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
집은 투자의 대상이기 전에 나와 내 가족의 보금자리로서 사용가치가 훌륭하며, 노후에 주택연금 등을 활용하여 은퇴연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생 포트폴리오의 국공채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자신의 수입과 재정 상태에 적합한 내 집 한 채를 소유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집 소유를 통해 물가상승을 추종하는 실물자산에 분산 투자할 수 있고, 전세의 서러움을 겪지 않고 가족의 안정을 기할 수 있으며, 노후에는 주택연금 등을 활용하여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훌륭한 은퇴자산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을 사서 보유하는 것엔 상당한 기회비용이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다.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다른 곳에 투자할 기회를 상실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 경제여건이 과거보다 집값이 지속해서 상승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기 때문에 기회비용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각자의 재정 상태와 지역적 편차, 가족의 특수요건 등 차이가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집을 사야 할지, 보유해야 할지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재정적인 포인트를 제안한다.
수입의 20% 이내에서 지출하라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집에는 엄청난 기회비용이 소요되기에 과거처럼 집에만 올인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집에 올인하지 말라는 의미를 제대로 된 지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집을 사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거나 미래에 대한 부담을 고려하지 않고 덜컥 대출을 받아 집을 계약한 후 ‘이것이 올인이었구나’ 뒤늦게 후회하는 것이다.
집에 올인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당신 가족의 일상적 수입 (안정적으로 매월 들어오는 소득)의 20% 이내를 집 마련에 배분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가령 평균월급이 400만 원인 사람이라면 80만 원 이내의 소득을 집배분에 할애한다는 의미이다. 더 쉽게 설명하면, 대출금리 연 3.2% 만기 20년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는 경우, 대출 원리금이 내 수입의 20%인 80만 원을 넘지 않도록 대출상환금액을 결정하라는 것이다.(원리금균등분할 상환조건일 때) 내 수입의 20% 가이드라인을 지키려면 대출상환 기간을 늘리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왜 수입의 20%인가?라고 계속 반문하는 분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집 마련 이외에도 노후를 위한 준비, 자녀의 미래를 위한 준비, 만일의 위험을 대비한 보험료 지출 등 우리는 준비해야 할 필요자산이 많기 때문이다. 수입의 20% 이상을 대출 원리금으로 부담한다면 노후준비 또는 자녀교육자금 마련 등은 요원할 수밖에 없고 집 한 채에 올인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무주택자를 위한 대출활용법
현재 집이 없다면 집 마련을 위해 청약통장을 필두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수입의 20% 이내에서 대출 원리금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자기자본을 준비해야 한다. 나는 그런 통장을 집 자산 통장이라고 부른다. 집 자산 통장으로 어느 정도의 자금이 준비되고 집값이 하향 안정화되는 시점에 느긋하게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을 권장하는 것이다. 또한, 내 집 마련은 인생에서 가장 큰 자금이 소요될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이므로 반드시 본인에게 적합한 청약통장을 구비하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청약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때 주택담보대출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세법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상당한 절세혜택을 주고 있기에 이를 잘 활용하면 집 마련이 수월해질 수 있다. 집을 살 때도 대출이자를 절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따라서, 집을 살 때 대출을 받는 근로소득자들은 반드시 집값 기준시가 4억 원 이하 여부, 대출 기간, 상환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필요하다.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한 재테크 포인트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금 당신이 집을 이미 보유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하고 있다면 매월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당신 월 소득의 20% 이내인지 점검하기 바란다. 만일 20%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면 대출 기간을 늘리든지 최대한 절약모드로 원금을 갚아나가 대출 원리금을 월 소득의 20% 이내로 대출을 줄여야 한다. 최근 대출금리가 저렴해진 만큼 대출 갈아타기와 만기 늘리기 등을 통해 대출이자를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당신이 보유하고 있는 집이 현재 당신의 소득수준과 미래의 은퇴계획에 적합한지 늘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집값이 소득수준보다 높다고 느낀다면 은퇴를 고려해서 소득수준에 적합한 집으로 천천히 갈아탈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은 가계대출이 만성화된 시대다. 빚이 만연한 이 시대에는 가계 대차대조표의 자산항목을 잘 관리하는 것만큼 대변항목인 부채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처럼 소득이 늘지 않는 시대엔 부채에서 지불되는 이자비용이라도 줄여서 가처분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며 금리가 바닥을 기는 지금이야말로 대출을 통합하고 정리할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의 최저금리는 연 3% 이하로 추락하며 우리나라 경제의 침체가 심각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 있는 개인이 활용해 볼 만한 재테크 포인트를 짚어보기로 하자.
