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드는 ‘조삼모사(朝三暮四)’
지난해의 경우 연말정산 환급 금액이 적었던 것은 매달 떼어가는 원천징수 금액이 적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어려운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미리 원천징수를 많이 하지 않도록 한 것. 근로소득자들이 한 푼이라도 더 쥐고 있어야 소비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결과다.
과거 연말정산 때마다 한 달 치 월급에 가까운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매달 떼어가는 원천징수 금액이 많았기 때문이다. 괜히 많이 환급해준 것이 아니라 미리 많이 떼어갔기 때문에 돌려주는 금액도 많았던 것이다.
결국 아침에 3개 주고, 저녁에 4개 주던 원숭이의 도토리 식사를 아침에 4개 주고, 저녁에 3개주는 방식으로 바꾼 ‘조삼모사’ 같은 조치가 연말정산 대란의 원인이 된 것이다. 하지만 연말정산 환급금에대해 근로소득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2015년부터는 원천징수 비율을 80%와 100%, 120%로 구분하고 그 비율을 개인들이 고르도록 했다.
원천징수를 80%만 했을 경우 연말에 환급보다는 추가로 세금을 납부해야 할 가능성이 높고, 120%로 했다면 적금처럼 미리 많이 납부했던 세금을 돌려받게 된다. 어떤 경우를 선택한다고 해도 세금을 더 내거나 덜 내는 것은 아니다. ‘조삼모사’를 스스로 한다는 의미에서 ‘셀프 조삼모사’라고 할 수 있다. 기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원천징수 비율의 조정만으로 내야 할 세금이 달라진 것은 없다. 납부할 세금을 실질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것은 원천징수 비율의 조정이 아니라 바로 ‘공제’다.
소득공제 가고 세액공제 왔다
연봉이 5천만 원이라고 해서 5천만 원 전부가 소득은 아니다. 회사에 가기 위해 버스도 타고 다니고 밥도 사먹고 친구들 만나서 차도 마시다 보면 실제로 주머니에 들어오는 소득은 그보다 훨씬 적다. 가족이 많으면 집에서 밥을 먹어도 한 그릇 더먹고 자녀들이 있는 가정은 학비며 학원비로도 많은 지출이 있고 병원에 입원이라도 한다면 치료비로도 많은 지출을 해야 할 것이다.
근로소득세를 낼 때는 그런 지출들을 소득에서 공제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세금을 공제해주는 방식은 크게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두 가지로 구분된다. 소득공제는 실제 소득금액에서 일정 금액을 직접적으로 공제해주는 것으로 근로소득공제, 인적공제, 특별공제 등이 있다. 근로소득공제는 특별한 증빙서류가 없어도 소득에서 일정금액은 비용으로 썼을 것이라고 가정에서 아예 근로소득에서 일정 금액을 제외해주는 것이다. 인적 공제는 자신을 포함해서 부양하는 가족의 수대로 일정 금액을 소득에서 제외시켜주는 방식인데 그밖에 경로우대나, 장애인, 자녀양육비 등으로도 인적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현금영수증 사용금액, 보험료나 의료비, 교육비, 주택자금, 기부금 등에 대해서도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공제 금액을 하나씩 적용해서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남는 금액이 과세표준이 된다. 과세표준에 따라 세율이 크게 달라지고 내야 할 세금의 액수에서도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공제를 많이 받아서 이 과세표준을 낮추는 것이 연말정산의 1차 관문이자, 핵심이라고할 수 있다.
세액공제는 과세표준이 확정된 상태에서 납부해야 할 세금 중 일정 금액을 공제해주는 방식이다. 2014년 이전까지만 해도 소득공제를 해주는 금융상품이 많았으나 대부분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름만 조금 바뀐 것 같지만 실제로 내야 하는 세금의 차이는 제법 크다.
과세표준 1천2백만 원 이하로 6%의 기준세율을 적용 받는 사람이 3백만 원의 소득공제를 받으면 300만 원 × 6%로 18만 원의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과세표준이 1억5천만 원이 넘는 사람의 경우 세율이 38%에 달하기 때문에 자신의 소득에서 3백만 원이 줄어든다면 내야 할 세금은 3백만 원 × 38%로 1백14만 원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반면 세액공제의 경우는 확정된 세액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10만 원을 세액공제 받는다고 하면 과세표준이 1천2백만 원인 사람이나 1억5천만 원인 사람이나 똑같이 10만 원의 세금을 공제 받게 된다.
소득이 높은 사람 입장에서는 소득공제가 백 번 유리하다. 조세당국에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것은 소득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임으로써 전체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절묘한 조합
소득공제 항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 중 하나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현금영수증 사용분에 대한 것이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현금영수증 사용분에 대해서는 소득의 25%를 넘는 금액에서 최대 3백만 원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신용카드의 경우 사용액의 15%,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은 30%로 공제율이 차이가 난다.
연봉 4천만 원인 직장인이 신용카드로 1천5백만 원을 썼다면 25%인 1천만 원을 제외한 5백만 원의 15%, 즉 75만 원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체크카드를 이용했다면 똑같은 1천5백만 원을 썼다고 해도 5백만 원의 30%인 150만 원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소득공제를 위해서는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이 있는 신용카드의 장점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럴 때 좋은 방법이 바로 소득의 25% 금액까지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그 금액 이상은 체크카드를 사용하거나 현금영수증을 받는 방법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직장인의 사례에서 신용카드로 1천만 원을 사용하고 체크카드나 현금으로 5백만 원을 사용했다면 신용카드 사용액 1천만 원을 제외한 5백만 원의 30%인 150만 원의 소득공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카드 사용금액을 집계할 때 사용 순서와 상관없이 신용카드 사용금액부터 먼저 계산하고 나머지를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 금액으로 따지기 때문에 자신의 소득을 감안해서 적절하게 카드별 사용 비율을 조절해 나가면 된다. 또한 전통시장에서 지출을 할 경우 추가로 1백만 원의 소득공제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같은 상품을 사더라도 이왕이면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전통시장 이용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전통시장이라고 등록되어 있는 업소를 이용해야 하며 등록 여부는 ‘전통시장 통통 사이트(www.sijangto.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말정산, ‘중간평가’로 미리 대비하자
2015년 연말정산에서 달라진 변화 중 하나는 연말정산의 ‘중간평가’를 위한 장치로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가 새롭게 선보였다는 점이다. 1월부터 9월까지 실제 사용한 신용카드 금액과 지난해의 정산 내역을 활용해 연말정산결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남은 기간 동안 연금저축을 더 붓거나 혹은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 사용을 조절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도 오픈한다. 2016년 1월 중순부터 제공하게 될 이 서비스는 은행이나 학교, 병원 등 영수증 발급 기관이 전산 파일로 제출한 소득, 세액공제 증명서류를 국세청에서 인터넷을 통해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해당 항목별 공제액을 따로 적어 넣을 필요 없이 자동으로 반영돼 신고서 작성도 수월해졌으며 이렇게 작성한 신고서와 증명서류는 일일이 출력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제출할 수 있게 된다.
세금을 안 낼 수는 없지만 덜 낼 수는 있다. 합법적으로 정해진 테두리 내에서 머리를 잘 쓰고 연구를 많이 하면 분명히 묘안을 찾아낼 수 있다. 올해 당신의 13월은 어떨 것인가.