의 연금을 평생 받을 수 있다. 또한 15년간 할인받은 금리 인센티브 148만 원은 60세에 지급받는다.
내집연금 3종 세트는 가까운 주택금융공사 지점이나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신청할 수 있다. 노후연금이 턱없이 부족한 60세 이상에게 주택연금을 이야기하면 처음에는 좋은 반응을 보이지만 실제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매월 생활비에 쪼들리면서도 집에 대한 강한 ‘소유’ 의식과 자녀에게 상속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불효자방지법’이 거론될 정도로 자녀의 부모부양 의무에 대한 문제가 이슈화되는 시대이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노인들의 경제적 자립능력의 경우 부모 스스로 생활비를 해결하는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2008년 46.6% 대비 2014년 50.2%). 반면 자녀로부터 생활비를 주로 제공받는 비율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이다. 이런 시대 흐름은 자녀의 집 상속에 대한 기대치를 올려놓는 것보다 집을 자신의 노후를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준다는 사실이다. 둘째 주택연금은 집에 죽을 때까지 거주를 보장받으면서 연금을 수령하다가 부부가 모두 사망하는 종료 시점에 수령한 돈과 그 이자만큼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여전히 자녀에게 상속시킬 수 있고 대출액을 모두 상환할 경우엔 전체 집을 자녀에게 상속시킬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다이 브로크Die broke!”라는 말이 있다. “다 쓰고 죽으라!”는 의미다. 노후생활도 행복해야 한다. 집만 덩그러니 있고 당장의 생활비가 부족하면 아무래도 궁색할 수밖에 없다. 집을 활용해 부부의 행복한 노후 생활 모습을 보여준다면 자녀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다 쓰고 죽겠다’는 관점의 변화를 가져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