첫째, 비싼 신용대출과 과거 고금리시절 받은 주택담보대출을 지금 저금리대출로 대환(리파이낸싱)하는 것이다. 만약 5년 전에 집을 사면서 1억 원을 연 5%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사람이 지금 연 3%로 대환한다면 (빚으로 빚을 막는 것이 우스꽝스럽게 보일지언정) 1년에 200만 원의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에 현실적으로 이득이다. 물론 대환을 실행할 때에는 중도상환수수료 등 기타 부대비용을 고려해서 현실적으로 이득이 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자신의 기존 대출을 신규 대출로 대환할 때 중도상환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대출금리 절감에 따른 이자비용을 절감액이 더 큰지를 살펴봐야 한다. 현재 시중은행 대부분은 최대 3년간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며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중도상환수수료율이 차감되는 슬라이딩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과거보다 리파이낸싱이 다소 수월한 면이 있다.
둘째, 자신의 상환능력(가처분소득 등)을 고려해서 대출상환 기간을 결정해야 한다. 대출금 상환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 대출상환 기간을 길게 설정하는 것이 좋다. 물론 누구나 담보대출을 빨리 갚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빡빡한 빚 갚기로 인해 대출을 연체하거나 그로 인해 고금리 대출을 또 받는 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사람들은 대출 기간이 너무 길면 그 기간 동안 발목이 잡힌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출상품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이 중도상환수수료 기간은 3년 정도이므로 그 기간이 경과하면 만기 설정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수수료 없이 원금을 갚을 수 있으므로 최초 대출계약 시 만기를 길게 설정해도 무방한 것이다.
셋째, 정부에서 지원하는 담보대출상품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가령, 신혼부부 등이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이다. 부부 합산 연소득 6천만 원 이하 (생애최초 집구입의 경우 7천만 원까지 가능)의 무주택 세대주(단독 세대주는 제외)로서 세대주를 포함한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인 경우 주택가격 6억 원 이하, 주거전용면적 85㎡(수도권을 제외한 도시지역이 아닌 읍·면 지역은 100㎡까지) 이하의 주택을 취득할 때, 최대 2억 원까지 연 2.3~3.1%의 아주 저렴한 금리로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다자녀 및 신혼부부 등의 경우 추가 금리 인하를 적용받아 연 2.0%까지 대출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으니 신혼부부가 적극적으로 활용할 만한 정부지원 대출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고정금리로 할지 변동금리로 할지 선택의 문제다. 금리가 최저라고 생각하고 연 3%대 초반이라면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그 의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 이하로 내려왔다.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금리하락에 따른 기회손실을 보고,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이자비용이 줄어들며 저금리 혜택을 받게 된 셈이다. 고정금리를 선택한 대출자가 금리가 떨어질 때 겪는 손해는 기회손실일 뿐 실현 손실은 아니다. 이에 비해 변동금리 대출자의 경우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 큰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나는 지금처럼 최저 금리를 경신하는 상황에서는 금리가 더 떨어질지 예측하는 것보다 자신의 상환능력을 고려해서 대출방식을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 자신의 형편에 맞게 상환해나가는 것이 가계재정의 안정을 위한 정석이다. 만일 금리가 더 떨어져 기회손실을 보게 되더라도 금리가 더 내려갔다면 몇 년 후 앞서 첫 번째 언급한 리파이낸싱하면 되기 때문이다. 집은 더 이상 당신의 수입을 올인 할 대상이 아니다. 당신이 사용하고 안식을 취할 자산이며 장기적인 물가상승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은퇴 이후에는 은퇴자산의 보조수단으로 분류되는 자산이어야 한다. 당신 수입의 20%의 범위에서 집 통장으로 집을 마련하는 방안이 집값 하락 위험이 상존하는 향후 10년간 당신이 취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